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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원 박사 周·人·工 四書三經] *<제126강> (2018.10.22.)
— <周·人·工 四書三經>은 ‘周易과 人性을 工夫하는 四書三經 강좌’를 말한다 —
서경(書經) 제3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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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書經 공부 ☞ 1.虞書 [3]大禹謨 [4]皐陶謨 [5]益稷
❊「우서(虞書)」❊
[5] 익직(益稷)
익(益)과 직(稷)의 말을 주로 기록한 것이다.『今文尙書』와『古文尙書』에 다 들어 있다. 다만『今文尙書』에는 <고요모(皐陶謨)> 편에 들어 있다.
今文古文皆有로되 但今文은 合於皐陶謨하니 帝曰來禹汝亦昌言은 正與上篇末文勢接續이라 古者에 簡冊을 以竹爲之하여 而所編之簡을 不可以多라 故釐而二之니 非有意於其間也라 以下文禹稱益稷二人佐其成功으로 因以名篇하니라.
1. 帝曰 來하라 禹아 汝亦昌言하라
禹拜曰 都라 帝아 予何言하리잇고 予思日孜孜하노이다
皐陶曰 吁라 如何오
禹曰 洪水滔天하여 浩浩懷山襄陵하여 下民昏墊이어늘
予乘四載하여 隨山刊木하고 曁益으로 奏庶鮮食하며
予決九川하여 距四海하며 濬畎澮하여 距川하고
曁稷으로 播하여 奏庶艱食鮮食하고 懋遷有無하여 化居하니
烝民이 乃粒하여 萬邦이 作乂하니이다
皐陶曰 兪라 師汝의 昌言하노라.
· ‘予思日孜孜’(여사일자자)에서 ‘孜孜’(자자)는 ‘아주 부지런한 모습’
· ‘下民昏墊’(하민혼점)에서 ‘墊’(점)은 ‘빠지다’
· ‘予乘四載’(여승사재)에서 ‘四載’는 네 가지 탈 것. ‘배, 수레, 썰매, 나막신’
· ‘曁益’(기익)에서 ‘曁’(기)는 ‘및, 함께’, ‘급(及)니아 여(與)’와 같이 명사를 이어주는 말.
· ‘濬畎澮’(준견회)에서 ‘畎’(견)은 ‘밭도랑’. ‘澮’(회)는 ‘붓도랑’
· ‘奏庶艱食鮮食’에서 ‘艱食’(간식)은 ‘삶아서 말린 음식’
· ‘化居’에서 ‘化’는 ‘화(貨)’와 통용. ‘居’는 ‘쌓이다’
순(舜)임금이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우(禹)야, 너도 좋은 말을 좀 하여라.” 우(禹)가 절하고 말했다. “아, 임금님 . 제가 무엇을 말씀드릴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날마다 부지런히 노력할 것을 생각합니다.” 고요(皐陶)가 말했다. “에, 무슨 말씀이 그렇습니까?” 그러자 우(禹)가 말했다. “홍수가 하늘에 넘쳐 질펀하게 산을 감싸고 꼭대기에 닿아 아래에 사는 백성들이 정신을 잃고 물에 빠졌는데, 내가 네 가지 탈 것을 타고서 산을 따라 다니며 나무를 제거하고 익(益)과 함께 여러 가지 날음식을 장만했으며, 내가 여러 하천을 터서 사해에 이르게 하고, 밭도랑이나 봇도랑을 깊이 파서 하천에 이르게 하였으며, 직과 더불어 파종하여 여러 가지 말린 음식과 날 음식을 장만했으며, 재물이 쌓여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소통시켰으므로 백성들이 곡식을 먹게 되고 만방이 다스려졌습니다.” 고요(皐陶)가 말하기를, “옳지! 그대의 좋은 말씀을 받들겠습니다.” 하였다.
* [강 설(講說)] ———————
지금까지 고요(皐陶)가 심오한 정치철학을 이야기할 때, 우(禹)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고요(皐陶)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를 본 순(舜)임금이 우(禹)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말을 걸어 정치에 도움이 될 좋은 말을 해보라고 주문을 했다. 우(禹)는 어떨결에 “아아!”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막상 대답을 해 놓고 나니 무엇을 말해야 할 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부지런히 노력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하면서 얼버무렸다.
옆에서 지켜본 고요(皐陶)는 “그런 말이 어디 있는가?” 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우(禹)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애당초 순(舜)임금이 요구했던 내용이 아니라 그 동안 자기가 노력한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설명에서 우(禹)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우(禹)는 서쪽 사람이다. 그래서 정신보다 물질을 중시하고 현실감이 뛰어나며 힘을 숭상한다. 그들은 인간 존재를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이러 서쪽 사람들의 사상과 정서를 후대에 대변한 것이 순자(荀子)의 사상이고 그 학설의 핵심은 성악설(性惡說)이다. 이에 반해 동이족은 마음을 숭상하고 본질적인 것을 중시하며 종교적이다. 그들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한마음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고 봄으로써 사랑과 조화를 강조한다. 이러한 동이족의 사상으 대변한 것이 맹자(孟子)의 사상이고 그 학설의 핵심이 성선설(性善說)이다.
성선의 사고 가진 사람은 본래 사람을 착한 존재로 봄으로써 사람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사람의 말을 의미하는 신(信)이 ‘믿는다’는 뜻이 되었다. 그러나 성악설적인 사고를 사람들은 사람을 악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할 때에는 남이 믿어줄 수 있도록 증거를 든다. 우는 자기의 공을 설명하면서 ‘익’과 함께 했다거나 ‘직’과 함께 했다고 한 것은 이러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禹)의 답변은 순(舜)임금이 질문과는 전혀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순(舜)임금은 평을 하지 않고 참묵을 지켰다. 그래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이를 간파하고 고요(皐陶)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한 마디를 했다.
2. 禹曰 都라 帝아 愼乃在位하소서 帝曰 兪라
禹曰 安汝止하사 惟幾惟康하며 其弼直하면 惟動에 丕應徯志하리니
以昭受上帝어든 天其申命用休하시리이다.
· ‘安汝止’에서 ‘止’는 ‘머무는 것, 집에서 거처하는 것’
· ‘丕應徯志’(비응혜지)에서 ‘丕’는 ‘크다’. ‘徯志’는 ‘뜻을 맑게 하다’『사기』엔 ‘淸意’
· ‘天其申命用休’에서 ‘用’은 ‘以’와 통용.
우(禹)가 말했다. “아, 임금님이시여! 자리에 계실 때 조심하십시오.” 그러자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그러지!” 우(禹)가 (다시) 말했다 “임금께서는 가만히 계실 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십시오. 오직 조짐(兆朕)을 살펴 대처하시시며 오직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정직한 자를 보필로 삼으시면, 오직 움직일 때마다 (모두가) 크게 호응할 것이니, 뜻을 맑게 간직하시어 밝게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시면, 하늘이 거듭 (임금님을) 임명하시시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실 것입니다.”
* [강 설(講說)] ———————
아무 말 없는 순(舜)임금을 보자, 우(禹)는 자기의 답변이 잘못된 것인 줄 알았다. 순(舜)임금의 주문은 정치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간파한 우(禹)는 순임금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리라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아, 자리에 계실 때 조심하십시오.” 이 말은 여운을 남긴다. 단순히 건강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임금의 자리를 잘 보전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에 순임금은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러지!” 하고 단 한 마디 말로 끝맺고 말았다. 별로 탐탁하게 여기기 않는 듯한 응대였다.
그래서 우(禹)는 다시 말을 이었다. 머물러 계실 때에 편안히 해서 건강을 지키도록 권유한 것이다. 조짐을 보아서 대처한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심오한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조짐을 파악하는 것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우(禹)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들고 나왔다. 우(禹)의 정서에서는 하늘을 거론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다.
3. 帝曰 吁라 臣哉隣哉며 隣哉臣哉니라 禹曰 兪라
· ‘臣哉隣哉’(신재인재)에서 ‘臣’은 임금 측근의 신하로서 임금을 보필하고 돕는다는 뜻
‘隣’은 ‘이웃’, 여기서는 ‘함께 있다’는 뜻.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구! 잘 보필하라! 옆에 있어라! 옆에 있어라. 잘 보필하라.” 우(禹)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 [강 설(講說)] ———————
우의 말을 듣고 있던 순(舜) 임금은 자기도 모르게 “어이구!” 하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상대방의 말이 의외였을 때 나오는 탄식(歎息)이다. 순(舜) 임금에게는 우(禹)의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우(禹)는 순 임금이 후계자로 지목한 신하이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도록 수준과 위상을 높여야 했다. 그래서 순임금은 ‘늘 옆에 같이 있으면서 정사를 함께 돌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 위의 문장에서 보면, 순(舜)임금과 우(禹)의 사이에 미묘한 불협화음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국의 도가(道家)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오는 말로는 ‘우가 순임금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했다’고 한다. 위의 문장에 나타나 있는 행간을 곰곰이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도 같다.(이기동)
4. 帝曰 臣은 作朕股肱耳目이니 予欲左右有民이어든 汝翼하며
予欲宣力四方이어든 汝爲하며
予欲觀古人之象하여 日, 月, 星辰, 山, 龍, 華蟲을 作會(繪)하며
宗彛, 藻, 火, 粉米, 黼, 黻을 絺繡하여
以五采로 彰施于五色하여 作服이어든 汝明하며
予欲聞六律五聲八音하여 在治忽하여 以出納五言이어든 汝聽하라.
· ‘股肱耳目’(고굉이목)은 ‘다리와 팔과 귀와 눈’, 곧 심복부하를 일컫는 말.
· ‘予欲左右有民’에서 ‘左右’는 ‘佐佑’, ‘돕다’ / ‘作會’에서 ‘會’는 ‘繪’와 통용, ‘그림’
· ‘宗彛’(종이) ; 종묘 제사 때 울창주을 담아 두는 그릇 / ‘藻’는 ‘수초, 물풀’. ‘粉米’는 쌀.
· ‘黼, 黻’(부불)은 ‘’도끼 모양과 ‘亞’ 자 문양을 수놓은 무늬.
· ‘絺繡’(치수)에서 ‘絺’는 바느질하다. ‘繡’는 ‘수 놓다’
· ‘五采’(오채) ; 다섯 가지 색, ‘청(靑)·황(黃)·적(赤)·백(白)·흑(黑)’
· ‘五色’(오색) ; 다섯 가지 색깔의 비단.
· ‘在治忽’에서 ‘在’는 ‘살피다’ / ‘五言’은 다섯 가지의 언어.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신하는 나의 팔다리와 눈과 귀가 되는 것이니, 내가 백성들을 돕고자 하거든 그대가 보필(輔弼)하고, 내가 사방에 힘을 펴고자 하거든 그대도 같이 하며, 내가 옛사람들이 자연을 본받는 방식을 관찰하여 해와 달과 별과 산과 용과 꽃과 곤충들을 그리며, 술 담는 그릇과 수초와 불과 쌀과 도끼 모양의 무늬와 아(亞) 모양의 무늬인 불(黻)을 바느질하고 수놓아 다섯 가지 채색으로 오색의 비단을 곱게 꾸며 옷을 만들려 하거든 그대가 선명하게 해주고, 내가 육률(六律)과 오성(五聲)과 팔음(八音)을 듣고 잘 다스려졌는지 소홀한지를 살펴 다섯 가지 말로 선포하거나 보고 받을 때 그대가 같이 들어라.”
* [강 설(講說)] ———————
위의 문장은, 순(舜)임금이 우(禹)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기 위해 자신을 보좌하도록 지시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지시사항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일들이다. 백성들을 돕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황제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황제가 할 일은 덕(德)을 닦아 백성들을 교화(敎化)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처럼 실질적인 일을 우에게 지시하는 것은 아마도 우에게 덕을 닦을 수 있는 여지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후계자로 삼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당시의 정황이 우를 후계자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우의 세력이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순임금이 동이족이기 때문에 전체의 균형을 생각해서 서부인인 우를 후계자로 삼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5. 予違를 汝弼이니 汝無面從하고 退有後言하여 欽四隣하라.
6. 庶頑讒說이 若不在時어든 侯以明之하며 撻以記之하며
書用識哉하여 欲竝生哉니 工以納言으로 時而颺之하여
格則承之庸之하고 否則威之니라.
· ‘欽四隣’(흠사린)에서 ‘四隣’은 ‘네 가지 할 일[翼, 爲, 明, 聽]’
· ‘若不在時’(약부재시)에서 ‘在’는 ‘살피다’. ‘時’는 ‘시(是)’와 통용
· ‘侯以明之’(후이명지)에서 ‘侯’는 ‘과녁. 정곡(正鵠)’.
· ‘書用識哉’(서용지재)에서 ‘用’은 ‘以’와 통용. ‘識’(지)은 ‘기억하다, 기록하다’
· ‘工以納言’(공이납언)에서 ‘納言’은 ‘보고하다’
· ‘時而颺之’(시이양지)에서 ‘颺’(양)은 불다, 까불다’ 키를 써서 알곡과 쭉정이를 가리다.
· ‘格則承之庸之’에서 ‘庸’(용)은 ‘용(用)’과 통용, ‘쓰다, 실시하다’.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내가 잘못하는 것을 그대가 보필하되 면전에서는 순종하고 물러서서는 뒷말을 하지 말고, 네 가지 할 일[제1~4장에 나오는 翼, 爲, 明, 聽]을 경건(敬虔)하게 하라. 여러 간악한 무리들이 아첨하는 말들을 하는데 내가 이것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면, 정곡(正鵠)을 찔러서 나에게 밝혀주고, 매질을 해서라도 나를 상기시켜주며, 글을 써서라도 잊지 않게 해 주라. 다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니, 세밀하게 보고하고 이따금씩 나를 평가하여 좋은 경우는 받들어 실시하고, 그렇게 않으면 나에게 겁을 주어라.”
* [강 설(講說)] ———————
위 문장은 순임금과 우의 대화이다. 정치(政治)를 잘못하는 것이 있을 경우, 그것을 깨우쳐 달라는 순(舜)임금의 주문이다.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순임금이 우로 하여금 간악하여 아첨하는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순임금이 백성들에게 겁을 주라고 당부한다는 것은 순임금이 덕성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내용은 자신이 잘못했을 때 깨우쳐 달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7. 禹曰 兪哉나 帝光天之下하사 至于海隅蒼生하시면
萬邦黎獻이 共惟帝臣하리니 惟帝時擧니이다.
敷納以言하시며 明庶以功하시며 車服以庸하시면
誰敢不讓하며 敢不敬應하리잇고
帝不時하시면 敷同하여 日奏罔功하리이다.
· ‘至于海隅蒼生’에서 ‘蒼生’은 ‘백성’ / ‘萬邦黎獻’에서 ‘黎’는 ‘여민’, ‘獻’은 ‘어진 이’
· ‘惟帝時擧’에서 ‘時’는 ‘시(是)’와 통용. / ‘敷納以言’에서 ‘敷’(부)는 ‘정책을 펴다’
· ‘車服以庸’에서 ‘庸’은 ‘상(賞)으로 쓰다’ / ‘誰敢不讓’에서 ‘讓’은 ‘사양하다, 물러서다’
· ‘日奏罔功’에서 ‘奏’는 ‘아뢰다, 나아가다’ ‘공이 없는 것으로 나아가다, 공이 없어지다’
우(禹)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임금께서 천하를 밝히시어 바다 한 모퉁이에 사는 백성에게까지 은혜(恩惠)가 미쳤으니, 만방의 백성들과 어진 이들 모두가 오직 임금님의 신하입니다. 오직 임금님께서는 이들을 들어 쓰기만 하시면 됩니다. 말로써 보고하도록 정책을 펴시며, 공(功)이 있는지를 따져 서민들의 잘잘못을 밝히시며, 수레와 옷을 상(賞)으로 쓰시면 누가 감히 물러서지 않으며 누가 감히 경건하게 따르지 않겠습니까? 임금님께서 이렇게 하지 않으시고 하나가 되는 정책을 펴시면 공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 [강 설(講說)] ———————
여러 간특한 자들의 아첨(阿諂)하는 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순(舜)임금의 말을 들은 우(禹)가 한 마디 했다. 그 내용은 순임금이 이미 훌륭한 정치를 했기 때문에 간악한 자들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로나 답변을 들은 순임금은 마음에 몹시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순임금이 정치를 잘 하는데, 누가 감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누가 감히 경건하게 응하지 않을 것인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에는 백성을 무시하는 듯한 마음이 묻어있기 때문이었다. 고요의 말에서 보면 ‘백성은 하늘이다.’ 그런데 백성을 하늘처럼 받드는 마음이 없으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순임금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禹)의 마지막 말도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하나가 되는 정책을 펴시면 나날이 공(功)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라는 대목이다. 순(舜)임금의 정치는 오직 ‘선여인동(善與人同)’이 아닌가. 그러나 우(禹)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우는 모든 사람을 갈라놓고 백성을 바로 잡는 것을 좋은 정치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야 질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몹시 걱정이 된 순임금은 우(禹)에게 극단적(極端的)인 말을 하면서 혹독하게 다짐을 한다.
8. 無若丹朱傲하소서 惟慢遊를 是好하며 傲虐을 是作하며
罔晝夜頟頟하며 罔水行舟하며 朋淫于家하여 用殄厥世하니이다.
· ‘無若丹朱傲’에서 ‘丹朱’는 요임금의 아들, 堯임금이 전위(傳位)할 인물을 찾자, 신하인 방제(放濟)가 단주(丹朱)를 천거하였는데, 요임금은 단주가 충신(忠信)한 말을 좋아하지 않고 다투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전위하지 않았다. ‘傲’(오)는 ‘요임금의 서자’,『논어』「헌문」편에 ‘오가 뭍에서 배를 밀고 다녔다’(蕩舟)는 기록이 나온다.
· ‘惟慢遊 是好’에서 ‘慢’은 ‘게으르다’. ‘是’는 ‘之’와 같이, 도치를 나타내는 말.
· ‘罔晝夜頟頟’에서 ‘頟頟’(액액)은 ‘꽥꽥거리면 소란을 피우는 것’
(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단주(丹朱)나 오(傲)처럼 하지 말라. 그들은 오직 게을러 놀기를 좋아했으며, 오만하고 잔악한 짓을 하였으며, 밤낮 없이 소란을 피웠으며, 물이 없는 곳에서 배를 밀고 다녔으며, 떼거리로 집에서 음란한 짓을 하여 대를 잇지도 못했다.”
* [강 설(講說)] ———————
순(舜)임금은 우(禹)가 단주(丹朱)나 오(傲)처럼 엄청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단주나 오의 예를 들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다. 채침(蔡沈)을 위시한 많은 주석가들은 이 문장을 우(禹)가 순임금에 한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사기』에는 앞에 ‘帝曰’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말이 된다.
予創若時하여 娶于塗山하여 辛壬癸甲이며 啓呱呱而泣이어늘
予弗子하고 惟荒度土功하여 弼成五服하되 至于五千하고
州十有二師하며 外薄四海히 咸建五長호니 各迪有功이어늘
苗頑하여 弗卽工하나니 帝其念哉하소서
帝曰 迪朕德은 時乃功惟敍니 皐陶方祗厥敍하여 方施象刑호되 惟明하나니라.
· ‘予創若時’에서 ‘創’은 ‘혼이 나다, 데다, 징계하다’. ‘時’는 ‘시(是)’와 통용. ‘이’
· ‘辛壬癸甲’ ; 4일로 보는 주석이 대부분이나 ‘4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予弗子’에서 ‘子’는 ‘사랑하다.’ / ‘惟荒度土功’에서 ‘度’(탁)은 ‘헤아리다’
· ‘弼成五服’에서 ‘五服’ ; 서울을 거리에 따라 다섯 구역으로 나눈 것 ‘甸·侯·綏·要·荒’
· ‘外薄四海’에서 ‘薄’(박)은 ‘泊’과 통용 / ‘五長’은 ‘다섯 우두머리’
· ‘各迪有功’에서 ‘迪’(적)은 ‘순조롭다’ / ‘弗卽工’에 ‘卽’는 ‘다가오다’ ‘弗卽’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은 ‘보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工’은 ‘노력하다’ / ‘象刑’은 ‘모범’
(우가 말했다) “저는 이와 같은 것을 징계하여 도산(塗山)에서 장가를 들었습니다. 신·임·계·갑(辛壬癸甲) 4년째입니다. 아들 계(啓)가 앵앵하고 울고 있었으나 나는 사랑해 주지 못하고 오직 거칠게 토목(土木) 일만을 헤아려 오복(五服)을 돕고 이루어 오천 리에 이르렀습니다. 주(州)에는 열두 스승을 두고 그 바깥 사해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다섯 우두머리를 두어 각각이 모두 순조롭게 공(功)을 이루었습니다. 다만 묘족(苗族)만이 완고하여 저의 노력에 보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유념해 주십시오.” 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덕이 순조로운 것은 그대의 공이 오직 잘 이루어진 때문이다. 고요도 지금 경건하게 정책을 펴서 모범이 되고 있으니 오직 밝아지고 있다.”
『사기(史記)』에는 ‘娶于塗山’ 앞에 ‘禹曰’이 있으나, 문맥 상, ‘予創若時’ 앞에 있어야 순조롭다.
* [강 설(講說)] ———————
순(舜)임금에게 혹독한 말을 들은 우(禹)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무언가 자신의 공(功)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는 자기는 단주나 오처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미 결혼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결혼한 것은 신(辛)이 들어가는 해였다. 우는 ‘辛, 壬, 癸, 甲’ 하고 말하면서 결혼한 지 이미 4년이 되었다. 그 동안 집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일했다.
우(禹)는 순임금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가 세운 공(功)을 열거했다. 이러한 공을 알아달라고 순임금에게 아뢰었다. 이렇게 되자 순(舜)임금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우의 공(功)을 인정했다. 그러고는 고요의 역할(役割)도 언급함으로써 고요에 대한 신임을 늦추지 않았다.
9. 夔曰 戞擊鳴球하며 搏拊琴瑟하여 以詠호니 祖考來格하시며
虞賓이 在位하여 群后로 德讓하나다 下管鼗鼓하고
合止柷敔하며 笙鏞以間호니
鳥獸蹌蹌하며 簫韶九成에 鳳凰이 來儀하나다. —— 夔
· ‘戞擊鳴球’(알격명구)에서 ‘戞’(알)은 ‘두드리다’. ‘鳴球’은 옥으로 만든 악기의 일종.
· ‘搏拊琴瑟’(박부금슬)에서 ‘搏拊’는 ‘치다, 두드리다’
· ‘虞賓’(우빈) ; ‘虞’는 순임금 때 나라 이름이므로 ‘虞賓’은 ‘국빈(國賓)’을 말한다
· ‘在位’ 즉 자리에 있다는 말은 음악을 연주할 때 음악이 좋아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 ‘下管鼗鼓’(하관도고)에서 ‘下’는 ‘내려놓다’ ‘管鼗鼓’는 ‘피리와 땡땡이와 북’
· ‘合止柷敔’(합지축어)에서 ‘柷’은 목제 타악기, ‘敔’(어)는 악기 이름. 음악이 끝날 때 긁듯이하여 연주한다. 짐승모양을 한 악기의 등에 톱니바퀴 모양의 홈이 파져 있어 거기를 막대기로 긁어 연주함.
· ‘笙鏞以間’(생용이간)에서 ‘笙’은 ‘생황’, ‘鏞’은 ‘큰 종’
· ‘鳥獸蹌蹌’(조수창창)에서 ‘蹌蹌’은 춤을 너울너울 추는 모양
· ‘簫韶九成’(소소구성)에서 ‘簫韶’는 순임금이 지은 음악이름. ‘九成’은 아홉 장을 완성함
· ‘來儀’에서 ‘儀’(의)는 ‘거동하다’
기(夔)가 말했다. “명구(鳴球)라는 악기를 치고, 거문고와 비파를 뜯으며 노래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혼이 와서 임하시며, 국빈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여러 제후들이 덕으로 사양합니다. 피리와 땡땡이[鼗]와 북을 단 아래 내려 진열시켜 놓고, 축(柷)과 어(敔)를 가지고 시작하고 끝맺도록 지휘하며, 생황(笙簧)과 종으로 사이사이에 울려주면, 새와 짐승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소소(簫韶) 아홉 장(章)을 다 연주하면 봉황이 와서 예를 갖춥니다.”
* [강 설(講說)] ———————
순(舜)임금과 우(禹) 사이의 대화가 딱딱하고 경직되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것이다. 이에 기(夔)가 분위기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한 마디 거들었다. 음악(音樂)에 관한 이야기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그래서 기는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노래를 하도록 유도했다.
10. 夔曰 於予擊石拊石에 百獸率舞하며 庶尹이 允諧하나다.
기가 말했다. “오! 내가 돌로 된 악기를 두드리고 돌로 된 악기를 어루만지면 모든 짐승들이 다 춤을 추며 여러 장관들이 진실로 온화하게 됩니다.” * ‘於’는 ‘오!’ 감탄사
11. 帝庸作歌曰 勅天之命인댄 惟時惟幾라하시고
乃歌曰 股肱喜哉면 元首起哉하여 百工熙哉하리라
皐陶拜手稽首하여 颺言曰 念哉하사 率作興事하사되
愼乃憲하사 欽哉하시며 屢省乃成하사 欽哉하소서
乃賡載歌曰 元首明哉하시면 股肱良哉하여 庶事康哉하리이다
又歌曰 元首叢脞哉하시면 股肱惰哉하여 萬事墮哉하리이다
帝拜曰 兪라 往欽哉하라.
· ‘帝庸作歌曰’에서 ‘庸’은 ‘이(以)’와 통용. / ‘勅天之命’에서 ‘勅’(칙)은 ‘경계하다’
· ‘股肱喜哉’(고굉희재)에서 ‘股肱’(고굉)은 ‘팔과 다리’ 즉 ‘측근의 신하(臣下)’를 말함.
· ‘元首起哉’(원수기재)에서 ‘起’는 ‘기분이 일어나다’, ‘상기되다’ /
· ‘颺言’은 큰소리로 하는 말 / ‘率作興事’에서 ‘作興’은 ‘일으키다’
· ‘乃賡載歌曰’(내갱재가왈)에서 ‘賡’(갱)은 ‘잇다’. ‘載’는 ‘시작하다’
· ‘元首叢脞哉’(원수총좌재)에서 ‘叢脞’(총좌)는 ‘자질구레하다, 좀스럽다’
· ‘萬事墮哉’(만사타재)에서 ‘墮’(타)는 ‘어그러지다, 떨어지다’
순(舜)임금이 노래를 지어 읊으셨다. “하늘의 명(命)을 경계하여 오직 때 맞게 움직이고, 오직 기미(幾微)를 보고 대처한다.” 그러고는 노래를 불렀다. “측근들은 기뻐하네. 원수는 기분 좋네. 여러 공인들은 빛이 나네.” 이에 고요(皐陶)가 손 모아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유념하소서. 모두가 일을 일으킵니다. 법도(法度)를 조심조심 잘 지키소서. 자주 살펴야 성공하실 것이니, 조심하소서.” 그리고 이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원수가 현명하면 보좌관들이 어질어지고 모든 일이 편안해지네.” 그리고 다시 또 노래했다. “원수가 자질구레하면 보좌들이 게을러지고 만사가 어그러지네.” 순임금께서 절하며 말씀하셨다. “알겠노라. 다들 가서 경건하게 일을 보라.”
* [강 설(講說)] ———————
기(夔)의 노력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자 순임금은 노래 가사를 짓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순임금이 지은 노래의 가사는 하늘의 뜻을 잘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래의 내용은 모두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다. 동이족인 순임금은 하늘의 입장에서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임금님과 측근들과 그 외의 공인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는 기쁨을 노래한 것이다.
▶순(舜)임금이 순조롭게 우(禹)에게 권력을 이양했는지, 아니면 우(禹)가 쿠데타를 일으켜 순임금의 자리를 빼앗았는지 알 길이 없다. 사마천의『사기(史記)』나 유학의 경전들에서는 순임금이 우에게 순조롭게 선양(禪讓)한 것으로 되어 있다. 우가 쿠데타를 일으켜 순임금을 죽이고 정관을 빼앗았다는 도가의 설(說) 또한 행간을 잘 살펴보면 일 리가 있다. (이기동)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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