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 미달이라 아직은 안 된대요.
솔향 남상선/수필가
현대사회는 자격증이 없으면 행세할 수 없는 세상이다. 자격증이란 갖추어야 할 제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검증하여 인정해 주는 증서라 하겠다. 운전면허증, 교사자격증, 컴퓨터 기사자격증, 전통예절 지도사자격증, 다도예절 지도사자격증 등등 각종 자격증은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을 검증하여 계량화, 수치화하여 함량 미달이 되지 않을 때, 그를 인정으로 주는 증서라 해도 될 것 같다. 함량 미달자는 받을 수 없는 것이 자격증이라 하겠다.
함량미달을 따지는 데는 또 다른 분야도 있다. 의식주 생활에 소용되는 다양한 제품에서도 함량미달이 될 때는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각종 건강식품이나 제약회사 의약품에서도 함량 미달 여부에 따라 존재가치가 결정된다. 함량 미달과 존재가치는 함수관계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생사에 관련된 중요 고비가 두 번씩이나 있었다.
작년 5월 14일 요로결석 통증으로 병원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요로결석도 문제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더 심각해보이니, 조직검사를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했다. 그래서 전립선 조직검사 결과 psa235로 전립선암 4기라했다. 그야말로 말기 암환자라는 사형선고 같은 무서운 진단 결과가 나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4기 전립선암이지만 몸에 전이가 안 됐다는 것이었다. 1년간 치료 결과 psa235→psa110→psa98→psa4.19로 호전되어, 기적 같은 정상수치로 날 살려 주셨다.
최근에는 욕실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욕실 문지방에 심하게 부딪쳐 머리가 밤알만큼 튀어나오고, 왼팔 팔목이 심한 충격을 받아 많이 부어올랐다. 팔뚝이 시퍼렇게 멍들고 머리 충격이 컸었는데도, 다행히 팔목 뼈 골절이나 뇌진탕은 오지 않았고 무사했던 것이다.
함량미달은 꼭 있어야 할 요소가 부족하거나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채워야 할 여백의 공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 되겠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주변 분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지인, 친구, 제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계량화, 수치화하여 나타낼 수 있다면, 하늘 끝에 닿고서도 남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평생 보은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을 해왔다. 그래도 채우지 못한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다. 이처럼 많이 부족한 함량 미달자이기에 사경(死境)의 두 고비에서도 데려가지 않으신 것이다.
더 살면서 채울 만큼 채워서 자격증 받게 되면 그 때에 오라고 살려주신 것이다.
전립선 4기말 암환자가 죽음직전에 있었을 때에도, 욕실 낙상 사고로 머리와 팔을 다쳐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살려 주신 것이다. 보은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삶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함량미달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채우고 오라고 살려 주신 것이다.
그 동안 받은 사랑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았어도 함량미달이라 부르시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다. 배은망덕하지 않고 보은까지 해가며 살아야 함량미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대로 두신 것이다. 사람답게 살려고 따뜻한 가슴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역부족 함량 미달 상태인지라 그대로 불러가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살려 주신 것이다.
설익은 낟알로 부르지 않으시어 감사합니다.
버릴 것은 비우면서
감사와 사랑, 보은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 제 가슴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인간성 부활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가
자격증의 숨결이 될 때에 저를 불러 주소서.
함량미달을 면죄부로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량 미달이라 아직은 안 된대요.’
마냥 느꺼운 마음입니다.
첫댓글 선생님께선 부지런하시고, 선량하시고 그 바름의 함량이 넘치고 넘치시니
넘친 분량을 세상 만인에게 나누어 주라는 뜻 인것같습니다,
선생님의 캐릭터는
(인향만리 )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