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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랜드CampLand
 
 
 
카페 게시글
2010년 캠핑story 스크랩 강물은 흘러야 한다_죽어가는 금강 앞에서
담이네 추천 0 조회 679 10.05.31 11:00 댓글 34
게시글 본문내용

    매일 신문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한다, 생태적 삶을 살자고 다짐했건만,

    정작 무너지고, 파헤쳐지는 현장을 와보지도 않은, 뭐랄까요, 부채의식 같은 게 있었습니다.

 

 

    날은 무척이나 맑았습니다.

    유서 깊은 공산성 산성길을 어서 오르고 싶었습니다.

    급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매일 이벤트로 열리는 교대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마침내 금강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내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늘 제 머릿속에 남아있던 그 금강은 이미 속살마저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참담한 심정이란 게 이런 걸까요?

   

 

    새들도 온데 간데 없고,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굉음만이

    충남의 젖줄 금강의 하늘 아래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경제의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명분이든 간에 생명의 가치 뒤에 서야 하는 것입니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주저 앉아 하염없이 몸살을 앓고 있는 금강을 내려다봅니다.

    도대체 후세에 어떤 말로 이 참혹함을 변명하려는지....

    비록 정치적인 얘기라고 욕을 들을지언정 '죽어가는 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강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저 코흘리개에게 물려줘야 할 너무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돌아가신 법정스님은 일찌기 1970년대에 어떠한 경제적 부보다도

    자연환경을 소중하게 지켜온 나라가 대접받는 세상이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아이들 앞에서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그저 흐르는 물 하나 지켜주지 못한 세대로 기억될 게 뻔하니까요.

   

 

    지금 강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은 이 모습의 아름다움을 등한시합니다.

    강 위에 고급 유람선이 다녀야 하고, 각종 레저를 즐기는 강을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일에서는 보를 설치하고 강을 개발한 대가로 그 몇 배의 시간을 복원하는 데 써야했습니다.

    전국 12개의 강에서 행해지는 이 잔인무도한 파괴를 다시 복원하는 데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야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강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아이를 이런 집회의 현장에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지키고 가꿔놓은 공간에서 맘껏 뛰어놀기만 하면 됩니다.

    멋모르고 따라나선 담이에게 애비로서, 윗세대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한 학생이 써놓은 글귀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경제의 논리 앞에서 이 땅에 수많은 댐이 건설되더니 이제 보까지 설치되고 있습니다.

    흘러야 할 강이 제자리 걸음을 해야 합니다.

 

 

    살풀이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이 산하에,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아픔을 안겨다주는 것인가요.

 

 

    왜 영문도 모른 채, 보호되어야 할 수많은 우리의 친구들이 죽고, 쫓겨나야 하는 것인가요.

    아무리 머리를 써서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를 하는 일은 왜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하고 있는 것인가요.

   

 

    제가 드리는 말씀이 정치적이어도 좋고, 특정 집단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건 정말로 죄악입니다.

 

 

    개발을 시작하자마자 금강선원을 세워 매일 수행정진하는 스님이 말없이 강 건너를 쳐다보십니다.

    오늘 집회에 4대종단의 대표들이 피를 토하는 연대사를 해주셨지만,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우리는 소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통의 부재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서로 토론하고,

    그래서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상식일진대.....

 

 

    행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무거운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도, 참석한 많은 이들도 말이 없습니다.

    파헤쳐지고 있는 강을 보면서 뭐 하나 속시원히 할 수 없는 제가 너무 무능해보입니다.

 

 

    천 년을 지켜온 고목이 강을 보며 울음소리를 내는 것만 같습니다.

    또다시 이곳에 올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펑펑 울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담이에게 뭐라 말을 해줘야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같아서는 우리가 다니는 캠핑이라는 것도 다 부질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금강변에서 보낸 하루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제 금강의 아름다운 모래사장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겁니다.

    해가 지는 금강에서 보낸 시간은 아마 먼 기억속에서나 존재할 테지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곰나루와 모래사장과 금강의 아름다운 전설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강물은 그대로 흐르게 나둬주세요.... 제발....   

 

 

   * 안타까운 마음에 적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강의 개발과 관련하여 다른 견해를 가지신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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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5.31 11:41

    첫댓글 저도 마음이 참 답답합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자산인것을.... 수고하셨습니다.

  • 작성자 10.05.31 17:20

    지금까지도 마음이 착잡합니다.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손 놓고 있는 제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구요....

  • 10.05.31 11:55

    안타까운 일입니다..걍 밀어부치기만하니...

  • 작성자 10.05.31 17:21

    그 힘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말여...

  • 10.05.31 12:07

    울컥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담이네님 마음에 그저 같이 아파할수밖에 없다는 것이....역사만이 알겠죠... 군인들도 동원되는 사업.. 하루 만명이상 고용된다고 자랑하는 사업...이게 자랑할 일인지.... 장악된 언론은 그저 묵묵부답이고....ㅠㅠ

  • 작성자 10.05.31 17:21

    그래요, 자랑할 거린지 후회할 거린지 증명되겠지요....

  • 10.05.31 12:26

    참담하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어쩌다 금수강산이 이지경이 되어가는지? 오늘 뉴스에 서울항이란 단어가 나오더군요.어찌 여의도에 무역항을 개설할 생각을 할수가 있을까요? 이렇게 가슴아파 하는 이들이 정작 국민의 일부만이 있는것인지요? 이러한 가슴아픔이 당장 낼모레 투표결과를 보고 마지막 희망마져도 버려야하는 현실이 올까봐 무섭습니다.

  • 작성자 10.05.31 17:22

    저도 투표는 하겠지만, 장담 안 되는 현실이네요... 가슴 한 쪽이 먹먹합니다....

  • 10.05.31 13:08

    에효===========333

  • 작성자 10.05.31 17:23

    에휴~~~ 저도 한숨만 나오는군요....

  • 10.05.31 13:26

    작년에 뼈저리게 느꼈던.....지켜주지 못하는... 행동하지 못하는 제 양심이 원망스러울뿐입니다.....

  • 작성자 10.05.31 17:23

    4대 종단 얘기로는 선거 끝나고 크게 항의한다고 하더군요.... 힘을 실어줘야지요....

  • 10.05.31 13:33

    이거야 원~~~~

  • 작성자 10.05.31 17:23

    그러게요... 소통이 안되니....

  • 10.05.31 13:37

    참담 그 자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줄 자산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뭐라 설명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갑갑합니다.

  • 작성자 10.05.31 17:24

    저도 담이에게 말해주기가 겁납니다....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마음이라서요....

  • 10.05.31 13:59

    정말...쥑일 놈들입니다...

  • 작성자 10.05.31 17:25

    대자연 앞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봐주길 바랄 뿐입니다.

  • 10.05.31 14:36

    일본이 경제 불황때 시멘트 경기 부양책으로 훗날 천문학적인 돈으로 다시 들어갔던 것을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시멘트는 자연속에 속할수는 없습니다 자연과 문화를 지키지못한 민속은 발전 할수 없음을 여러역사는 말하고 있고 현제도 진행하고있습니다

  • 작성자 10.05.31 17:26

    많은 국가에서 다시 자연상태로 돌리려고 노력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도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하나 싶네요....

  • 10.05.31 15:54

    이러지도 저러지도 .......건설업이 업이라 무어라 ...참 답답합니다^^;;

  • 작성자 10.05.31 17:26

    건설이 무슨 죄가 되겠나....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가 자연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 문젠거지...

  • 10.05.31 16:17

    ?? 노코멘트..^

  • 작성자 10.05.31 17:27

    네, 얼마든지 다른 뜻이 있으신 분이 있을 겁니다... 강 정비가 필요한 곳도 많이 있는 게 현실이구요.... 하지만 적어도 사회적 합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10.05.31 16:22

    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나라의 국민으로써 반성하고 또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군요.... 사진의 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어떤 세상을 볼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을 느낄지...

  • 작성자 10.05.31 17:28

    아마 훗날에는 아비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요... 그 아이가 커서 균형감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10.05.31 16:54

    경제가 우선인가......환경이 우선이가......현실에 만족하는 이들은 이해할것이고...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은 반대할것이고.....나도 반대하지만,경제논리앞에 이해 하기 어려운 이런류의 환경파괴는 심사숙고해야할진데....

  • 작성자 10.05.31 17:32

    그렇지. 자연의 가치를 얼마만큼으로 생각하느냐인데... 자연을 살리면서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은 많이 있겠지...

  • 10.05.31 17:10

    강을 아작내고 있네요. 후세들에게 죽을죄를...

  • 작성자 10.05.31 17:33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제발 소통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0.05.31 18:36

    소통이 안되는 곳이 많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 작성자 10.05.31 19:00

    괜하게 다른 분들 마음까지 무겁게 했나 봅니다... 죄송해요....

  • 10.05.31 23:11

    이 자연은 현시대 우리들만의 것은아닙니다. 후손들에게 고이 물려 줘야할 보물입니다. 얼마전 저희도 캠핑다녀오다 여주쪽으로 왔는데 앞에 벌어진 삽질의 흔적에 아이들과 경악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 광경이 눈앞에 선해 가슴이 아픕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생각하면 먹먹한 가슴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 작성자 10.06.03 01:12

    자연스럽다는 말이 왜 중요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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