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보스니아 내전을 겪어 이야기가 전부 극한의 상황인 전쟁이야기입니다. 한국이 그런 상황을 겪으리라 생각치는 않습니다만 전쟁의 극한 상황을 빼고 이야기를 보면 상당히 가치가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재난이란 것이 반드시 전쟁이 터지거나 어떤 원인으로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한번 읽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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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 거주지에서 이탈(bugging out)이라는 걸 제대로 못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는 보고 알았지만 제대로 정보를 정리/판단(processing)하지를 많았고, 심지어 이탈이 필요한건지도 판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집에 머물렀고, 완전히 전체 전쟁의 기간동안 폭력에 두들겨맞고, 지켜보며, 또는 폭력을 행사하고 살아야만 했고 거기에 추위와 배고픔, 병에 시달리는 것들도 같이 겪어야 했다. 이탈이란 것이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만 반드시 첫 상황에 그렇게 생존이 절박할 정도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내가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 물론 이미 피난처에 사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
다음 내가 겪은 상황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여러번 반복해서 경험한 내용이다 )
***옳은 시점***
재난이 터졌다는 것을 알게 된 어떤 남자가 있었다. 도시안에서 무슨일이 터졌다는 걸 느끼게 되고,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총소리, 혼란스러운 뉴스방송. 그래서 그는 가족모두를 데리고, 모든 짐을 차에 싣고, 80km 정도 떨어진 다른 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 가족은 무장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1킬로 정도가서는 쇼핑몰을 점거한 성난 폭도무리가 차량을 정지시켰고, 끌려나와서 두들겨 맞고 죽임을 당했다. 죽기전에 폭도 몇몇을 사살했으나 폭도는 수백이었다. 그는 그렇게 죽었고 그의 이야기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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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만약 뭔가 도시에서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느껴 한밤중에 일어났다고 해보자.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해왔거나 아니면 무슨 이유로 계엄령이 선포되었거나 하여간, 무슨 사건이 터졌다면, 반드시 잠시 앉아 생각을 하라. 당신이 해야할 일은 안전하게 피난처로 이동하는 것이고 이것을 미친듯이 짐싸서 밖으로 달려나가는 것과 혼동을 하면 안된다. 당신이 흥분해서 서두르게 되면 반드시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재난시엔 실수가 용납이 되는 때가 아니다.
전쟁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행동을 하고,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를 알면 여러분은 놀랄것이다.
일단 정보를 수집하라. 그리고 수집된 정보에 의거해 움직여라. 피난지로 이동하기 전에 반드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 가능한 노력하라. 가장 문제가 큰 지역은 어디인가 ? 누가 통제를 하고 있는가 ? (주: 혹은 통제가 잘 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 ?) 여러분은 반드시 완벽한 정보를 가질수는 없겠지만 없는것 보다는 훨씬 낫다. 이웃과 이야기를 하고 TV, 라디오, SNS에 귀를 기울이고 찾아보라.
여러분이 재난 발생 전에 이탈하기를 실패했다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여러분의 여행을 몇시간 혹은 하루이상 연기하는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옳은 방법***
어떤 가족이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트레일러(주: 트럭뒤에 다는 종류)에 온갖 좋은 장비와 물품들을 잔뜩 싣고 30km정도 가다가 말그대로 차 몇대가 길을 막고선 그들을 약탈했다. 그들도(주:약탈자) 살기위해 그랬는지도 모른다.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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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를 위해 많은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 이른바 프레퍼들은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 장비가 없다면 우린 끝난 목숨이라고들 한다. 여러분이 만약 여러분이 곧 잃어버릴 물건들 사용법만 교육을 받았다면 그건 "생존가"라고 할 수 없다. 재난이 터지게 되면 여러분 스스로가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되버리는 꼴과 같다. (주: 즉 몇몇장비 사용법 밖에 할 줄 아는게 없다는거죠)
난 재난 상황이 되면, 운동화를 신고, 권총 한자루와 비닐백만 가지고 이동할 것이다. 내가 필요한 모든것은 피난처로 이동을 하면서 구할 계획이다. 물론 오해는 말라. 나도 탈출용 배낭과 다양한 여행용 물품들이 있다. 요점은, 만약 재난이 터진다면 나는 이런 것들이 없이도 나의 피난처에 다다를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물품들이 당신의 생명을 구해줄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인정하지 말라. 물품과 장비는 당신이 생존을 하는데 도움을 줄뿐이다. 살고자 하는 당신의 마음가짐이 실제로 당신을 구할 것이다.
피난처에 너무 다양한 물품을 구비하려 애쓰지 말라. 이런 물품이나 장비에 너무 의존적이 되지 말라. 여러분은 최소한의 장비나 물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지식과 훈련이 중요한 것이며 장비와 지식, 훈련이 구비된다면 그것이 최상일 것이다.
***마음가짐***
한 단어로 "적응" 이다.
만약 당신의 피난계획이 계획된 대로 정확히 실행된다면 당신은 정말로 행운아다. 여러분들이 만드는 재난대비계획은 TV에서 본 것이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든, 상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건 정상이다. 우리는 최선의 추측과 상상으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은, 실제로는 그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거란 것만 빼고는 잘못된 것이 별로 없는 계획을 만들고 있는것이다. 대게 도시의 지점 A에 모여서 B지점으로 갔다가 C로 이동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선, 당신의 막내 아들은 아직 학교에 있고, 당신 차량은 수리를 맡겨서 찾아와야 하고, 겨우 준비해서 B 지점으로 가려했더니 공사나 사고로 길이 막혀 도저히 갈수가 없고, 길가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제 당신 계획은 완전히 무용지물이며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게 된다.
****현실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현실은 여러분들의 계획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그러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의 포인트는 바로 가능한한 많은 문제점을 커버하는데 있다. (주:가능한한 !)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가능한한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도시의 친척집으로 이동을 하는데 한 가지의 길만 생각해두는 것은 나쁜 계획이 된다. 백업의 백업을 생각해두어야 한다.
여러분의 계획이 시작도 하기전에 잘못될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라. 그리고 즉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내야 하며 여러분이 목적하는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대응해야 한다. 당신이 만든 계획에 너무 집착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을 무시하고 막다른 골목으로 가지말라. 생존은 바로 "빠른 적응"을 의미한다.
이상입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실은 여러분의 계획을 한방에 날려버린다...오늘의 명언이군요
좋은 내용입니다. 새겨둬야할 것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좋은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잘봤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장비나 식량의 수량과 수명은 유한하니 결국은 스스로의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는거로군요.
불룩나온 배와 함께 치맥을 먹으며 비싼 장비를 바라보며 흐믓해 하는 저를 반성하게 합니다.
콜렉터(수집가)는 되지 말아야겠지요.
체력. 훈련. 시물레이션.
점점 더 할게 많아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장비병있는 분들께 일침을 가하는 글이군요.ㅋㅋㅋ 지금의 저와 비슷한 준비 이야기라 이상하게 흡족합니다. 다만....
탈출 루트는 몇번씩 여행을 하듯 여러 길을 통해 직접 다녀봐야 합니다. 차량, 자전거, 직접 걸어서 여러 방법으로 그곳에 사건 발생 후 몇시 까지 라던가 국가 재난 선포 몇시간 까지 라는 시간을 정하고 그곳에서 만나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만나지 못하면 자기들 끼리 알아볼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표시를 남기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형식도 생각 중입니다.
Good
배나온 저질 체력인 저로서는 우선 체력을 확보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
배나온 늑대는 TV등에서 본 적이 없는데요...
하긴 요즘 세상이 하수상하니... 후다닥 =3=3=3
좋은글 번역 고맙습니다 지옥을 겪고 살아남은 셀코의 얘기는 글로만 접해도 정말 실감나고 서늘합니다 저의 생존관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