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의 맥을 논함〔胃腑脉論〕
위부(胃腑)는 비에서 주관한다. 입과 입술에 그 증후가 외부로 표현되는 곳이다. 비장 기운은 위와 합한다. 위는 음식을 받아들이는 부[水穀之腑]로, 호가 창고지기[倉庫守], 내색리(內嗇吏)이다. 위의 무게는 2근 14냥이고 휘어져 있고 굽혔다 폈다를 반복한다. 길이가 2자[尺] 6치[寸]이고 너비는 1자 5치이며 직경은 5치이다. 음식 3말 5되를 담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 곡식이 2말이고 물이 1말 5되이다. 볼이 넓고 목이 굵고 가슴이 펴진 경우 오곡을 그만큼 수용하여 가득해진다.
상초(上焦)에서 다른 장기로 기운을 내보내는 것은 정미한 기운으로 사납고 빠르고 미끄럽게 나가며, 하초(下焦)에서는 아래로 물길을 내어 소장에서 내보낸다. 이것이 장과 위에서 받아들인 음식물의 도수이다. 보통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위가 차 있을 때에는 장이 비어 있고 장이 차 있을 때에는 위가 비어 있다. 이렇게 찼다 비었다 하여 기운이 위 아래로 통할 수 있어 오장이 안정되고 혈맥이 순조로워 정신이 깃들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이란 것은 음식물의 정기이다.
오장의 부족한 기운을 위에서 보충받으므로 장위 속의 용량은 곡식 2말 4되와 물 1말 1되를 저장할 만큼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하루에 뒤 【《황제삼부침구갑을경(黃帝三部鍼灸甲乙經)》[甲乙]에는 똥이라 하였다.】 를 두 번 보게 되고 한 번에 2되 반 씩 하루에 5되가 나간다. 7일이면 3말 5되가 나가게 되어, 위장 속에 있던 수곡이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보통 사람이 7일 동안 음식을 안 먹으면 죽는 이유는 물과 곡식의 정기와 진액이 그 기간에 다 없어지기 때문에 7일 만에 죽는 것이다.
오른손 관맥(關脈)[右手關]에 양맥(陽脈)이 끊어진 것은 위맥(胃脈)이 없어진 때문이다. 만약 신물이 올라오고 머리가 아프며 위 속에 냉기가 있으면 족태음(足太陰) 경락에 침을 놓아서 음(陰)을 치료해야 한다. 그 혈은 엄지발가락 밑 마디 뒤 1치 되는 곳에 있다.
오른손 관맥(關脈)[右手關] 양맥(陽脈)이 실한 것은 위(胃)가 실한 것이다. 만약 뱃속이 뿌듯하여 【어떤 곳에서는 답답하다고 했다.】 음식 먹을 생각이 없고 음식을 먹어도 소화되지 않는 데는 족양명(足陽明) 경락에 침을 놓아 양을 치료해야 한다. 이 혈은 발 위의 맥이 뛰는 곳에 있다. 맥이 부(浮)하고 규(芤)하다면 부한 것은 양이고 규한 것은 음이라, 부와 규가 서로 다투며 위기(胃氣)에 열이 생겨서 그 양맥(陽脈)이 끊어진다.
부양맥(趺陽脉)이 부(浮)하고 대(大)하면 위가(胃家)가 약간 허하고 답답하며 대변을 하루 두 번씩 보게 되고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 조열(潮熱)이 나는 것은 위병(胃病)에 속한다.
위맥(胃脈)이 튼튼하고 길며 그 얼굴빛이 붉으면 으레 비골(髀骨)이 끊어지는 듯이 아프며, 그 맥이 연약하고 흩어지면 식비(食痺)가 되고 비골이 아프다. 이 병이 먼저 위에서 발생하여 창만이 된 경우 5일이 되면 그 병이 신장으로 가서 아랫배와 허리ㆍ등골이 아프며 정강이가 시고 또 3일이 되면 방광으로 가서 등과 등뼈와 힘줄[背膂筋]이 아프며 오줌이 막히고 또 5일이 되면 위쪽 심과 비장으로 가서 가슴이 아프고 막혀서 온몸이 아프고 무거워진다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靈樞]에는 심으로 간다고 하였다.】. 또 3일이 되어 낫지 않으면 죽는다. 겨울에는 한 밤이 지난 뒤에 여름에는 해가 기운 뒤에 죽는다.
위병(胃病)에 배가 불러 오르면서 명치 쪽의 위관(胃管)이 아프고 양쪽 옆구리까지 치받으며 목이 메어 뚫리지 않고 음식을 넘기지 못할 때에는 삼리(三里)혈을 잡아 치료해야 한다.
음식이 내려가지 않고 가슴이 막혀 통하지 않는 것은 사기가 위관(胃管)에 있기 때문이다. 사기가 위관의 상부에 있으면 눌러서 침을 놓고 위관의 하부에 있으면 흩어서 제거한다.
위창(胃脹)은 배가 그득하고 위관(胃管)이 아프며 코에서 탄내가 나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며 대변보기가 어렵다.
위학(胃瘧)은 아침에 발작한다. 배가 잘 고프나 밥을 먹을 수 없고 먹으면 배가 그득하여 크다. 침으로 족양명경(足陽明經)과 족태음경(足太陰經)에 가로 두드러진 맥을 찔러서 피를 내야 한다.
위 속에 벽(癖)이 생긴 경우 찬 음식을 먹으려 하면 아파서 먹을 수 없는데, 뜨거운 것은 먹을 수 있다. 이것은 전에 앓던 비병(脾病)이 위(胃)에 옮겨진 것이다. 비병으로 오는 기침[脾欬]이 멎지 않으며 긴 회충을 토한다.
나쁜 기운[厥氣]이 위에 침범하면 음식을 먹는 꿈을 꾼다.
위맥(胃脈)이 나타나면 병의 형태가 어떠한가? 위맥이 실하면 배가 불러 오르고, 허하면 설사를 한다.
비(脾)는 힘살[肉㬷]에 응한다. 힘살이 굳고 크면 위(胃)가 두텁고 힘살이 가늘면 위가 얇으며 힘살이 작고 미약하면 위가 든든하지 못하고 힘살이 그 몸에 알맞지 않는 것은 위가 처진 것이다. 위가 처지면 위가 조인다. 힘살이 단단하지 못하면 위가 늘어지고, 힘살에 울룩불룩한 것이 없고 팽팽하게 보이면 위가 조이고, 힘살에 울룩불룩한 것이 많으면 위가 맺힌 것이다. 위가 맺히면 위의 상완(上脘)이 조여서 편안치 못하다.
편작(扁鵲)이 말하기를, “족태음경(足太陰經)과 족양명경(足陽明經)이 표리가 된다. 비위(脾胃) 병은 실증인 경우 열에 상한 것이고 열에 상하면 물을 자주 마시나 항상 목이 마르다. 허증인 경우 한(寒)에 상한 것인데 한에 상하면 배가 늘 고프면서 항상 아프다. 풍수종(風水腫)이 발생하는 것은 그 근원이 위(胃)에 있다. 먼저 팔다리에서 시작되어 배가 불러서 커지며 온몸이 붓는다.”고 하였다. 【처방은 수종문(水腫門)에 있다.】
위 기운이 끊어지면 치료할 수 없고 5일 만에 죽는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혀가 붓고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며 대변이 붉고 설사를 하는 것을 봐서 안다.
족양명(足陽明)의 경맥은 콧대에서 시작하여 옆으로 수태양(手太陽)의 경맥을 엮으면서 코 바깥쪽으로 내려가 윗니 속에 들어갔다가 도로 나와서 입을 끼고 입술을 돌아 내려가 승장(承漿)혈에서 엇바뀌어 턱 뒤 아래 모서리를 따라서 대영(大迎)혈로 나오고 협거(頰車)를 돌아 귀 앞으로 올라가서 객주인(客主人)을 지나 발제(髮際)를 따라 이마 꼭대기로 올라간다.
그 한 가닥은 대영(大迎) 앞쪽에서 인영(人迎)으로 내려가고 울대[喉嚨]를 따라 결분(缺盆)으로 들어갔다가 횡격막을 뚫고 내려가 위(胃)에 속하고 비(脾)에 얽힌다.
그 곧은 가닥은 결분(缺盆)에서 유방 안쪽 모서리로 내려가 배꼽을 끼고 기가(氣街) 속으로 들어간다.
그 한 가닥은 위(胃)의 아래 어귀에서 시작하여 뱃속으로 내려가는데 기가(氣街) 속에서 합쳐 비관(髀關)으로 내려가 복토(伏兎)를 지나 무릎으로 내려가 정강이뼈 속으로 들어갔다가 정강이 바깥 변두리를 따라 발등으로 내려가서 가운데 발가락 안쪽 사이로 들어간다.
그 한 가닥은 무릎 아래 3치 되는데서 갈라져 가운데 발가락 바깥 사이로 들어간다. 그 한 가닥은 발 등 위에서 엄지발가락 안쪽 끝으로 내려간다.
이 경맥의 시동병(是動病)은 오슬오슬 추워 떨며 기지개를 잘 켜고 하품을 자주하며 얼굴빛이 검은 것이다. 병이 이르면 사람이나 불을 싫어하고 목 기운으로 나는 소리[木音]를 들으면 무서워하고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며 방문을 닫고 혼자 있으려 한다.
병이 심하면 높은데 올라가 노래를 부르며 옷을 벗어버리고 달아난다. 배가 팽팽하게 불러 오르는 것은 한궐(骭厥)증이다. 이 경맥은 혈을 주관하는데 경맥의 소생병(所生病)은 광증(狂症)과 학질(瘧疾), 온열로 난 병, 땀이 나고 코가 막히며 코피[鼻衂]가 나는 것과 입이 비뚤어지고[口喎] 입술이 조이며[唇緊] 목이 붓고 후비(喉痺)가 되며 배가 부어 커지고 무릎 종지뼈가 다 붓고 아프며 젖가슴, 기가(氣街), 허벅다리, 복토(伏兎)로부터 정강이뼈 바깥 변두리와 발등이 다 아프며, 가운데 발가락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가 실하면 몸의 앞면에 모두 열이 나는데 그 열기가 위에 많으면 음식을 잘 소화시켜 항상 배가 고프고 오줌 빛이 누렇다. 기가 부족하면 몸의 앞면이 다 차가워서 떨리는데, 위 속[胃中]이 차가우면 배가 창만해진다. 실증의 경우 인영맥(人迎脈)이 촌구맥(寸口脈)보다 3배나 크며, 허증의 경우 인영맥이 도리어 촌구맥보다 작다.
[주-D001] 식비(食痺) : 간기(肝氣)가 성하여 비위(脾胃)의 기능을 억눌러 담음(痰飮)과 어혈(瘀血)이 명치 아래[心下]에 정체되고 음식을 먹으면 명치 아래가 더부룩하며 아프고 잘 소화되지 않는데 토(吐)하면 시원한 병증을 말한다.[주-D002] 위관(胃管) : 임맥(任脈)에 속하는 혈(穴)로, 족양명(足陽明), 수태양(手太陽), 임맥의 회혈(會穴)이며 배꼽 중심에서 5치 위에 있다. 상관(上管), 위완(胃脘), 상완(上脘)이라고도 한다.[주-D003] 위창(胃脹) : 찬 기운을 받아 배가 그득하고 위완(胃脘)이 아프고 코에서 타는 냄새가 나며 음식을 먹지 못하고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 병증을 말한다.[주-D004] 위학(胃瘧) : 식학(食瘧)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학질에 걸렸을 때 무절제하게 먹고 마셔 이 병이 되기도 한다. 오한(惡寒), 발열하며 자주 배가 고프나 먹지 못하고, 먹으면 속이 그득하고 배가 당기면서 아프고 매일 발작하는 병증이다. 육부(六腑)에는 학질(瘧疾)이 일어나지 않는데 위(胃)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지나치게 굶주리거나 배불리 먹어 위기(胃氣)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주-D005] 승장(承漿) : 임맥(任脈)의 혈자리로, 임맥, 독맥(督脈), 수족양명경맥(手足陽明經脈)의 회혈(會穴)이며 정중선에서 아랫입술 아래 가장 우묵한 곳이다.[주-D006] 대영(大迎) :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혈자리로 하악각(下顎角)에서 1치 3푼 앞 교근(咬筋)의 앞쪽 아랫부분에서 동맥이 만져지는 곳이다.[주-D007] 협거(頰車) :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혈자리로 하악각(下顎角)과 귓방울을 연결한 선상의 중간에서 5푼 앞 오목한 곳이다.[주-D008] 객주인(客主人) :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에 속하는 상관혈(上關穴)이다. 수족소양(手足少陽)과 족양명(足陽明) 경맥의 교회혈(交會穴)로서 관골궁(顴骨弓)의 맨 도드라진 곳에서 관골궁의 윗쪽 아랫부분 우묵한 곳이다.[주-D009] 인영(人迎) : 인영맥(人迎脈)을 짚는 부위로, 후두 결절의 양 옆쪽 경동맥 부위에서 맥이 뛰는 곳을 말한다.[주-D010] 결분(缺盆) :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혈자리로 쇄골 부위에서 쇄골상와(鎖骨上窩)의 제일 우묵한 곳이다.[주-D011] 기가(氣街) : 양명위경(足陽明胃經)에 속하는 기충혈(氣衝穴)의 다른 이름으로 자개미 부위의 동맥 박동이 짚이는 곳이다. 치골(恥骨) 결합선 윗쪽 5푼에서 양 옆으로 각각 2치씩 떨어져 있다.[주-D012] 비관(髀關) : 넓적다리 앞쪽 위의 관절 부위를 말한다.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에 속하는 혈자리로, 대퇴골 앞에 있는 광근막 긴장근과 봉장근(縫匠筋)이 갈라진 사이의 우묵한 곳이다.[주-D013] 복토(伏兎) :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혈자리로 슬개골(膝蓋骨)의 윗쪽 곧바로 6치 올라가서 대퇴직근 기육(肌肉)이 융기한 부위이다. 그 모양이 토끼가 엎드려 있는 듯하여 복토(伏兎)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