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는 3년만에 개막전 패배를 당했다. 개막전 뿐만 아니라 미네소타와의 개막 3연전을 모두 내줬다. 4월21일 텍사스 원정에서는 연장 13회 끝내기 0-1 패배. 그리고 9연패로 4월을 잔인하게 마감했다(7승16패 .304). 5월까지 5할 승률을 되찾지 못한 캔자스시티는 지구 최하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22승30패). 그러자 주변에서는 예비 FA 선수들을 일찌감치 넘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 는 말들이 나왔다. 무어는 좀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무어의 기다림에 캔자스시티 선수들이 응답한 것은 6월7일이었다. 캔자스시티는 이날 메이저리그에서 혼자 7할대 승률을 기록 중인 휴스턴(.724)을 만났다. 휴스턴 핵타선은 어김없이 캔자스시티를 폭격. 5회까지 5점의 리드를 잡았다(7-2). 6회말 한 점을 쫓아간 캔자스시티는 8회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체슬러 커스버트의 적시타로 한 점 더 보탠 이후 2사 만루에서 위트 메리필드의 동점 3타점 2루타가 나왔다. 캔자스시티는 9회말 마이크 무스타커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대역전극을 완성. 2015년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이어 또 한 번 휴스턴에게 경기 후반 트라우마를 심어줬다.
분위기를 바꾼 캔자스시티는 이후 45경기 29승16패의 상승세를 탔다. 지구선두 클리블랜드에 두 경기 차 뒤진 2위, 와일드카드 순위도 포스트시즌이 보장되는 2위에 올라 있었다(55승48패).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가담한 캔자스시티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포스트시즌이 불확실한 시즌을 이어갈지, 아니면 선수들을 판매하고 다음 시즌을 내다볼지 결정해야 됐다. 놀랍게도 캔자스시티는 갈 때까지 가보기로 결심. 샌디에이고에서 투수 세 명(케이힐 마우어 벅터)을 들여왔고, 타선의 유연성을 더해줄 멜키 카브레라도 받아왔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체질 개선을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캔자스시티의 과감한 행보는 그 자체로도 박수를 받았다.
아쉽게도 결과는 아름답지 못했다. 캔자스시티는 8월 10승18패로 내려앉아 경쟁에서 멀어져갔다. 시즌 막판까지 남아있던 희망도 9월27일 디트로이트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날 캔자스시티는 2-1로 승리했지만, 미네소타가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확정지었다. 애리조나와 격돌한 정규시즌 최종전. 캔자스시티는 경기 승패보다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준 네 선수(호스머 무스타커스 케인 에스코바)와 이별에 집중했다. 네드 요스트 감독은 5회가 끝나고 네 선수를 동시에 교체하면서 홈 팬들과 마지막 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2011년부터 함께한 이들은 같은 기간 캔자스시티 야수 전체 승리 기여도의 42.1%에 해당하는 55.0을 합작했다.
Good : 호스머는 캔자스시티 아니 스캇 보라스의 기를 살려줬다. 전 경기 출장으로 변함없는 내구성을 선보인 데 이어 공격에서 최고 시즌을 만들었다(.318 .385 .498). 조정 ops 132는 2015년 122를 뛰어넘는 개인 기록. 조정득점창조력(wRC+) 역시 135로 새롭게 경신했다(종전 2015년 124). 호스머의 방망이가 뜨겁게 불타오른 경기는 7월27일 디트로이트전. 통산 첫 만루홈런을 친 데 이어 5안타, 6타점을 쓸어담고 대폭발했다. 호스머 이전 5안타, 6타점 경기를 해낸 캔자스시티 타자는 1987년 케빈 사이처 뿐이었다. 생애 첫 실버슬러거를 거머쥔 호스머는 리그 1루수 중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4.1). 하지만 수비만 아니었다면 승리 기여도는 더 높아질 수 있었다. 통산 네 번째 골드글러브를 손에 넣은 것과 달리 호스머의 수비력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디펜시브런세이브(DRS)가 -6에서 -7로 하락. 그러다 보니 수비 지표가 영향을 미치는 필딩바이블 수상에서는 후보에도 이름을 못 올렸다(폴 골드슈미트).
무스타커스도 FA를 앞두고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272 .314 .521). 지난해 약점이었던 우완 상대 성적을 .229 .297 .494에서 .273 .321 .541로 끌어올렸다. 떠나기 전 팀 역사에 자신의 이름도 새겼다. 1985년 스티브 발보니(36홈런)를 내리고 단일시즌 최다홈런 타자로 등극한 것(38홈런). 캔자스시티 최초의 40홈런은 실패했지만, 항상 펀치력이 부족했던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무스타커스는 시즌이 끝나고 리그 재기상(Comeback Player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됐다.
캔자스시티는 무스타커스를 앞세워 한시즌 팀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193홈런). 한 명도 귀했던 25홈런 타자가 동시에 세 명이 나온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살바도르 페레스 27홈런, 호스머 25홈런). 한 방에 힘을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 일은 줄어들었다. 캔자스시티가 팀 도루 100개를 넘기지 못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91도루). 사라지는 듯 했던 캔자스시티 팀 컬러를 지켜준 선수는 혜성처럼 나타난 위트 메리필드였다. 2년 전 룰5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받은 메리필드는 캔자스시티의 슈퍼맨이었다. 뛰어난 타격(.288 .324 .460)과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수비(DRS 내야 +5, 외야 0) 여기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34도루까지 해냈다. 캔자스시티 도루왕은 1971년 아모스 오티스(52개) 1977년 프레디 패텍(53개) 1979년 윌리 윌슨(83개) 2000년 자니 데이먼(46개)에 이어 5번째다. 알렉스 고든은 "모든 기록을 들여다봐도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선수"라며 메리필드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칭찬했다. 메리필드와 더불어 로렌조 케인이 공격/수비/주루에서 보탬이 되는 활약을 했다(.300 .363 .440 fwar 4.1).
마운드는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모두 성적이 떨어졌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리그 12위(4.89) 지난해 리그 2위(3.45)로 자존심을 지킨 불펜은 리그 9위(4.24)로 추락했다. 그나마 목을 축여준 선수가 FA를 앞두고 회춘한 제이슨 바르가스(34)였다. 토미존 수술로 2년간 허송세월을 보낸 바르가스는 다시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포심 평균 86.4마일은 규정이닝 58명 중 사실상 가장 느린 구속(디키 84.0마일). 도저히 반등 여지가 없었던 바르가스를 일으켜 세운 것은 체인지업이었다. 바르가스는 포심을 버리고 싱커와 체인지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체인지업 비중 34.1%는 ML 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할대 피안타율(.184)을 자랑하면서 타자들을 녹였다. 12승3패 2.62(17경기)를 기록한 전반기는 올스타 투수로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후반기 급격한 난조(6승8패 6.38)에 빠졌지만 리그 최다 18승에 성공. 캔자스시티 다승왕은 바르가스 이전 1977년 데니스 레오나드(20승) 1989년 브렛 세이버하겐(23승) 두 명이 전부였다.
불펜에서도 바르가스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있었다. 어깨 수술 때문에 2014년 이후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이 없었던 마이크 마이너였다. 비슷한 공백기를 가진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구위였다. 마이너는 포심 평균 구속이 부상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91.4→94.4마일). 선발 욕심을 버리고 불펜에서 전력 피칭을 한 결과였다. 빼어난 탈삼진 능력(K/9 10.20)과 안정된 제구(BB/9 2.55)를 바탕으로 예전 선발로 뛸 때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승리 기여도 2.1은 리그 불펜 5위(1위 킴브럴 3.3). 캔자스시티는 마이너와 함께 불펜 왼쪽 날개를 펼친 스캇 알렉산더(58경기 2.48)가 요스트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마이너와 알렉산더는 잠시 마무리도 맡았다).

Bad : 지난 1월 5년 6500만 달러 장기계약을 받은 대니 더피(사진)는 부상에 신음했다(9승10패 3.81). 5월 사근 부상에 이어 8월에는 팔꿈치가 속을 썩였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8월말에는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기계약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좀더 지켜봐야 될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투수들도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칸스는 5월말 팔 통증을 호소. 결국 두 달을 버틴 끝에 흉곽출구 증후군 수술을 받았다(9경기 2승2패 4.17). 목과 어깨 신경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이 병은 팔과 손가락의 감각을 무뎌지게 한다(캔자스시티는 루크 호체이버와 카일 짐머가 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해멀은 벤추라를 더 그립게 만들어줬으며(8승13패 5.29) 트래비스 우드는 차라리 방망이를 쥐어줬어야 됐나 란 생각이 들었다(28경기 6.91). 실제로 우드는 샌디에이고로 넘어간 뒤 17타수 4안타(.235) 2홈런 6타점을 올렸다. 시즌 중반 건너온 케이힐(10경기 8.22)과 마우어(26경기 8.10)도 재앙에 가까웠다.
이안 케네디는 길 메시를 한 번 만나봤으면(5승13패 5.38). 9월30일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5이닝 1실점) 18경기 연속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9패 6.13). 케네디는 올시즌 이후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는데, 그냥 남아서 3년 4900만 달러를 다 챙기기로 했다(2011년 캔자스시티 길 메시는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유로 1200만 달러 연봉을 포기한 바 있다). 켈빈 에레라는 불펜 삼대장 시절 위력을 잃었다(26세이브 4.25). 마치 <범죄도시> 장첸, 위성락이 떠나고 양태 혼자 남은 기분. 작년부터 구속이 떨어진 포심이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포심 피안타율 .237→.269). 몇 년전만 하더라도 불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던 캔자스시티는, 전설의 삼대장은 잊고 새로운 필승조를 구축해야 한다.
타선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장기계약자가 있었다. 캔자스시티가 작년 1월 4년 7200만 달러 대우를 해준 알렉스 고든이다. 고든은 2011-14년 승리 기여도 리그 6위(22.2)에 올랐던 선수(1위 그 녀석 29.4). 부상으로 고생한 2015년 2.8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3까지 낮아졌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올해는 0.0에서 아무런 변동을 일으키지 못했다. 통산 5번째 골드글러브를 따낸 좌익수 수비만 볼거리(DRS +9). 타석에서는 덕아웃으로 돌아가기 바빴다(.208 .293 .315). 조정득점창조력 62는 규정타석에 진입한 144타자 중 루그네드 오도어(61)만이 밑에 있었다. 고든과 같은 순위에 있는 두 명 중 한 명은 내셔널리그 호세 페라자(신시내티)다. 또 다른 나머지 한 명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알시데스 에스코바(.250 .272 .357)였다. 지난 4년 중 3번째 개근상을 탄 에스코바는 현재 가장 긴 333경기 연속 출장 중. 그러나 열심히 나온다고 모두가 우등생이 아니듯 에스코바도 열심히는 나오는데 성과는 미미한 선수였다.
웨이드 데이비스가 컵스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반면 솔레어는 트리플A에서 보여준 게 더 많았다(35경기 .144 .245 .258). 이밖에 무어가 데려온 모스(.207 .279 .428) 부테라(.227 .284 .319) 멜키 카브레라(.269 .303 .399)는 모두 기대 이하. 되돌아보면 장기계약/트레이드/시장 영입한 선수 중 만족스러운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전력 보강을 하기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 도움은커녕 훼방을 놓은 것. 캔자스시티가 좋은 성적을 낼 래야 낼 수가 없었던 이유였다.
전망 :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게 끝난 축제. 이제는 이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가 눈앞에 놓인 과제다. 4인방(호스머 무스타커스 케인 에스코바)을 비롯해 선발과 불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해준 바르가스와 마이너도 FA로 풀렸다. 내년 시즌 팀이 어떤 식으로 선수 구성을 하게 될지 감조차 오지 않는 상태. 새 판을 짜야하는 리빌딩에 돌입해야 하는 수순이지만, 그 시작점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중계권 계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캔자스시티는 연 2000만 달러 수준의 중계권 계약이 2019년에 종료된다. 캔자스시티와 FOX 스포츠는 지난 5월 간단히 대화 정도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5000만 달러에서 7000만 달러 사이의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행히 캔자스시티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팀 중 하나. 성적이 저조했던 올해도 메이저리그 두 번째로 높은 평균 8.46%가 나왔다(클리블랜드 9.22%). 또 안도가 되는 부분은 데이빗 글래스 구단주가 중계권 계약으로 얻는 이익을 모두 팀 운영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캔자스시티가 당장 내년부터 나 몰라라 식의 시즌은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 는 말을 뒤집어야 한다. 올해 매우 실망스러웠던 무어의 작품들이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캔자스시티는 호스머, 무스타커스, 케인에게 퀄러파잉 오퍼를 제시했다. 일단 세 선수는 제안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다.
야수 fwar 순위
4.1 - 에릭 호스머
4.1 - 로렌조 케인
3.1 - 위트 메리필드
2.2 - 마이크 무스타커스
2.1 - 살바도르 페레스
0.9 - 호르헤 보나파시오
0.5 - 알시데스 에스코바
0.2 - 드류 부테라
투수 fwar 순위
3.4 - 대니 더피
2.1 - 마이크 마이너
2.1 - 제이슨 해멀
1.7 - 호아킴 소리아
1.6 - 제이슨 바르가스
1.1 - 스캇 알렉산더
0.9 - 제이콥 주니스
0.4 - 네이트 칸스
0.3 - 피터 모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