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여쭈어 이르되 우리 가운데
누가 먼저 올라가서 가나안 족속과 싸우리이까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유다가
올라갈지니라 보라 내가 이 땅을 그의 손에 넘겨주었노라 하시니라 (사사기 1:1~2)
언젠가 조사했더니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가 윤동주 님의 <서시>였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으니, 웬만한 사람은 서시의 앞 구절은 대개 외울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이 시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갖 혼탁과 오염의 세계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원했던 시인의 마음에 물들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동주 시인이 살던
일제 강점기는 양상은 달랐지만, 우리 시대 이상으로 자신을 지키고 살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시인은 서른 살도 채우지 못한 짧은 삶을 살면서도 영혼을 채운 주님 말씀으로 지난한 고통을
견디어 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부끄러움을 덮어주고
새 기회 주십니다. 새해엔 평안한 영혼, 알찬 삶, 사랑의 미소 번지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023년을 보내고 2024년을 맞는 우리 모습은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길 바라던 마음과는 너무도 먼 삶을 살았습니다.
그 부끄러움이 커서 새해를 맞으면서 또다시 이 시구를 읊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약함, 실수,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소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덮어주시는 은혜와 새로운 기회를
주시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생애에 다시는 오지 않을 2023년은 지나갔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인도로 살았습니다. 많은 것이 더해지고 풍성했던 이도 있을 것이요, 소중한 것을 잃어 아픈
이도 있을 것입니다. 풍성한 이는 감사로 겸손해야 하고, 아픔을 가진 이는 위로와 치유 가운데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2024년 한 해에 영락 성도님들에게 하나님의 복이 임하길 기원합니다. 영혼은 평안과 기쁨으로
출렁이고, 삶은 알이 꽉 차고, 얼굴엔 행복과 감사와 사랑의 미소가 번지길 원합니다.
2024년 끄트머리에는 후회와 부끄러움은 줄어들고, 감사와 열매는 풍성하길 원합니다.
희생 각오하고 앞서 올라가는 자
하나님께서 짜릿한 승리 주실 것
'영락이여, 올라가라'에 담긴 뜻
새해 영락교회 목회 표어를 〈영락이여, 올라가라〉로 정했습니다.
이 표어는 사사기 1장 1~2절에서 가져왔습니다.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가나안의 개척자인 여호수아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까지도 미정복 지역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미정복 지역이 많았던 이유는 그곳의 가나안 백성이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었습다.
이 상태로 오래 지나면 가나안을 얻지 못할지도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고착된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미정복 지역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그들은 "우리 가운데 누가 먼저 올라가서 싸우리까"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유다가 올라갈지니라" 하셨습니다.
유다 지파는 왕의 지파입니다. 일찍이 야곱이 애굽에서 임종하기 전에 열두 아들을 두고
유언할 때, 유다를 두고 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 그가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통치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이르리니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 (창세기 49:9~10).
여기 '규'는 왕의 지휘봉을 말하는데, 후에 유다 지파에서 다윗 왕이 배출되었습니다.
또 마태복음 1장은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께서도 유다 지파에서 나신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유다 지파는 명실상부한 왕의 지파입니다.
왕은 백성의 앞에 서야 마땅합니다. 백성의 뒤에서 몰아대기만 하는 왕은 진정한 왕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가시고, 제자들이 따라오게 하셨습니다. 먼저 십자가로 나아가시면서,
제자들에게도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왕이십니다. 백성을 위하여
자신을 주시는 왕이십니다.
영락교회도 망설임 없이 얻어야 할 영적 목적을 향하여 올라가길 원합니다. 먼저 팔을 걷어붙이길
원합니다. 먼저 헌신하고, 먼저 기도하고, 먼저 사랑하길 원합니다. 우리 개인도 이렇게 하고,
영락교회도 모든 일에 앞장서길 원합니다. 뒤에서 말만 하지 말고 앞서서 행동하길 원합니다.
앞서려면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올라가면 하나님께서 짜릿한 승리를 주실
것입니다. 유다 지파는 시므온 지파와 함께 올라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먼저 올라가면
하나님께서는 동역자들을 붙여 주실 것입니다. 영락교회가 도전 의식을 가지고 먼저 올라가고,
다른 이들이 거기 함께할 때 승리를 얻을 줄 믿습니다. 이는 지난 두 해 동안 마음에 품었던
<행진>의 비전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 하나님께서 앞서 올라가는 우리와
동행하실 줄 믿습니다.
- 김운성 위임목사님, 영락교회 발간 월간 ‘만남’ 24년 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