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최옥자/글무늬문학사랑회
맬번을 찾았다. 시내 중심에 호텔을 정하고 ‘여유롭고 한가롭게!’ 컨셉을 잡고 할미꽃 5명이 손을 잡았다. 나로서는 4번째 방문 길이다.
멜번은 죄수들의 유배지로 출발한 호주 여느 도시와는 달리 1835년 이주민이 원주민으로부터 땅을 사고 가게와 집을 지으면서 시작되었고, 1851년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도였던 면모답게 도시가 잘 구획되어 있으며, 생활하기도 편리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0위 안에 선정되기도 한 도시다.
골드러시의 영광이 남아 있는 우아한 거리, 멜번의 다운타운은 고풍스러우면서 낭만적이다. 중세 유럽을 연상시키는 건물과 웅장한 성당, 뾰족한 첨탑이 거리를 지키고 고풍스러운 무료 트램이 ‘땡! 땡!’ 종을 울리며 경쾌하게 도시 곳곳을 안내한다.
도심 사이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의 초록 향연이 마음을 툭 트이게도 한다. 곳곳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건물이 많이 남아있고 높고 다양한 현대식 고층빌딩과 어울려져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아름답다.
유명한 공원 피츠로이 가든, 미니어처 빌리지를 찾았고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플린더스 역, 역 뒤로 흐르는 야라강 벤치에 앉아 주위 빌딩에 켜진 밝은 불이 밤을 밝히는 야경 파노라마를 바라보는 것도 경이로웠다, 멜번의 재래시장 같은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도 찾았다.
나지막한 마운틴에 위치한 단테농 퍼핑빌리, ‘칙칙폭폭’ ‘뿡! 기적도 은은한 증기기관차 투어, 디그레이브 스트릿에 위치한 카페 거리, 좁은 골목 양쪽엔 이탈리아 음식 파는 가게가 많고 커피를 사랑하는 이탈리아노들 답게 커피를 팔고 있었다. 블록아케이드 쇼핑몰의 호프타운 티룸(Tea Room)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려 치즈케익을 곁들여 커피도 마셨다. 길거리 예술가들의 그래피티를 구경할 수 있는 호시어 레인, 파이와 커피로 즐긴 동화마을, 어찌 다 부연할까?
어스름 저녁 종일 돌아다녀 피곤한 몸으로 돌아올 때면 ‘댕댕!’ 인근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흰 눈이 온 누리를 하얗게 뒤덮던 날 나는 서울 대공원에 갔었다. 그때에 200살도 넘게 살았다는 큰 거북이가 미동도 없이 바위처럼 묵묵히 엎드려있는 앞에 서서 희로애락에 둔감해 보이는 그 거북이를 무척 부러워했는데 그것은 절절히 저려오는 마음을 감당하기가 내겐 너무 힘겨웠기 때문이다. 이렇듯 산만한 영혼의 몸살은 삼 여년 간 나를 따라다녔다. 아마도 그때에 나는 두 번째의 사춘기를 겪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 해 떨어지는 고즈넉한 초저녁, 멀리서 울려오는 교회 종소리가 내 공동을 울렸었다. 저 세계는 무엇일까? 궁금증은 나의 발길을 교회 부흥회에, 유명한 스님의 불법해설 장에, 성당 피정 장으로 향하게 했었지.
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써 온전한 성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어라
만일에 흙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게 될지 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만일에 모래 벌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며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 어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기에 (기도문 중에서)
영국의 시인 단(Danne)의 시『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헤밍웨이가 쓴 유명한 소설이지만 그 원제목은 존 던의 시에서 따왔다.
어느 누구도 하나의 섬은 아니요, 온전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
각자는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인 공동체의 한 부분이며, 따라서 타인의 일이 곧 나 자신의 일이 된다며 인류의 연대를 강조한다. 자신의 삶을 책임 질 줄 아는 사람,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 인가. 어떻게 살 것 인가.
시가지를 구축한 선대들은 세월 따라 사라지고 후손들이 바쁘게 누비는 멜번 거리를 거닐며, 들려오는 종소리에 방황했던 옛 시절이 떠 올라 화두를 던져본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