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감 오죽했으면… 봉화·영양 ‘인구 50명’ 쟁탈전
[세상만사] 공군 관사 이전 놓고 으르렁
권광순 기자
입력 2023.06.03. 03:00
업데이트 2023.06.03. 07:50
‘인구 50명’을 놓고, 경북 봉화군과 영양군 사이에서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9년 전 지어진 50명 수용 규모의 군(軍) 관사를 서로 갖겠다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일월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붙어 있는 봉화군과 영양군은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봉화군은 한때 인구 10만명이 넘는 경북의 대표적 농업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점차 줄어 지난 4월 기준 3만39명으로 급감했다.
영양군은 울릉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 1970년대까지만 해도 7만명 수준이었는데, 지난 4월 기준으로 1만59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 시·군·구 2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연구원의 지방소멸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에서 봉화군은 0.451, 영양군은 0.473으로 두 곳 다 0.5 미만이어서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문제의 군 관사는 1965년 영양군 일월면에 들어선 공군 레이더 기지의 장병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1994년 관사 14동과 간부 숙소 28동 규모로 지어졌는데, 부대에서 22.5㎞나 떨어져 있는 봉화군 춘양면에 지어졌다. 당시 군은 장병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철도와 역(驛)이 있는 봉화에 지었다고 한다.
최근 30년 동안 가만히 있던 영양군이 먼저 도발했다. 지난 3월 공군참모총장 앞으로 ‘공군 군인 관사 영양군 이전 건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새 관사 부지를 영양 읍내에 마련해 주고 관사 신축 건립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봉화군 관사를 매입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관사도 없이 부대만 있어, 58년 동안 개발 제한 등 불이익을 감내했다”며 “군장병은 그냥 인구 유입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봉화군은 발끈했다. 인구 3만 벽이 붕괴될 위기에 있는 봉화군 입장에선 장병 50명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봉화군의회는 지난달 25일 ‘춘양면 군인 관사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방부와 공군사령부는 군인 관사 영양군 이전 계획을 전면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춘양면 주민 50여 명은 관사 이전 반대 결의 대회를 열었고, 주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옆동네에 있는 인구를 빼내 인구를 늘리려는 영양군의 발상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성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봉화와 영양의 다툼은 지역 소멸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지자체들 사이에선 앞으로 이런 인구 확보 전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군은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1조~2조원이 투입되는 양수발전소 유치전도 펼치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환경 훼손과 개발 제한 등을 불러오는 기피 시설인데도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꼭 유치해야 한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다.
영양군
봉화군
공군관사 이전
양수발전소
인구소멸
권광순 기자
권광순 기자 편집국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경북지역 23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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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벌
2023.06.03 06:27:09
군이 가장 편리한 곳에 관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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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23.06.03 06:36:16
일자리가 없으니 떠나지... 일자리가 넘치면 돌아온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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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비로봉
2023.06.03 06:49:09
그냥 웃고 넘기기엔 너무나 슬픈 현실이다. 이런 방법말고 다른 인구유입 정책은 없을까?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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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wul
2023.06.03 07:11:32
공군관사는 휠씬 가까운 영양에 두는 게 맞다. 춘양은 극한지이기도 하고 관사가 23km 떨어져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양수발전소도 같은 지형조건이 영양이 최적지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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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
땅꼬마1
2023.06.03 06:21:20
결과만 있고 원인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모든 행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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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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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2023.06.03 07:10:07
중앙아시아에 있는 고려인, 베트남 필리핀에 있는 한인들의 후혜 라이따이한 이민을 받아 인구를 보충하는 것이 현명한 조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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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
정두산
2023.06.03 07:52:40
군기지가 있는 지역에 관사도 있어야 맞다....군기지로 불이익을 보고 있는데 관사는 다른 지역이라니 말이 안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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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자구
2023.06.03 07:39:10
시골로 귀농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귀농귀촌하면 삼대가 망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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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2023.06.03 07:22:36
농업의 기계화 결과다.
답글작성
4
0
duduqls
2023.06.03 07:15:22
인구의 탈서울화를 촉진화 시키는 방안을 좀 만들어라 300명과 그 보좌진 월급도둑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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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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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2023.06.03 09:26:33
대한민국 인구 절벽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군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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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79
2023.06.03 08:49:28
그런데 귀농 귀촌하면 발전 기금은 왜 걷냐?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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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야
2023.06.03 09:05:41
글쎄유 ~~ 텃세 때문에 못살고 나오는 사람도 많다던데 ... 쩝
하마야
2023.06.03 08:44:00
오래전 경기도 이천에서는 공수부대가 그 지역으로 이전된다고 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현장에서 불쌍한 살아있는 아기돼지를 찢어 죽이는 일까지 있었는데 , 군 50명의 관사를 놓고 서로 유치하려 한다니 웬일이래 ?
답글작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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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구하기
2023.06.03 08:34:25
양양군의 주장이 합리적이고 실질적이고 국가에 이롭다!! 다만 서로의 사정이 있으니 군수 두명이 가위바위보해서 합쳐라!! 그러면 공무원 분할손이 없어져 국가에 더욱 이롭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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