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인이시여, 질투를 조심하십시오.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입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주군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야고가 자신의 함정에 빠진 주군 오셀로에게 한 대사다. 이야고는 오셀로에게 앙심을 품고 오셀로의 신임을 받던 부하 캐시오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그러자 아내를 의심하게 된 오셀로는 의심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데스데모나를 침대 위에서 눌러 죽인다. 하지만 나중에 아내의 결벽을 알게 된 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셀로가 아내의 불륜 증거로 믿은 것은 단 한 장의 손수건이었다. 일단 의심의 병이 일어나면 거대한 질투에 눈이 멀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고 파멸에 이른다는 한 남자의 비극적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것을 의처증(疑妻症), 아내가 남편의 부정을 의심하는 것을 의부증(疑夫症)이라고 한다. 사랑과 믿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가정 안에서 상대방의 사랑과 믿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조(貞操)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의 하나가 부정망상(不貞妄想, delusion of infidelity)이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민수기 5장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의식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이 의심의 죄를 다루는 장이다. 성경이 얼마나 치밀하고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책인지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지 깨닫게 되는 장이다.
(민 5:14) 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 그 아내를 의심하였는데 그의 아내가 더럽혀졌거나 또는 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 그 아내를 의심하였으나 그 아내가 더럽혀지지 아니하였든지 (민 5:15) 그의 아내를 데리고 제사장에게로 가서 그를 위하여 보리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헌물로 드리되 그것에 기름도 붓지 말고 유향도 두지 말라 이는 의심의 소제요 죄악을 기억나게 하는 기억의 소제라
의심이 생기면 가족간의 불화는 깊어지고 가정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 하나님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소제를 드리도록 했다. 그리고 의심받는 배우자를 제사장에게 불러서 토기에 성물을 담고 성소 바닥의 티끌을 긁어서 그 물에 넣는다. 그 쓴 물을 의심받는 사람이 들고 제사장은 저주의 말을 들려주고 그것을 두루마리에 기록해서 쓴물에 빨아 넣고 그가 무죄하면 해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음과 같은 맹세하게 한다.
(민 5:21) (제사장이 그 여인에게 저주의 맹세를 하게 하고 그 여인에게 말할지니라) 여호와께서 네 넓적다리가 마르고 네 배가 부어서 네가 네 백성 중에 저줏거리, 맹셋거리가 되게 하실지라 (민 5:22) 이 저주가 되게 하는 이 물이 네 창자에 들어가서 네 배를 붓게 하고 네 넓적다리를 마르게 하리라 할 것이요 여인은 아멘 아멘 할지니라
그렇다면 왜 이런 이상한 의식을 하도록 했을까? 그것은 의심의 병으로부터 그 가정을 지키려고 하시는 하나님의 특별 처방전이었다. 증거가 없어도 의심이 생기면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하면서 상대방을 미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열 번이나 전화했는데? 누구랑 그리 즐겁게 통화한 거야?” “휴대전화에 왜 잠금장치를 해놨어? 내가 보면 안 되는 내용이 얼마나 많길래 그래?” “오늘 귀가 시간이 왜 30분이나 늦었어? 어디 들렀다 온 거야? 1분 단위로 말해 봐.”
결국은 가정이 폐허가 되고서야 끝나는 이 지루한 의심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하나님은 의심하는 소제를 드리도록 처방해 놓은 것이다. 의심받고 고통당하는 배우자를 위한 특별한 처방전인 셈이다.
하나님 아버지! 의심의 병이 일어나면 너도나도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증거도 없이 신뢰의 대상이 되어야 할 배우자를 의심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고 또한 의심의 병에 걸린 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도 저희에게 주시기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시고 살피시는 주님의 자비하심에 감사드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