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Q] '구르미 그린 달빛' 순정왕후 채수빈, 김유정만 바라보고 있는 박보검을 향한 애잔한 일편단심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역시나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지만 왕세자와 역적의 딸이라는 서로의 출생으로 인하여 엇갈릴 수 밖에 없는 박보검과 김유정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일 것이다. 하지만 박보검과 김유정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 뒤에는 박보검을 향한 흔들림 없는 연심을 품고 있는 채수빈의 일편단심도 있었다.
4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14회에서는 예조판서 조만형(이대연 분)의 딸인 조하연(채수빈 분)이 정식으로 세자비에 책봉되어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조하연(채수빈 분)은 정식으로 세자빈에 입봉되게 된다.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홍라온(김유정 분)과 왕세자 이영의 만남이 처음부터 서로를 향한 관심이 존재하는 만남이었다면, 조하연과 왕세자 이영의 만남은 처음부터 이영을 향한 조하연의 일방통행이 예고된 것이었다. 조하연은 풍등제에서 이영을 처음 만나지만, 그때는 이영이 왕세자인지도 모른 채 이영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영에게 조하연과의 만남은 그저 홍라온과 함께 날릴 풍등을 사는 과정에서 잠시 스친 한 여인이었을 뿐이다.
이후 조하연은 명은공주(정혜성 분)의 동무가 되어주기 위해 입궐했다가 이영을 만나고 비로소 그가 왕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풍등제에서 지갑을 두고 온 자신에게 풍등을 건넨 이영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조하연은 궐에서 이영과 재회하며 확실하게 이영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때 이영의 마음은 이미 확고하게 홍라온을 향하기 시작한 다음이었다. 조하연이 이영에게 호감을 나타낼 당시 이영의 마음 속에는 청나라 사신과의 연회 자리에서 춤을 춘 무희가 홍라온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시인 홍라온이 그 무희가 맞으며 여자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 이영은 홍라온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시작한 다음이었다.
조하연 역시 이런 이영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조하연은 궐에 들어오면 혹시나 이영과 마주칠까 긴장했고 이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이영은 그런 조하연에게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말로 상처를 준다.
그러나 세자인 이영에게 확실한 자기편을 만들어주겠다는 왕(김승수 분)의 명에 따라 기존 외척세력인 안동 김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예조판서 조만형의 딸 조하연이 세자빈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영과 조하연의 관계에도 변화가 온다. 홍라온을 향한 이영의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지만, 조하연은 이영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직 이영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에 기꺼이 사랑이 없는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박보검 분)과 조하연(채수빈 분).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3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 13회에서 홍라온은 자신이 역적 홍경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영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조하연에게 이영과 자신이 은밀한 만남을 가져오던 서책고에 대해 알려준다. 홍라온은 이영이 정략결혼이라고 해도 잘 어울리는 상대인 조하연과 국혼을 치름으로써 자신을 잊어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리고 서책고에서 이영과 만난 조하연은 이영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왕세자인 이영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왕세자의 신분으로 감히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서로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란 것을 눈치챈 조하연은 "피하실 수 없다면 전하와 저하께 도움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어떠실런지요"라며 "큰 뜻을 품고 날개짓하시기 위해 저와 제 집안을 이용하십쇼"라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조하연은 "저도 다른 정인(情人)을 품고 있는 사내에게 애정을 구걸할 만큼 한심한 여자는 아닙니다"라며 "제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말로 세자빈, 향후에는 중전이 되어 권세를 누릴 수 있다면 이영이 평생 자신을 마음에 품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독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말은 조하연이 실제 역사에서 순정왕후 조씨에 대응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본다면 실로 의미심장한 장면이기도 하다.
순정왕후 조씨는 세도정치의 막을 연 안동 김씨 가문의 권세를 종식시키고 조선 후기까지 이어지는 풍양 조씨의 권세를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훗날에는 왕세자 이영의 실존인물인 효명세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강화도령'이라 불린 철종까지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왕실의 큰어른인 대왕대비가 되어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궐에 들이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즉 왕세자 이영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혼을 하겠다는 조하연의 이런 말은 실제 역사에 비추어 보면 조선 말기에 대한 상당히 의미심장한 복선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조하연이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직 부와 명예를 위해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그런 악녀(惡女)의 포지션에 있는 인물은 아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 14회에서 왕이 친히 세자빈을 간택하는 자리에서 조하연은 "어떤 세자빈이 되어줄 것이냐"는 왕의 물음에 "저는 그저 연모하고 또 연모하고 또 연모할 것입니다. 연모하는 마음만이 저하를 위한 인내도 희생도 가능케 한다 그리 믿기 때문입니다"라며 이영을 향한 일편단심의 연심을 드러냈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이런 조하연의 연심에 대한 이영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혼이 성사된 후 이영은 홍라온과의 추억이 남아 있는 정원에서 조하연을 만나게 된다. 조하연은 "성심을 다해 저하를 보필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만, 이영은 "거래일 뿐인데 그럴 것 까진 없소"라며 차갑게 대꾸한다.
조하연은 이런 이영의 냉대에 애달픈 마음을 꾹 눌러삼키며 "저하께서 치세를 펼치셔야 저희 가문에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지만, 이영은 그런 조하연에게 "하나만 약조하시오. 이 곳에 들어오지 마시오. 다시는"이라며 세자빈이 된 조하연이 자신과 홍라온의 추억이 서린 이 공간에 침범하지 말라고 말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처럼 일방통행의 연심을 보여주는 것이 비단 이영(박보검 분)과 조하연(채수빈 분)의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영을 일편단심으로 사모하는 홍라온(김유정 분)의 마음을 알면서도 처음부터 홍라온을 내시가 아닌 한 명의 여자로 좋아하던 김윤성(진영 분)의 마음 역시 결코 사랑을 얻지 못함을 알면서도 홍라온만 바라보는 일편단심이었다.
그래도 홍라온을 향한 김윤성의 마음은 홍라온이 김윤성에 대해 가지는 미안하고도 고마운 감정으로 어느 정도 보답을 받는다면, 조하연을 향한 이영의 말에는 차가운 냉기와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어 조하연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낸다.
이영과 홍라온의 이뤄지기 어려운 사랑이 애틋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이뤄졌음에도 평생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정인이 다른 여자를 평생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조하연의 일편단심 외바라기 사랑은 슬프고 애잔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출처 : 스포츠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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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슬픈 짝사랑...
슬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