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특별한 장학생 선발조건
장학생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의 것으로 생각하고 언감생심 장학금을 받을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동북인도 어느 시골 신학교를 방문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마침 그 지역이 중앙정치에 반기를 든 일과 가뭄으로 인하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참으로 허름한 학교 건물을 돌아보고 있는데 학생 3명이 이불 보따리를 들고 교장선생님에게 하직 인사를 하려고 왔다. 몇 달 동안 기숙사비를 내지 못했는데 고향의 부모님들이 보내줄 돈이 없으니 내려와서 농사를 지으라고 하니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도 처지가 딱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셨다. 사연을 듣고 나그네인 주제에 학생들에게 공부하고 싶으면 믿음으로 기도하며 남아서 열심히 하고 싫으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면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하여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한지 새해가 되면 어느덧 28년이 된다. 그들 3명을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학교의 학생들을 오늘날까지도 지원할 뿐만 아니라 2개 나라의 많은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자신이 사람들의 호의로 생활하는 사람이라 장학생 수를 늘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2천년 봄에 졸업을 앞두고 학비가 없어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을 만난 뒤로 장학생 수를 대폭 늘였다. 그런데 참으로 신묘하게도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장학금 지원도 늘어났다. 그러나 그때까지 장학금을 지원하며 내가 직접 선발한 학생도 없었고 교단이나 단체의 부탁과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읍소하는 학생들에게 감동이 되는 대로 지원하였다. 그래서 이름조차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고 졸업 사실도 확인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일이 기록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 돈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 때 그 때 선한 뜻을 가지신 분들의 마음을 모아서 지원하는 것이므로 모금이 안 되면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이 흘러 28년에 이르렀고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으며 감동과 위로를 받고 있다.
장학생을 직접 선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명단을 주면 그것으로 족하였고 추천자가 학생 사진과 이력을 간단하게 적어주면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장학생을 직접 선발해야 하는 일이 일어났다. 인도 데칸고원에 위치한 어느 작은 읍에 작은 건물을 짓고 어린이집과 공부방 등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지역이 도시에서 철거당한 빈민들에게 주어진 자리였기 때문에 빈곤과 절망, 알콜 중독과 실업이 만연한 곳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다양한 모색과 노력을 하는 중에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당시 우리 학생들의 부모님 대부분이 일일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부모님을 따라서 품팔이를 하였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중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중간치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 공부에 열의를 가진 학생들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공립학교의 수준이 별로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학교공부를 우습게보고 있었다. 우리는 지역 아이들의 지적 욕구와 자부심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그런 학생들을 공립학교에서 영어학교로 전학시키기도 하고 전문대학이나 대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주는 장학금 제도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방법을 찾으며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우리에게 와서 자기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당시 그 아이는 공부방에 나오기는 하였지만 공부에 뒤처지는 아이였고 학교 수업도 성실하지 않은 것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게다가 편모슬하에서 두 명의 어린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한 말이기 때문에 가슴에 새겨두고 그 아이를 유심히 살피도록 하였다. 그 아이는 자기를 둘러싼 수렁과 같은 상황을 극복하려고 자신과 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아이와 어머니를 불러서 영어학교로 전학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 아이는 흔쾌히 대답을 하였고 우리는 보통 수준의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학교로 그를 전학시키고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적응과정을 지켜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제안은 그 아이에게 참으로 무모하였다. 그 학교 수준이 중산층의 하급 정도의 학생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들과 거리가 너무 먼 수준에서 사는 그 아이에게 그 학교는 감당하기 너무 힘든 자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적응을 해서 우리를 안심시켰다. 이후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서 학생카드를 작성하였다. 학생카드를 참고하여 학생을 선발해서 공부방 교사의 의견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였다. 잦은 결석과 불량한 성적이 태반인 우리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장학생 선발기준은 처음부터 일반적일 수가 없었다.
우리는 기도와 묵상 끝에 희망공동체의 장학금 선발의 첫 번째 기준을 공부방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결석하거나 지각이 있거나 조퇴가 잦은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여도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꼴찌라 할지라도 성실하게 출석하는 아이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성실한 꼴찌는 공부를 잘하는 불성실한 학생들보다 공동체에서 더 따스한 보살핌을 받아야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둘째는 아무리 결석, 지각, 조퇴가 없어 공부방 생활이 양호하여도 친구들과 선배와 후배들에게 무례하거나 이기적이며 폭력적이면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하였다. 함부로 욕하거나 싸움질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서로 검증하였다. 세 번째로 학교생활에 불성실한 학생도 우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우리는 학교공부 성적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학생으로서 학교에서의 성실성을 확인하였다. 작은 지역에서 학생들 상호간에 학교생활의 자세와 태도도 서로 알고 있으므로 숨길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말을 하였고 교사가 우리에게 사실을 말하며 장학생 대상에서 탈락 여부를 결정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본인이 작성하는 카드를 참고하였다. 본인의 꿈과 희망을 기록해서 제출한 카드에서 학생의 꿈과 열망을 읽으며 장학생 선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공부방 학생들 3기까지 전원이 10학년 졸업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였다. 첫해에는 7명 전원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하자 우리 공부방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소문이 널리 퍼져서 공부방 지원생이 너무 많아서 임시 교실을 본관에 따로 만드는 일이 발생하였다. 교사를 염려하자 우리 1기생들이 자원봉사를 하여 부족한 교사를 대신해서 지도하기도 하였다. 2기생 때도 3명 전원이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는데 여기에는 우리를 찾아와서 목사가 되겠다고 했던 학생이 끼어 있었고 그가 평균 90여 점이 넘는 점수로 합격을 해서 우리의 눈물을 자아냈다. 3기생은 두 명이 시험을 보았는데 한 명이 100점을 마크하는 바람에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해졌다.
코로나 와중에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하지 못하였으나 학생들과 교사의 결속이 강하여 서로 기도하며 믿음으로 위기를 잘 통과하였다.
치열한 경쟁과 투쟁사회 속에서 우리의 장학생 선발 기준이 허술하고 어수룩하지만, 그리고 모든 아이들을 품지 못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우리는 뛰어난 한 사람을 목표하지 않는다. 함께 세상을 평화롭고 인간답게 살기 원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을 양육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공부하며 서로 협력하며 사랑하며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공부방에 참여하거나 수업을 따라잡을 수 없는 아이들을 도외시할 수 없어 자매결연 제도를 두어서 위로하며 격려하고 있다.
언제까지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모금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을 모아주는 선한 분들이 주변에서 사라지면 장학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희망공부방 1기생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스스로 돌볼 수 있을 때 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돌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장학생 선발기준이 경쟁사회에서 너무 소박하고 초라하고 낭만적이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임을 끝까지 자부하고 싶다.
2021.12.30. 새벽
우담초라하니
첫댓글 ㅋ
성실한 꼴찌
굿입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부정부패라 하겠지만
즐감 감사~~~
아우님,
글 주셔서 감사하오.
성실한 꼴찌요?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욕심 없는 마음 가난한 아이들이지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는
빈민가의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들이 공부방에서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은 후
지금까지 졸업생 전원이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작년에는 100점 만점으로 합격한 학생도 나왔고요.
우리의 장학생 선발기준은 "세상을 아름답게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기준.
우리 지역사회 아동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