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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입구에서 만난 봄날같은 화창한 날씨~
지난주 숨은벽 등반때 오르고 대장님이 리딩을 하셔서
난 오르고 대장님이 원래 힐링에서 리딩을 하고 계시는 대장님이신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이 오르고대장님 이름으로 공지하고 리딩하는 첫 산행이시란다
와우~~~살다보니 나에게도 이런 영광스러운 일이~~ㅎ
어떤 명목이든 누군가의 "첫"이란것에 참여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의미있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일이 된다
그 첫 산행 리딩에 날씨까지 축복하나보다
오늘도 역시나 왕소금언니와 나는 덤앤더머 자매~~
힐링이 나에게 선물한 귀한 인연~~왕소금언니
정신이 3%부족한 나와 몸이 2%부족한 언니..
합이 5%부족한 덤앤더머 자매이자
감정적인 나와 이성적인 언니의 이상적인 만남
가끔은 조금씩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잘 지내오고 있다
둘다 안산에 거주하며 지하철 3정거장 차이
항상 내가 먼저 4호선을 타고 3정거장 후에 타는 시간을 알려줘야한다
오늘도 그렇게 4호선에서 만나는것 까지는 잘했다
그런데 금정에서 관악까지 1호선을 갈아타는데 문제가 생겼다
늘 갈아타던 대로 줄을 서서 1호선을 잘 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안양역 다음에 석수..그리고 관악이어야하는데
갑자기 안양 다음 정차역이 가산디자털역이란다..우~~쒸~~뭐야~~
둘이 수다떨다가 급행열차라는 안내를 못듣고 급행을 탄것이다
헉~~마음이 바빠진다..원래 둘다 덤앤더머라 약속시간보다
항상 조금일찍 나서는 편이어서 다시 바꿔타는 열차가 늦지만 않으면
약속시간 안에 맞춰서 갈것도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난초지기님께 현재 사정을 이야기하고 조금 늦어도 기다려 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다시 거꾸로 지하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행히 약속시간엔 늦지 않았다
시작부터 마음이 바쁜 산행이다~
산행 초입에 조금 넓은 평지에서 오늘 산행에 참가한분들 인사를 했다
오늘은 첨 뵙는분들이 많다
재미있는 닉네임들도 많다 닉네임을 듣다보면
금방 이해가 되는 닉네임도 있지만
닉네임의 뜻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닉네임도 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산행길로 출발~~오르go~~~ㅎ
한참을 오르다 첫 쉼을 하는 곳에서 보니
봄날같은 날씨에 자켓은 이미 다 벗으신듯 하고
벌써 이마에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힌분도 있다
닉네임도 재미있는 열무님이 얇은 바람막이 자켓을
지퍼만 반쯤 내리고 그대로 입고 계시니 누군가 말을 한다
" 안 더우세요 옷 벗으세요~~"
그 말에 열무님의 대답
" 여기서 더 어떻게 벗어요~~난 남자가 옷 벗으라고 하면 무서워~~"
다들 웃음 한바탕~~
19세 이상의 모임이라 그럴까요?
가끔은 평범히 던진 말이 19금이 되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처음엔 그런 농담을 못알아 들어서 혼자만 못 웃고 뒷북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제가 그런 농담도 할만큼 저도 많이 변했답니다
한바탕 웃고 다시 출발~~
오솔길 같은 둘레길을 돌아 오르는 길은 제법 낙엽이 쌓였습니다
사르륵 사르륵~~바스락 바스락~~
발 밑에 밟히는 낙엽이 가시나무새처럼 마지막 사력을 다해 노래합니다
따사로운 봄날 햇살이 문을 열어주면
살포시 고개 내밀어 연록으로 피어 났다가
햇살이 익어감에 따라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바람의 손길로 한여름 산우님들께 그늘이 되어 주다가
늙어감이 아니라 익어가는 가을 단풍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계절마다 그 역활에 충실하느라 수고한 시간들에
목화솜처럼 하얀 눈으로 덮여 쉼을 맞이하겠지요
자연의 순리입니다
자연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습니다
햇살을 따라 굽고..바람을 따라 굽고 나를 감고 올라야만 하는 칡넝쿨에
기꺼이 내 몸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나도 부모님 품속에서 자라던 시절과 내가 제일인듯 겁없던 시절과
내 고집이 들끓던 시절을 지나 이제 자연의 순리대로 굽어사는 나무처럼
하나하나 내려놓고 비우며 순리대로 사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은 나이
이제는 움켜쥐는 일보다 비워내는 일에 넉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색을 하며 사부작 사부작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합니다
"낙엽 조심하세요 잘못 밟으시면 미끄러집니다
낙옆 속에 자갈도 있고, 나무 뿌리도 있어서 잘못 밟으시면 큰일납니다"
이것도 우리 인생길과 닮았구나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그날이 그날같은 내 삶도
어느 골목에서 어떤 복병을 만날 지 모르는 일
잘나간다고 자만할 일도,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절망할 일도 아니다
산에 오면 자연에서 배우고 님들의 생각에서 내 생각도 커간다
낙엽길이 끝날 무렵 바위길이 나타났다 하~~~한숨부터 나온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한쪽으로 낭떠러지기가 보이는 바위길이다
돌아가는 길은 없다 이 바위를 넘어가야 한다
누군가 앞사람이 나 가는거 보고 따라 오란다
숨한번 고르고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바위 오름에
오르고 대장님이 손을 내밀고 계신다
망설임 1도없이 언능 손을 잡고 올라갔다
손 잡는 일이 이렇게 쉬운 걸 그동안 왜그리 까칠하게 굴었을까?
험한 길에서 남자분들이 손 내미는 것에 난 참 까질했던 사람이다
어느날 비쥬님이 그랬던것 같다
"언니..여기나 와야 남자 손 잡아보지..언니가 어디가서
다른 남자 손을 잡아보겠어..그것도 젊은 남자들 손을~~
그냥 내밀면 손 잡어~~" ㅎ
다들 저렇게 편한 마음인거구나..그냥 도움의 손길인거구나
난 왜 세상 기준을 산에 그대로 짊어 지고 왔을까?
그 다음부터는 위험한 곳에서 누군가 도움의 손을 내밀면
망설임 없이 도움을 받는다
이제 조금더 지나면 내가 먼저 도와달라 손을 내밀지도 모르겠다
그 바위를 넘어 조금 더 가다보니 이젠 암벽바위가 나온다
바위길로 가면 지름길이고 계단으로 돌아 올라가는 길도 있단다
여긴 치마바위처럼 잡을 곳이 없는 민둥머리 바윗길도 아니고
한쪽으로 낭떠러지기가 보이는 바위길도 아니다
바위 틈틈이 발딛을 곳도 있고 손잡을 틈도 있는 암벽길이다
그나마 내가 갈 수 있는 바위길이다
가끔은 즐기기도 한다 오르고 나면 내가 대견한 희열도 느낀다
아마도 내가 돌아가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거다
과감하게 바위길을 택했다
내 뒤에 파모대장님이 따라 오시며 응원하신다 많이 다녀보신 길인것 같다
뒤에 따라오시면서 올라야 하는 바윗길을 알려주신다
그런데 어라~~~파모대장님이 오른쪽으로 오르라하면
가만히 바위를 살펴보고 있다가 왼쪽으로 오르고
왼쪽으로 오르라하면 오른쪽으로 오른다..ㅋ
기어이는 파모대장님이 뒤에서 한마디 하신다
"아니 단미님은 어째 청개구리처럼 내가 하라는 반대로만 하십니까? 참 나~~" ㅋ
그러게요 내가 왜 그럴까요?
그런데 쉬워 보이는 길은 대장님 기준이고
내 눈에는 내가 가는 길이 더 쉬워보이는걸요~
대장님 눈에는 길도 아닌곳을 내가 길을 내어 가는것처럼 보여도
내 눈에는 그 길이 더 쉬워보였답니다
생각의 차이..기준의 차이가 아닐까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길을 봅니다
그래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하는것이겠지요
맞고 틀림이 아니라 서로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차이
나이들어가며 내가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중 하나입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정하기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다름으로 받아들이기
산에 와서 제일 행복한 시간..점심
둥그렇게 둘러앉아 이제서야 초면의 얼굴들을 다시한번 봅니다
옆에 앉은 새로운 사람의 닉네임을 다시 한번 물어보고 친한척도 해봅니다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하다 보니 오늘이 오르고대장님 첫 리딩이라
예전에 같이 산행을 하시던 오랜 지인들이 몇분 참석하신 듯 합니다
속으로 많이 부러웠습니다
나의 "첫" 일에 서슴없이 찾아와 줄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그동안 참 잘 살아오셨나봅니다
살아가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의 외적인 조건으로 인연이 되었던 사람은 외적인 조건이 변하면
그 인연도 끝나게 됩니다 참 쓸쓸한 일이지요
그러나 진심을 다해 마음을 얻은 인연은
때로는 목숨걸고 지키는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내 삶을 통털어 그런 인연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일듯 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인연이 되어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그 누군가에게 그런 인연이 되기를 노력해봅니다
하산하는 길
서울대 수목원 단풍길로 접어듭니다
양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이 내년에 또 오마 인사합니다
어느 단풍나무 하나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같이 어우려져 신기하게 물들었습니다
"와우~~저 단풍 좀 봐..두가지 색이 어우려져 있네~"
내 감탄사에 옆에 따라오시던 녹고뫼님~~
" 우린 님들 오시는 줄 알고 내가 어제밤에 와서 물감칠 해놓고 갔습니다"
오늘 처음 뵙는 녹고메님 다시한번 쳐다봤습니다
남자분들도 저런 멘트를 하시는구나
항상 19금 농담만 듣다가 달달한 멘트에 심쿵했습니다..ㅋ
오목조목 봄날 같은 만추의 산행길 달달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첫 리딩 잘 하셨으니 앞으로도 쭈~~욱 예쁜 산행 기대합니다
리딩에 고생하신 오르고 대장님..
곁에서 항상 엄마처럼 대원들과 일정 챙기시는 난초지기님
수행비서처럼 왕소금언니 챙겨주신 유니님
자칭 후미대장으로 끝자락 챙겨오신 열무님
오후에 출근이신데도 시간내어 참석하신 정이님, 버디님
오랜만에 뵌 애플님
아침 만남길에서 동해님은 애플님을 알아봤는데 애플님은 못알아봤던 동해님
언제나 그자리 예쁜 비쥬님
생긴건 이래도 음악은 클랙식 듣는다던 언젠가부터 내 언저리 파모대장님
달달한 멘트로 심쿵하게 만드신 녹고뫼님
그리고 그 외에 같이 산행했던 님들~~
님들이 있어 저는 토요일이 기다려집니다
함께하는 산행길이 같이 걷는 인생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첫댓글 후기가 사색의 숲을 걷는기분이네요~ 즐거움, 행복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움, 반가움이 글에 촉촉히 묻어나는 단미님 닉네임과도 같은 예쁜 후기였습니다. 댓글로 처음 인사 나눕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닉네임은 익숙한듯 합니다만 처음 인사를 나누신다 하니
우리 산행은 같이 한적이 없는거죠? 산행에서 뵈면 더 반가울듯 합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좋은 날 좋은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같이 가을 산책길 나선 듯 실감나네요.
감칠맛나게 잘 쓰셨어요.
님들과 함께 산행하며 얻은 감사한 마음 어줍잖은 글로 조심스레 내어놓습니다ᆢ예쁘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ᆢ^^
한자 한자 정독을 해서 읽었습니다. 기분을 좋게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