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09-06-09 12:38 조회 : 1836 |
| | | 그렇게 보인다고
있잖아, 그렇게 보인다고 그대로인 것은 아니야. 참 모습은 숨어 있는 때가 많더라고. 변형된 모습이거나 왜곡된 것일 수도 있지. 아니면 정 반대이거나. 근데, 사물의 안과 밖이 다르듯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더라니까.
이를테면, 호젓한 공원의 벤치에서 병든 닭처럼 머리를 맞대고 있거나, 스낵코너에서 라면을 나누어 먹는다고 해서,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 칼질하다 말고 젖은 눈으로 서로를 응시한다거나, 사람 없는 찻집에 마주앉아 밤 늦도록 낙서를 한다고 해도, 고즈넉한 카페에서 남자 품에 얼굴을 묻고 어쭙잖은 말을 경청한다고 해서, 늦은 밤 팔짱을 끼고 찧고 까불며 모텔 문을 들어선다 하더라도, 은성(殷盛)한 파티에서 박수갈채에 화답하며 애정을 피로(披露)한다 할지라도,
그렇다 해도, 그것이 서로간에 견고한 관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야. 그들 모두가 너무너무 좋아 죽고못사는 것은 아닐걸. 헤어짐의 순서를 기다리거나 이별의 의식을 치루는 관계도 있어. 혹, 이혼 서류를 점검하여 내일 아침엔 가정법원에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거창한 마무리에 뒤따르는 허무의 순간에 시나브로 인접해 있는지도 모르지. 영원히 헤어지기 위한 찰나(刹那)에 어렵게 당도한 것인지도 알 수없어.
사랑은 말야, 역용마술(易容魔術) 같아. 항상 두개의 탈을 쓰고 나타나더라고. 삶이 그렇듯 사랑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 되더군. 위기 속에 반전의 계기가 숨어 있고, 기쁨 속에 몰락의 싹이 움트기도 한다니까. 뒤돌아 보면, 내게도, 그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 아, 기쁜 우리 젊은 날...! |
| 윤행원 | 09-06-10 11:44 | | 김창식 선생님, 결이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자유칼럼그룹에 올린 '하이라이트 삼국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삼국지에 그렇게 통달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하십니다. | |
| | 김창식 | 09-06-11 10:35 | | 석계선생님, 과찬이십니니다. 삼국지는 그냥 재미있게 읽어 본 정도입니다. | |
| | 임재문 | 09-06-10 21:49 | | 저도 이 글을 읽고 젊은 날의 로멘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의 젊은 날이라고 해보아야 너무나 고리타분한 세대였기에 지금처럼 번개팅도 없었고, 인터넷 문화도 없었으니 그저 바라보다가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가 또 늦바람나면 이번에는 진짜 쫓겨납니다. ㅎㅎㅎ | |
| | 김창식 | 09-06-11 10:40 | | 物自體(Ding An Sich)개념에서 모티브를 얻어 써본 '작은 글' 입니다, 선생님. | |
| | 정희승 | 09-06-12 12:00 | |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는 양면이 있지요. 아, 괴롭고 우울했던 나의 젊은 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 | 김창식 | 09-06-13 16:04 | | 비루하였으되 만국기처럼 나부끼던 기쁜 우리 젊은 날! 정희승 선생님의 '컷이 있는 에세이' 잘 읽고 있습니다. | |
| | 일만성철용 | 09-06-15 11:07 | | 가산 선생이 시 같은 소설을 쓰는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 하더니, 한 편의 시를 수필로 써 놓은 것 같습니다.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수첩을 찾아 어떤 분인가 찾아 보렵니다. | |
| | 김창식 | 09-06-15 19:10 | | 선생님께 제 속내를 들켰습니다. 선생님, 제가 과문하여 청합니다. '가산 선생님'이 어떠 분이신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 하재준 | 09-06-17 14:34 | | 김창식 선생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난날 김선생님의 추억을 회상해 보는 글이라 여겨집니다. 항상 현실은 불만족스럽기에 그를 비판해 보면서 알찬 내일을 구상해 봅니다. 문학의 가치를 보다 깊게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라 여겨집니다. | |
| | 김창식 | 09-06-17 22:26 | | 삶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재준 선생님. | |
| | 이진화 | 09-06-20 01:19 | | 그 때는 늘 위태롭고 불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쁜 우리 젊은 날이었습니다. 김창식 선생님은 여전히 기쁜 젊은 날인것 같습니다만, ㅎㅎ... (^_^*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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