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진검 승부 양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느긋한 가운데 세계 제1국가 등극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권을 둘러싸고 미국은 한때 준내전상태까지 이른 반면에 중국은 코로나 사태이후 오히려 시진핑의 위치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내분을 느긋한 표정으로 즐기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는데 집안이 어수선하니 무슨 바깥 활동이 수월하겠는가. 트럼프이후 바이든이 정권을 잡은 뒤 이런 양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그래도 중국의 오만방자한 돌격앞으로 식 태도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곱게 볼 리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중국의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서방세계에 퍼져 있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팽창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삼은 것이 바로 신장 위구르자치구이다. 그렇다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어떤 상황인지를 먼저 보도록 하겠다.
중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의 성(省)중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다. 신장은 "새로운 영토"를 뜻하며 "위구르"의 뜻은 위구르어로 "단결"과 "연합"을 의미한다.신장은 지역 이름이고 위구르 자치구는 법적 지위이다.중국의 행정구역중 가장 크고 자치구 중에서 가장 인구도 많다. 2010년 기준으로 2100만명이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실크로드가 성립되는데 있어 매우 중요했던 곳으로, 동아시아 지역과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였다. 때문에 이 지역에는 이미 10세기 경 부터 이슬람교가 전해졌고 오랜 시간 동안 이슬람권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위구르족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중국은 수백 년에 걸쳐 신장 자치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점령과 전쟁을 반복했다. 18세기, 청나라에 의해 합병되었지만 워낙 중국의 중심지와 거리가 멀다보니, 시간이 흐르자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1949년, 중국은 다시 한 번 이 지역에 군대를 보내 점령하였고, 중국의 영토로 만들었다. 바로 이 때 ‘신장 위구르 자치구’라고 이름 붙여졌다.
신장 자치구에는 튀르크게 위구르족이 45% 한족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예상밖으로 한족이 많이 산다. 그이유는 중국 소수민족의 자치구가운데 가장 다루기 힘들고 위치상 아주 중요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신장 위구르자치구는 러시아,인도,몽골,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무려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역이다. 어느 한나라도 얕잡아 볼 수 없는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자칫 이지역이 뚫히면 중국 전역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에서는 한족을 뽑아 이주 시켜 민족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 위구르족과 한족끼리 서로 의무적으로 혼인을 맺게 하기도 한다. 한족 속으로 위구르족을 빨아들인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장 위구르자치구는 끊임없는 독립운동과 대규모 폭동이 잇따르고 있다. 1997년 2월에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이슬람 세계로 독립을 추구하고 있으며 반중 정서가 매우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신장 위구르자치구는 이런 지정학적 조건외에도 또 다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하고 최근에는 셰일가스까지 발견되면서 더욱 중요한 장소로 변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곳이 중국 최고의 가치가 있는 장소로 여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 위구르족 독립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별별 방법을 다 총동원해 탄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언어의 사용을 엄격히 금한다는 것이다. 위구르어 어문을 제외한 모든 강의는 표준 중국어로만 진행시키고 있다. 전통 문화 말살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민족 말살 정책도 당연히 진행중이다. 한족을 대거 이주시킨 뒤 위구르족과 강제 결혼시켜 한족화하는 것이다. 그 악독하던 일제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독립 운동을 한 위구르인들을 수용소에 잡아두고 있는데 2018년 기준으로 100만여명이 구금중이고 전해진다. 구금된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장기매매까지 실시된다고 하니 만행도 이런 만행이 따로 없다. 주민들의 소유한 차량에는 GPS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생체 인식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톰크루즈의 마이너리티 리포터가 공공연하게 추진되는 곳이 바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이다. 21세기에 세계 제 1국가를 희망한다는 중국의 현주소가 바로 이렇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위구르족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폭동과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2009년에는 위구르족과 한족 간 충돌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2014년 4월에는 자치구 주도(主都) 우루무치에서 폭동이 일어나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이후로도 위구르족 독립, 분리를 요구하는 테러 단체들이 관광서 등을 겨냥해 간헐적인 테러를 벌이고 있다. 시진핑은 2013년 정권을 잡은 뒤 더 혹독하게 신장 위구르자치구를 통치하고 있다. 방법도 더 악락해지고 포악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로 이런 곳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른바 아킬레스건이다. 수도 베이징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인종의 성격이 만만치 않은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장자치구가 무너지면 중국도 온전치 못하다는 위기감이 중국 지도부의 머리속에 가득차 있다. 이런 것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모를 리 있겠는가. 신장 위구르 문제가 어제 오늘이 아니였지만 바이든 정부들어서자 마자 미 동맹국들이 신장 인권문제를 일제히 거론하고 나선 것은 바로 중국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미국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들어가 공작을 펼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8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탈출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미국 CIA 등에서는 수많은 공작원들이 주변 상황을 탐색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며칠전인 지난 2021년 3월 22일 중국 당국이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위구르족에게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동맹들간 첫 공동 대응이었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와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등 2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캐나다 정부도 4명의 중국 관리와 1곳의 단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도 인권탄압과 관련된 4명의 중국 당국자들을, EU와 캐나다 역시 4명의 중국 당국자와 단체 1곳을 제재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2021년 3월 27일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 인권 문제와 관련해 자국에 제재를 단행한 미국과 캐나다를 대상으로 '맞대응'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과 캐나다의 개인 3명과 단체 1곳에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SCRIF)의 게일 맨친 회장과 토니 퍼킨스 부회장, 캐나다 보수당 소속 의원 마이클 청, 캐나다 하원 상임위원회인 외교위원회 국제인권 소위원회다.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는 중국의 항거가 읽혀진다.
중국의 반응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월 27일(현지시간)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가한 '보복 제재'에 대해 "근거 없는 제재"라며 신장의 제노사이드(인종학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침묵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현재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노사이드(인종학살)와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늘어나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그리고 전 세계 파트너 및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이 무슬림 위구르족과 신장 내 다른 소수 민족, 종교 단체에 대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중단하고 임의로 억류된 사람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때 미중 싸움판이 홍콩이었다면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는 신장 위구르자치구로 옮겨간 형국이다. 사실 트럼프때도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문제점을 몰랐던 것이 아니지만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너무 건드리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책상설합속에 잠시 넣어둔 핵심 사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은 인권을 아주 중요하게 판단한다. 바로 그 중요하게 판단하는 인권 사항이기 때문에 신장 자치구 문제에 더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라하는 것은 한 두 국가가 아닌 다국이 개입될 때 동원되는 용어이다. 미국과 중국뿐아니라 8개국 이상이 국경을 맞댄 곳이기 때문에 세계 어느곳보다도 위험상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를 시작으로 중국의 발을 묶으려고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도 여기에 대항해 주변국들의 협조를 구하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압력에 되치기를 할 태세이다. 만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대규모 시위나 독립 운동이 일어날 경우 서방국가들의 무력 동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세계대전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다행히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한국과 거리가 상당해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그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우려가 깊어지는 것이다.
2021년 3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