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이제 막 나온 동굴주의자 욕을 모르는 혀처럼 부드러운 너를 오래 다문 내 혓바닥 위에 올려본다 나 또한 고집스러운 동굴주의자이니 나를 맛보듯 너를 맛보련다 달큰하고 비린 젖내 태곳적 양수의 맛 더 거슬러 아비의 깊은 체취 너는 메마른 나의 미뢰를 섬세히 건드린다 바다의 살점을 입에 물고 바늘돋친 내 혀를 가만히 대는 동안 씹을 것도 없는 너는 목젖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간다 칙칙하던 내가 바다 향기로 환해진다 너와 나는 닮기도 다르기도 하다 뼈를 밖으로 살을 안으로 한 너와 물컹한 살 속에 딱딱한 뼈를 감춘 나는 누가 더 수줍은 것이냐 너의 타액처럼 끈적이며 산뜻하기란 쉽지 않은 일 말 없는 바다의 혓바닥 같은 너를 삼키고 나는 대양을 품는다 아가미로 숨 쉬는 바다의 계집이 된다 감은 속눈썹 끝에 긴 수평선이 걸린다
계간 「시평」 2008년 봄호
강기원 1958년 서울에서 출생.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로 가득한 책 등이 있음. 2006년 제2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