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숨가쁜’ 투병기>
①조짐
징후가 드러난 건 작년 9월말이었다.
어느날 낮, 쉴새없는 기침이 20분쯤 계속됐다. 가래를 계속 뱉어내야 했다.
탁하고 색이 검은 가래가 아니라 ‘침’의 점성이 조금 높아 보이는 정도의 맑은 가래.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통증이 오는 격렬한 기침이 아니라, 목에 뭐가 끼어 있는 듯한 이물감이 만들어내는 얕은 기침.
‘들숨’이 호흡기 깊숙히 들어가지 않아 뭔가 답답했고, ‘날숨’이 시작되면 바로 기침부터 해야했다.
담배 때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흡연량이 꽤 늘어 그런가 보다고 여겼다.
②발병
10월중순경 어느날 늦은 밤. 갑자기 또 기침과 맑은가래가 이어졌다.
30분 넘게 기침하며 가래를 뱉어내다가 문득 호흡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는데, 그 공기가 허파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이들과 아내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
거실에서 홀로 괴로워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왜이러지?’를 되뇌었지만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운동부족인가 싶어 달밤에 체조를 시작했다.
동네 한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걷고 다시 뛰어보기도 했다. 점점 호흡이 더 힘들어졌다.
힘껏 숨을 들이마셔도 숨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때부터 공포가 시작됐다.
이러다가 호흡이 아예 안되는 거 아닌지, 이쯤해서 아내를 깨워 고통을 호소해야하는건지,
병원 응급실로 가야하는 건 아닌지,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아파트 단지 옆 벤치에서 헐떡거리고 있다보니 차츰 진정이 됐다.
집으로 들어갔다. 호흡이 제대로 됐다.
이날이 첫번째 ‘발작’이었다. 발작이 시작돼 잦아들기까지 걸린시간은 약 2시간.
그러나 그것이 ‘발작’인지, 당시는 전혀 몰랐다.
③진단
이런 ‘발작’이 그 일주일 뒤쯤 다시 찾아왔다.
역시 ‘기침-호흡곤란-고통-공포-진정’의 단계를 거쳤다.
새벽3시쯤 시작해 5시쯤 끝났다. 그렇게 일주일, 사나흘 간격으로 몇차례 발작을 하더니
11월 둘째주들어 이틀을 계속해서 새벽에 심한 발작이 찾아왔다.
병세를 짐작한 건 이 때 쯤이었다. 전형적인 ‘천식’이었다.
급성 기관지 천식. 염증 등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지는 병.
알러지성 천식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알러지 때문이 아닌 듯 했다.
스트레스와 체력저하가 가져온 내인성 천식.
이렇게 스스로를 진단한 후 인터넷을 통해 ‘천식’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모았다.
천식환자들이 모이는 네이버와 다음의 ‘카페’들을 섭렵했다.
천식이라는 병에 대한 공통된 결론은 ‘안 걸려본 사람은 모르는 극심한 고통’,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 이라는 것.
주로 밤과 새벽 사이에 증상이 나빠지며, 이른바 ‘천식 발작’이 찾아오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며칠간의 정보수집후 드디어 병원에 갔다.
아내는 왜 그 고생을 하면서 진작 병원에 갈 생각을 안했느냐고 잔소리 했지만 변명거리는 있다.
초기의 ‘발작’은 매우 간헐적이어서 그저 흡연때문이겠거니 했고, 점차 증세가 심해졌을 때는 오히려 다른 병을 의심했다.
혹시 폐나 후두에 ‘암’이 생긴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 그래서 스스로를 조금 더 지켜보며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④치료
천식은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병이다.
약도 주로 ‘기관지 확장제’나 스테로이드 성분의 염증 치료제 정도다.
물론 급할 때는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효험이 있지만 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천식환자들이 모이는 다음 카페에 올라온 ‘치료기’를 보면 병원(양방) 다녀 낳았다는 얘기는 전무하다.
좋아진 환자 수백명의 사례를 뒤져봤다.
그나마 괜찮은 민간요법 또는 식품의 공통점을 추출했다.
그렇게 채택한 게 △법제(호두를 밥에 넣고 쪄 불순물을 뺌)한 호두기름과 죽염, △오미자, △(약용)도라지, △배즙 등이다.
일일히 좋은 제품을 골라 규칙적으로 복용했다.
동시에 한약을 지어 먹기 시작했다. 병치레 때문에 알게된 산본의 한 한의원에서 도움을 받았다.
천식 치료에 빠질 수 없는 건 운동이다. 물론 금연은 기본이다.
언뜻 천식환자들은 호흡에 문제가 있어 운동이 나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병을 치유한 사람들 대다수는 운동을 통해 호흡기를 강화했다.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했다. 집에서 못하면 출근해서 했다. 점심후에 청계천을 걸었다.
처음에는 10분-15분, 점차 시간을 늘려 1시간 이상을 매일 걸었다.
요가도 시작했다. 책을 뒤져 기관지에 좋은 요가 자세를 익혔다.
매일밤 자기전 30분을 요가에 할애했다.
편안한 호흡, 깊은 호흡은 요가의 기본이다. 천식 치료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집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은 또 한가지 치료노력.
거부감이 심한 사람도 있겠지만.. '음뇨'를 했다. 오줌을 마셨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하루 3-4차례, 종이컵에 한컵씩.
물론 내 오줌이다. 자고 일어나서 첫오줌이 가장 좋다고 한다.
지금은 횟수를 1회로 줄였다. 물론 자고 일어나서 첫 오줌이다. 커피잔으로 꽉 채워 한 잔을 눈 딱감고
마신다. 그렇게 일과를 시작한다.
⑤지금은.
상태가 좋아졌다. 천식은 숨가쁜 병이다.
그야말로 숨가쁘게 천식 치료에 매달렸다.
간략히 정리해 그렇지 가장 치료에 좋은걸 가장 효율적으로 처방하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를 했다.
일찌감치 양방에 의존할 생각을 버리길 잘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기관지확장제를 점점 줄여 3주전부터는 아예 안 먹고 있다.
발작이 없고 호흡도 좋다. 일산 사는데,,호수공원 두바퀴(약 9.4Km)를 한시간 반에 돈다.
절을 108배 해도 끄덕없다. 오히려 담배피던 당시보다..호흡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더니..의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이정도면 약 안드셔도 되겠는데요..
혹시 다른 병원에서 흡입제(천식용) 처방받으셨어요?”했다.
그냥 웃고 말았다. 그 의사는 흡입제를 강권했었다. 나는 끝내 거부했다.
근 두달동안 내 일상은 일과 치료를 반씩 섞어 놓은 것이었다.
다른 천식 환우 카페에서 알게된 한 노인은 “보기드문 치료사례”라고 했다.
사실 어떤 치료법이 제대로 먹힌 건지 잘 모르겠다. 효과가 있을법한 건 모두 했기 때문이다.
건강식품때문인지, 한약때문인지, 운동 때문인지, 오줌 요법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게 복합작용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꼭 남기고 싶은 치료후기는..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는 것이다. .
덕분에 걷고, 요가도 배우고, 깊은 호흡과 이완의 중요성도 다시 깨닫게 됐다.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끊임없이 되새겼다. 일종의 주문이요, 자기최면이었다.
엄청난 학습을 했다. 나보다 천식에 대해 더 잘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자신할 정도로
매일 매일 천식이라는 병을 학습했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 완치됐다고 생각지 않는다.
'완치'와 '치료중'의 차이는 얼마나 애매한가.
모든 사람은 언제든지 병에 걸릴 수 있다.
한번도 발병하지 않았다고 해서 병이 없다고 할수 있는가.
지난해 9월 이전에 내가 천식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꿈에도 없었다.
치료중인 지금, 고맙게도 증세가 사라진 지금, 나는 오히려 작년 9월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한 '환자'다.
그렇게 죽을 때 까지 고맙게, 건강하게, 치료에 매진할 생각이다.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나의 '숨가쁜' 투병기
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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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3
08.02.04 13:4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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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우리 애가 천식인데 걱정만 할것이 아니라 같이 행동으로 옮겨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힘든만큼 좋은 소식이 있어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늘 건강한 환자? 가 되시길 바랍니다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하셨네요.. 저도 다시 한번 맘 다잡고 더 많은 노력해야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부럽네요... ^^
먼저 많이 나으신걸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태만히 하지 마시고 이대로 죽 열심히 하세요.. 치료기를 읽어보니 일단 좋다는건 다 해봤다는것과 열심히 했다는것이네요.. 이정도로 열심히 하면 암도 고칩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의지로 밀고 나가는것, 그래서 천식은 못 고칠 병이 아니라고 제가 말씀 드리는것입니다..이런 방법으로 하면 다른병도 안 생기고 온몸이 다 건강해집니다.. 앞으로 더욱 건강하세요~
네,,,진심으로 축하할 일입니다,,,항상,건강 유지하시길,,,^&^
투병기가 스펙타클하네요.열심히 노력하신 만큼 꼭 완친 되시길.....
절을 백팔배 해두 끄덕 없다면 보기드문 완치 아닌가요..그래두 천식이 떨어지지 않구 달라 붙어 있을까요???
평소에 기관지가 건강 했었나요? 아니면 자주 기침 감기에 걸리셨었나요? 실례지만 연령 어찌되는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투병기를 올린 이유는.. 환우 여려분과 그 가족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랍니다. 저는 올해 44세, 남자, 스트레스 심한 직업을 갖고 있는 직딩입니다. 기관지에 문제를 느껴본 건 평생 처음입니다.
미래님. 모든 병은..완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 다시 발병할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천식과 아토피 류의 병은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필요하더군요. 그러다 보면 보통사람보다 더 건강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마도님 말씀 맞는 말입니다.. 100% 완치는 되지 않아도 전혀 불편없이 건강하게 살수 있는 기간이 대부분이라면 우리가 힘들어 할 필요가 없거든요.. 처음에 100 의 노력으로 거의 치료가 되어있다면 그 후에는 50의 노력~30의 노력만 해도 그 상태가 유지가 되어요 .. 그걸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아... 감동받았습니다.
머찝니다. 보고 따라하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