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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새 외국인 투수 영입 고려를 철회하면서 필 더마트레는 잔여 시즌 동안 계속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사진=LG) |
외국인 투수 교체를 신중히 검토했던 LG가 기존 외국인 투수들로 시즌을 끝마치기로 했다. 8월 7일 삼성전에 앞서 잠실구장에서 만난 LG 이영환 단장은 “한때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검토했으나,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아 이를 사실상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구단으로부터 외국인 투수 교체가 어렵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기존 외국인 투수들로 시즌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외국인 투수 영입' 철회의 세 가지 이유
이 단장이 말한 ‘현실적인 걸림돌’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다. 먼저 ‘촉박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대회요강과 규약엔 외국인 선수의 등록마감일을 8월 15일로 명시하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테스트하고서 등록까지 하는데 최소 한 달 정도가 걸리는 걸 고려하면 앞으로 LG에게 남은 시간은 열흘도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LG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려고 스카우트팀을 미국으로 보낸 건 2주 전이었다. 적당한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무리해서 계약한다면 모르겠지만, 4강 진입에 확실한 도움을 주는 외국인 선수를 찾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다.
두 번째는 ‘외국인 선수 기근현상’이다. 모 구단의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는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져 웬만한 외국인 선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프로야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번번이 실패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하려면 ‘메이저리그 출신’을 넘어 ‘메이저리그급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급 실력을 갖춘 선수가 국외 리그에서 뛸 리 만무하다. 설령 출중한 실력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손 쳐도, 그들은 일본프로야구 스카우트의 레이더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꾸준히 수준이 높아지면서 웬만한 외국인 선수는 견디지 못하는 리그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한국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외국인 선수 쟁탈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나 일본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전에 뛰어들기 때문에 한국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오카모토의 시즌 후반기 시작은 기대 밖이었다. 그러나 LG는 일본에서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오카모토의 경험과 근성을 믿고 있다(사진=LG) |
세 번째는 기존 외국인 투수들인 필 더마트레와 오카모토 신야가 ‘과연 실패한 외국인 선수냐’는 것이다.
5월 19일 애드가 곤살레스를 대신해 LG 유니폼을 입은 더마트레는 데뷔 때만 해도 불안한 제구로 코칭스태프의 기대감을 저버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출전횟수가 늘어나며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실제로 더마트레는 7월 14일 이후 등판한 4번의 선발투구에서 2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성공했다.
상대팀 타자들도 “빠른 공만 던지던 더마트레가 언제부터인가 투구의 강약조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조금만 제구가 뒷받침돼도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LG 박종훈 감독도 “더마트레의 투구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시즌 종료를 한 달가량 남긴 상황에서 더마트레보다 더 뛰어난 외국인 투수가 온다는 확신이 없는 한, 더마트레에게 용기와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해 더마트레를 선발의 한 축으로 계속 기용할 뜻임을 밝혔다.
박 감독은 7월 28일 SK전과 8월 5일 KIA전에서 두 경기 연속 실점한 마무리 오카모토에 대해서도 “후반기 시작이 좋지 않았으나, 팀을 위해 꾸준히 활약해줬고,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인 만큼 후반기 순위싸움에서 안정된 투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카모토 이상의 마무리 투수를 구할 수 없다면 신뢰감을 주고 그의 투구를 끝까지 믿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LG와 박 감독은 더마트레와 오카모토를 실패한 외국인 투수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팀 관계자들도 “더마트레와 오카모토 정도면 중급 이상의 외국인 선수다. 시즌 막바지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수혈하는 건 크나큰 위험부담이 따르는 만큼, LG가 아니라 다른 팀이라도 두 투수를 그대로 끌고 갈 것”이라며 LG의 결정을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고 평가했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 가용자원
LG 박종훈 감독은 "기존 외국인 투수에게 계속 용기와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팬이 포기하지 않는 한 4강 진출을 위해 온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LG의 외국인 투수 교체 문제가 불거진 건 크리스 옥스프링이 입국한 이후다. 지난해 5월 팔꿈치 부상으로 LG를 떠났던 옥스프링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다.
그러다 지난달 19일 입국해 LG 재활군에 머물며 몸 상태를 점검받았다. 7월 27일 경기도 구리에서 열린 대학선발팀과의 연습경기에선 58개의 공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옥스프링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km. 구속만 보자면,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LG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실전에 투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박 감독은 “눈에 보이는 구속은 좋았어도, 실전에 선보이기엔 다소 부족한 구위였다”며 “차분히 시간을 갖고 좀 더 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옥스프링의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옥스프링은 재활기간 동안 거의 실전 투구를 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경기 감각을 찾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박 감독은 “올 시즌 무리하다 탈이 나면 옥스프링 자신이나 LG를 위해 좋지 않다”며 “옥스프링은 내년 우리팀의 가용자원인만큼 마무리 훈련 혹은 스프링캠프에 초청해 계속 구위를 점검하고 잃어버린 경기 감각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백지화한 LG가 잔여시즌 동안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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