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5일장 가는 길에 보이는 것들은
고속도로는 물론 상점, 집, 공장, 골프장 모두
현대의 매끄러운 능률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봉평 5일장에 가면 이효석이 작품에서 말한
장돌뱅이를 식별해낼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일정한 규격의 하얀 천막을 지붕으로 삼은
소규모 점포들이 일렬로 쭉 늘어선 걸 볼 수 있다.
점포주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한다.
평창은 어디를 가나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
꽃들은 이제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꽃들은 이미 시들었거나
시들기 시작하고있다. 똑 같은 일이 사람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슬퍼진다.
모처럼 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틈만 나면 뛰어다닌다.
젊은 부모들은 그들을 통제하는데 애를 먹는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대부분 과체중인
하얀 얼굴를 가진 젊은 남녀들이
기쁨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손에 쥐거나 들여다보며 지나간다.
그들은 주말을 이용해 시장을 찾은
도시사람들로 물건을 사기보다는
관광삼아 시장을 방문한다.
유명한 메밀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사람들로 북적대는, 주인이 밝게 웃는
메밀묵집에서 메밀묵을 맛있게 먹는다.
시장 한 모퉁이에서 흰 머리에 얼굴이 야윈
70후반으로 보이는 노인 몇명이 하얀 탁자에
모여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맥빠진 담소를 한다.
같은 연령의 노인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자 불러 세우고 술 한 잔을 권한다,
그들은 좋았던 젊은 시절에 관해 얘기를 한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얼굴과 손등의 깊은 주름이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이내 대화가 끊어지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노인 한사람이 하품을 하며 먼 산을 바라본다.
태양이 그 정열의 시간을 다 보내자
노을의 품에 안겨 휴식처로 향하고 있다.
저녁노을은 시장을 온통 빨갛게 물들인다..
노인들 얼굴, 흰 머리칼, 그리고 탁자에 놓인
하얀 막걸리와 점포의 하얀 천막 지붕까지
모두 빨간색 한가지로 채색하고 있다.
Everything I see on my way to Bongpyung 5-day market
is the product of sleek modern efficiency--not only the
highway but the store, house, factory and golf course.
In Bongpyung 5-day market, it is hard to recognize the
itinerant vendors that the novelist Hyoseok Lee described;
Instead, I find a long line of small shops with a roof made
of unified white tent. Shopkeepers loudly tout for business.
Wherever I go in Pyungchang, I see more flowers than people,
but some flowers have already faded and some start fading.
The same thing happens to man, which makes me feel sad.
Life is a sheer joy for kids visiting the market they rarely visit.
They squeeze in between people and run at every chance,
giving their young parents a hard time controlling them.
White-faced young men and women, mostly fat, who need dieting,
walk by wearing a jubilant smile, holding or looking at their cellphone.
They are city-dwellers visiting here over the weekend, who are more
interested in sightseeing than shopping.
Missing the famous buckwheat flower, I relishly eat buckwheat jelly
at a crowded jelly diner, whose owner greets me with a wide grin.
At a corner of the market, some old men of white hair and haggard face
apparently in their late seventies sluggishly chat sitting at a white table,
sharing the white rice wine.
They offer a bowl of rice wine to a disabled old man of their age passing
by riding an electric wheelchair.
They talk about the good old days in their youth, talking and listening
listlessly without showing much interest to each other.
The deep wrinkles on their face and the back of their hand tell what they
went through in their lives.
Soon their conversation stops and silence hangs for a while until one of
the old men yawns and lifts his head to look up at the distant mountain.
After spending the hours of passion, the sun moves toward its resting
place in the evening glow.
The glow dyes the entire market in red. It paints in one color red, the
old men's faces, their white hair, the white rice wine on the table and
the white tent roof of all shops in the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