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호시장에서 40여 년 동안 도다리쑥국을 끓였다는 식당 주인장이 국을 내오며 말했다. 말간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으니 그야말로 '멋지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다리는 한없이 연하고 부드러웠으며 쑥은 향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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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갛게 끓인 통영 도다리쑥국. 도다리는 한없이 연하고 부드러웠고 쑥은 향긋했다. ⓒ 김숙귀관련사진보기
이맘 때면 통영의 식당들은 도다리쑥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2월 중순이면 한산도‧소매물도‧욕지도 등 통영 섬 곳곳에서 해쑥이 고개를 내민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쑥이나 냉동쑥은 향과 맛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산란기를 앞둔 싱싱하고 부드러운 도다리와 덜 녹은 땅을 뚫고 솟은 해풍쑥이 만나 일품 맛이 되었다.
▲봄도다리와 해풍을 맞고 자란 여린 쑥의 만남. 절로 감탄이 터져나오는 맛이었다. ⓒ 김숙귀관련사진보기
통영에서는 도다리쑥국을 맑게 끓인다. 쑥향내가 나는 말간 국물을 먹으면 봄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서호시장을 한 바퀴 도는데 달래와 쑥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달래 오천 원어치를 샀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할머니 한 분이 달래와 쑥을 팔고 계셨다. 달래 오천 원어치를 샀다. ⓒ 김숙귀관련사진보기
다시 충렬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렬사에는 경남기념물로 수령 약 300 년으로 추정되는 동백나무가 있다.
지난주에 거제 장사도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보았길래 기대를 하고 갔는데 충렬사 동백꽃은 이제 막 봉오리를 틔우는 중이었다.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선조때 어명을 내려 건립하였다. ⓒ 김숙귀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무성한 품에 빛나는 잎과 고운 꽃을 달고 오랜 세월 충무공을 기리는 이들을 맞아온 동백나무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임진왜란이 끝난 8년 후인 1606년(선조 39), 이순신 장군의 충절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어명을 내려 건립한 사당이다.
▲충렬사 동백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 김숙귀관련사진보기
충무공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전각에 이르니 앞에 방명록이 놓여있고 거기에는 '장군님 감사합니다' '장군님이 계셔서 지금 우리들이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나도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고 영정 앞에 한참 동안 서있었다.
여전히 춥고 어수선한 세상, 그래도 봄은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