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이
제부와 여동생이 붕어찜 해먹으라고 석봉지 낚시터에서 낚은 붕어 몆마리을 싸줬다.
얼마나 누렇고 큰지 난 잉어 인줄 알았다
억센 붕어 비늘손질도 힘들고 살아있는 붕어를 죽일것도 겁나고 ,
가지고 가면 붕어찜 양념 맛있게 해서 우리 띠방 친구들과 함께 불러서 먹을수도 있을텐대 ...
"살아 있는거잖아요 ~~~~ ㅜ.ㅜ 아직도 푸닥거리는데....
겁먹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나를 위해
제부는 마치 미이라를 만들듯 비닐봉지로 6겹 싸넣고
그리고 쇼핑백에 담아 내게 건넨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쇼핑백을 전해 받은 순간
푸다닥 " 하고 붕어가 단한번 요동을 쳤을 뿐인데
난 그만 현관바닥에 쇼핑백을 떨구고 하마터면
제부의 품에 용수철처럼 퓽~하고 안길뻔 했다. ㅡㅡ^
안가져 가겠다고 거절했지만
다시 쇼핑백에 한번 더 담아 넣고 이젠 괜찮을 거라는 말에
어쩔수 없이 건네받고 나왔다. 주는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워서 ...
동생과 제부는 뒤에서 계속 키득키득 웃는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쇼핑백을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고선
혼자서 궁시렁 궁시렁 나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어쩌자고 겁을 내고 이런거 하나 못들고 가냔말야...
생선이라구 생각해 생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3번은 땅바닥에주저 앉을뻔 했다 ...
" 쓰봉~ 나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 !!!!!!!"
붕어는 계속 꿈틀거리며 자신의 생존사실을 내 손끝에 전한다.
" 붕어을 ....집에 가기 전에 반드시 운명(殞命)시켜야 한다.
가다 보면 이 붕어도 분명 질식해서 죽어 있을꺼야."
마침 자리가 비어 붕어쇼핑백을 바닥에 내려 놓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힐끔힐끔 붕어의 동태를 살펴보니.....
쇼핑백은 바닥을 펄떡거리며 사방팔방 돌아 댕긴다.
아휴~~ 저 모습이 더 싸하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사람들도 힐끔 힐끔...
발로 툭툭 밀어 내 자리쪽으로 밀어 넣긴 하지만.......아유~~ 이얼굴 팔림...
살인마가 된 기분...
나의 시선은 붕어가 담겨있는 쇼핑백 2개와 6겹의 비닐백을 투과하여
붕어의 아가미가 펄떡거리는 모습까지 죄다 들여다 보고있는 듯 하다 .
누군가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붕어의 운명에
슬그머니 붕어가 가엾어 지기도 하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냉동실 문을 열고 쇼핑백체로 붕어을 밀어 넣을 생각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그런데 아직도 푸닥 거린다. 눈물이 나올것 같다. ㅠ.ㅠ ~~~
- 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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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
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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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
04.12.27 00:2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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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구 우리 이쁜 진희.....마음찌도 이쁘네........ 식욕 떨어져 그것 어캐 먹을꼬?.......
어~~휴 그여린맘으로 어케 그 질곡의세월을 살아왔냐? 신기하기만 허다
진희 친구야 아이 낳니 사내니 계집애니?... 제부가 그래도 애 낳다고 잉어 찜 해서 붕기 빠지라고 하니 얼마 나 너를 사랑 하니 부럽다 잉어가 냉장고있다고 생각 하면 잠이 안올 텐데 택백 로 강릉 보내 쩜" 쩜 " 할터니 절대로 흐물쩍 " 소리 없이 해치울터니 ....
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 웃다 내가 넘어 간다. 푸 ㅎㅎㅎㅎ~~~!!!! 고거 지금쯤 냉동 미라가 되었겠네. 우리 그거 매움탕 해 먹자~~!! ㅎㅎ
그래 진희야 !! 남은 시간 웃으며 밝게 살아가자. 알지~~ 아자 ~! 아자~!! 화~~팅~~!!!!!!
진희야 ~~ 고거 붕어찜 해 묵으마 니 몸보신도 되는데 ? ㅎㅎㅎㅎㅎㅎ
시레기를 냄비바닥에 깔구, 강된장 한숟갈, 깻잎, 고추가루(고추장은 넣지마세요) 는 빼지말구 넣으세요. 물론 다른 양념두 넣어야죠. 맛좋은 붕어찜에 쇠주 한잔. 꼬~올깍 !
붕어찜 번개도 모르더냐!!!!!.........내참!
나 붕어찜 엄청좋아하는디 ..쌍문동에서 붕어찜 번개 한번해보심이 어떠하실지 ..ㅎㅎ 필히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