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리 시대에 제시하는 가톨릭 교회의 기도들
가톨릭 기도서를 보면 많은 기도문들이 나옵니다. 요즘 새로 나온 책을 보면 예전보다 그 기도문의 수(數)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여러 가지의 기도가 나옵니다. 앞서도 기도의 목적을 말씀드리기는 했습니다만, 기도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언어이긴 하지만, 인간의 생각과 뜻만을 담은 것은 아닌 것이 가톨릭 기도서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이 기도서에 나오는 기도들을 구별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일상 기도가 있습니다. 성호경, 주님의기도, 성모송.... 삼종기도에 이르기까지 기도문들이 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온 기도입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기도는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가 있습니다. 독립돼 있는 별도의 새로운 기도문은 아니고 앞에 말씀드린 일상기도문의 내용을 목적에 따라서 성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순서를 정한 기도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의 몸이 쉬기 위하여 돌아온 쉼터에서 가져야 할 감사의 자세는 어떠한지, 인간들에게 펼쳐지는 하느님 구원의 역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묵주 기도의 성격입니다. 우리 신자들이 흔히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허락을 얻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도 <9일 기도>입니다. 이 <9일 기도>는 묵주기도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인류의 구원을 이루시는 길에 신앙인으로서 함께 하여 하느님이 되시는 구원의 길에 우리도 조금이나마 동참하고자 하는 기도로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사순절에 성당에서 함께 하기도 합니다.
또한 몇 가지 성월 기도가 있습니다. 교회는 1년 중의 몇 달을 특별한 정신을 갖고 살기를 권고합니다. 그래서 몇몇 개월에 고유의 기도문을 정하고 함께 하기를 권고합니다. 3월에는 성 요셉 성월, 5월에는 성모 성월, 6월에는 예수 성심 성월, 9월에는 순교자 성월, 10월에는 전교의 성월, 11월에는 위령 성월이라고 부르고 각각 그에 맞는 기도문의 본보기를 기도서에 싣고 있습니다. 위령 성월은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께서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안식을 누리실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하는 때입니다.
5. 가장 완전한 기도는 미사
지금까지 기도에 대해서 몇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정리하는 내용에서는 가장 완전한 기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기도와 생활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여러 가지 기도에 대해서, 기도의 목적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교회에서 말하는 가장 완전한 기도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입니다. 이 미사는 지난번에 말씀드린 성체성사를 이루는 바로 그 예절이고, 여러분들이 주일이면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러 오시는 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주일미사는 신앙인이 신앙인의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주일미사만 덜렁하니 참례하거나 나오면서 난 나와야 할 미사에 다 나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폐(語弊)있는 말입니다. 성당에는 일주일 중에 미사가 없는 날도 있긴 합니다만, 신앙생활의 증진을 위해서는 평일에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것입니다. 집에서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도 가능하며 권할 만한 방법도 되지만, 이곳 성당에 오셔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도 듣고 그분의 몸도 영하는 일도 필요한 것입니다.
6. 우리는 기도를 언제 할 것인가?
성경에는 이 질문에 응답하는 곳이 있습니다. ‘언제나 기도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십시오(에페 6,18)’. ‘늘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사람이 언제나 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함으로써 이런 말씀은 실천할 수 있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하신 말씀대로 죄로 유인하는 유혹, 죄, 사랑의 실천을 필요로 할 때, 특별한 은총을 구해야 할 때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사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기도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로 가셔서 40일 동안 무엇을 했겠습니까?(마태오복음 4,1이하) 가끔씩은 먼동이 트기 전에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하시기도 하셨다는(마르 1,35) 말씀이 성경에 나옵니다. 또한 기적을 하시기 전에도 기도하셨습니다.(마태 14,19; 14,23; 15,36). 최후만찬의 순간에도 빵을 당신의 몸으로, 포도주를 당신의 피로 만드는 예절을 거행할 때도 예수님은 기도하셨습니다.(마태 26,26-27) 또한 인간의 입장이라면 피하고만 싶었을 수난의 순간에도 예수님은 기도하셨습니다(마태 26,42 - 아버지, 이것이 제가 마시지 않고는 치워질 수 없는 잔이라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이처럼 기도는 예수님의 생활과, 그리고 예수님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우리가 따로 떼어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아주 본질적인 것입니다. 예수님을 본받을 완전한 기도는 예수님이 직접 알려주신 주님의 기도입니다. 마침 기도는 주님의 기도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