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문정희
어떤 그리움이
이토록 작고 아름다운 미로를 만들었을까요
별 하나가 겨우 지나가도록
별 같은 눈빛 하나가 지나가도록
어떤 외로움이
강물과 강물 사이 꿈같은 다리를 얹어
발자국 구름처럼 흘러가도록
그 흔적 아무 데도 없이
맑은 별 유리처럼 스며들도록
가면 속 신비한 당신의 눈빛이
나만 살짝 찾을 수 있도록
어떤 사랑이
이토록 실핏줄처럼 살아 있는 골목을 만들었을까요
-『시와 시학』(2012,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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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당신을 향해 열려 있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빨리 갈 수 없는 길, 한번 갔던 길인지도 모르고 헤맬 때 우리는 미로라고 했습니다
오늘 중학교동창회에서 소백산자락길 끝자락을 걷는다고 합니다
맨 처음 갈 때는 길이 아니었어도 뒤를 잇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샛길이 되고
수레까지 끌게 되면 한길이 되고,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뭔가를 덧씌우면 신작로가 됩니다
첫자락이 순흥 땅이었으니... 결국은 그리로 돌아나올 것이지요
8km 남짓한 그 길을 걸으면서 천천히 두어시간 땀을 흘리면
인생길 미로였음도 깨닫게 될까요?
실핏줄 까지도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