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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빨리좀 와."
"가고있잖아!"
가현과 가은은 아침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어젯밤에 가현이 꺼낸 얘기 때문이었다. 가현은 이제 아침마다 가은을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
가은은 올해 20살이 된 대학생으로 자신이 시간표를 짠 대로 움직이는데,
욕심을 부려, 그만 1교시인 날이 많아져 버렸다..
"그러게..시간표 잘 짜라고 했지."
"너랑 무슨상관이야!"
"이게.."
자신과 늘 맞먹는 가은이지만, 곤란한 일이 있거나 기쁜일이 있을 때는 부모님이 아닌 늘 자신에게 먼저 찾아온다.
가현은 그런 가은을 아낄 수 밖에 없었다. 가은 또한 가현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핸드폰을 찾아 여행하던 가은은 평소보다 빨리찾아내어 기분이 좋은듯 싱글벙글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가현은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천천히 내려왔다.
"사실, 한두번이 아니었어.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단 말야."
"지금은?"
"지금은..잘 모르겠어. 여기 말고 좀 더 가면 나와."
가현은 그 사람을 잡아 캐물어볼 생각이었다.
가은은 가현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안심이 되는지, 평소보다 경쾌한 걸음이 되었다.
이윽고 지하철 역까지 도착했다.
"음? 이상하다..나타날 때가 됬는데.."
"오늘은 쉬는날인가 보지. 빨리 내려가기나 해."
고개를 끄덕이곤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는 가은이다.
대학교 신입생이다 보니, 교복을 입다 사복을 입게된다. 아무래도 신경쓰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출근시간이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해 보이는 가은이다.
가현은 걸음이 불안정해 보이는 가은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꼴에 무슨..하이힐을.."
늘 저런 구두를 신고 다닌다는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저려왔다.
저런 구두는 골빈여자들이나 신고 다니는 것인 줄 알았더니 자신의 여동생이 지금까지 신고 다녔었다니..
평소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자신의 죄책감도 있었지만, 저렇게 신고다니다간 언젠가 그녀의 발목은 망가져 있을지도 모른다.
"으에-"
"!!!!"
가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급히 내려가는 사람들 사이에 치여, 발을 헏디디려는 가은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가현은 재빨리 가은이 내려간 계단까지 달려 내려갔다.
하지만 가은이 넘어지려고 했기 때문에, 더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으악-"
"앗! 잡았다!"
가현은 자신보다 두세개 가량 더 내려가 있는 가은의 팔목을 가까스로 잡았다.
역시나..굽이 엄청난 힐이었다. 자신과 옆에 걸을때 조차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높은 것인줄은 몰랐었다.
아니 애초에 가현과 가은은 키 차이가 상당한 지라, 조금 더 커졌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을 것이다.
"넌 왜 이딴걸 신어서 넘어지고 그래!"
"아직 넘어진 건 아니잖아. 계속 신다보면 익숙해져서 괜찮거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다신 이런거 신지 마."
"내맘이야!"
가현의 손에서 자신의 손목을 비틀어서 빼내는 그녀다.
가현이 아무리 가은의 시비에 질렸다고 해도, 자신의 동생이 아니던가..
아까의 충격으로 더 아슬아슬 해진 걸음걸이, 가현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따라와."
"악! 뭐야아!"
다시한번 가은의 손목을 붙잡은 가현은,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이리 늦어.."
"음? 뭐가요, 사장님?"
윤후는 계속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목시계는 8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은 가현을 기다리는 것이다.
유란이 윤후에게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윤후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가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이들은 어떻게 볼지..
"아니야. 일시작하지. 곧 사람들이 올테니 말이야."
"넵!"
윤후는 배달 알바생을 구하기 위해 한번더 구인지를 작성했다.
하지만 머릿속엔 온통 가현 생각뿐이었다. 일하는 양에 비해 급료가 너무 적은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처음 온 날부터 너무 부려먹었던 것일까. 아니면 혹시 직원들간에 무슨 문제라도..?
"유란 씨."
"네?"
"혹시 어제..가현씨랑 무슨 일 있었어?"
"네? 아니요. 별일 없었어요. 오히려 더 일 잘끝내고 좋았는데요..? 왜요?"
"아, 아니야.."
직원들간에 문제가 되는 건 없었든 듯 하다.
유란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직원들의 안색을 보니 그것은 사실인 듯 했기에..
그런데 왜 안오는 것일까. 자신의 연락처도 알고있을 것인데.
어느새 종이에 배달..이 아닌 지각을 쓰고 있는 윤후다.
"이 옷에 운동화를 신고가라고?"
"그래."
"미쳤어? 이런 옷엔 이런게 딱이라고!"
가은을 끌고 신발매장에 들어온 가현이다.
가은은 자신의 스타일에 금이 간다며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가현은 가은의 반항을 제대로 무시하고 있었다.
결국 가현은 운동화 값을 치르고 가은이 신도록 했다.
"다리병신 되고싶지 않다면 얌전히 신고 학교나 가."
"왜이러는건데 대체? 돈은 어디서난건데?"
"알바하니까 나오지. 그런것좀 적당히 신어."
가은은 결국 가현을 이기지 못한채 운동화를 신었다. 구두는 끝내 버릴 수 없다는 요청에, 결국 종이 백에 넣어 손에 든 채였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는 가은을 본 가현은 이제야 마음이 안정된 듯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의 씨가 자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제대로 지각이다!!!!"
가현의 손목시계는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빨리 일이나 해. 네 잘못 물어볼 시간이 없으니까."
가현은 윤후에게 엄청나게 죄책감을 느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시간은 엄청 바쁜 시간이라는 것을..
하지만 자신은 그것을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윤후는 자신에게 죄를 묻는 대신, 주방장이 모자라다는 재료들을
사다놓았다. 그리고 곧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새로 구한다는 알바생의 전화인 것 같았다.
"가현 씨. 오셨네요? 아까 사장님이 이상한 것 물어보시던데요?"
"네? 뭐요?"
"아, 이따가 얘기해 드릴게요..지금 너무 바빠서.."
유란이었다.
가현은 유란이 말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했지만, 지금은 호기심보다 의무감이 완승이었다.
자신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사장이 자신을 다신 신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다시 백수가 될 지도 모른다.
가현은 자신이 이 가게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일에 임했다.
윤후는 전화를 받고 온 뒤, 남다르게 열심히 일하는 가현의 모습을 보곤 또 한숨을 쉰다.
"너무 열심히 해도 안타까워 보인다고.."
라고 중얼거린다.
"안녕하세요! 새로 들어온 김재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귀여운 오오라를 발산하는 저 미소년은 누구인가..
가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김..재희?
"참고로, 재.희. 아니고 재.이. 입니다~ 재희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그래. 그 오해하던 사람도 나다.
라고 생각하던 윤후는 모두에게 소개를 마친후, 재이에게 해야할 일들을 수령했다.
점심때에도 배달이 점점 늘고있기에, 사장인 자신이 계속 자리를 비워가며 배달일을 할 수가 없었다.
굉장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기..가현씨? 맞나요?"
"아, 네."
재이가 가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가현은 아무생각없이, 테이블을 닦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려보이는 얼굴에비해 자신보다 키가 컸다.
굉장히 귀여운 얼굴이었다.
"동갑이라고, 사장님께 들어서요..말 놔도 되요?"
"네. 그러세요."
"그래, 가현아."
바로 말을 놔버리는 재이.
조금 황당하다고 느꼈지만 나쁜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가현은 사장인 윤후가 재이에게 자신의 얘기를 했다는 것에
더 신경이 쓰였다. 자신의 나이까지 외우고 다닌다는 말인가..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나쁜일은 오히려 아니었다.
"아, 그런데 나와 같은 나이라면..군인이지 않아?"
"아니야. 난 면제거든..미국태생이라.."
"아.."
재이는 미국 국적을 가진 아이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혼혈아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혼혈인 미국인 여성과의 사이에 나온 아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때 미국에서 살다,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모두 한국에 왔다.
재이는 미국보다 한국을 더 좋아했다.
"그러면 너는 왜 군인이 아니야?"
"난 아직 안간거야..몸이 안좋기도 하고.."
"음? 어디가?"
가현은 팔이 잘 빠지는 체질이었다. 다시 끼우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가끔 빠지는 일이 허다한지라,
거의 면제라고도 볼 수 있다.
22세에 군대에 있지 않은 남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가현의 친구인 성현과 은민은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장이 날아오긴 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 않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 상태일지는 모르겠지만..
"팔이 잘 빠.."
"거기. 일 안하고 뭐해."
가현이 재이에게 대답하려는 순간, 윤후가 끼어들었다.
가현은 재이에게 말하던 것을 그만두고, 곳곳에 있는 테이블을 정리했다.
재이는 갑자기 무안해졌는지, 가현에게 인사를 하곤 배달준비를 했다.
윤후가 재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 주소는 항상 내가 배달할게."
"네? 왜요?"
"내친구가 일하는 곳이거든."
그 주소는 은재가 다니는 회사의 주소였다.
재이는 주소를 윤후에게 넘기고, 자신은 다른 주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둘은 나가버렸다. 직원들은 이른점심을 먹기위해 모였고, 가현도 그쪽으로 걸어갔다.
유란이 물었다.
"가현씨. 아까 재이씨랑 무슨얘기한 거에요?"
"별얘기 안했어요. 그냥 동갑이니까 말 놓자고.."
"와~좋겠다. 저도 재이씨가 말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유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헤헤. 스물 셋이요."
누나군요...
가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란은 아무래도 재이에게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아까부터 가현이 있는 쪽을 힐끔거렸던 것이, 재이에게 관심을 보여서 그랬던 것인가 보다.
가현은 윤후가 재이와 함께 배달을 나갔다는 것이 약간 신경쓰였다.
자신이 탔던 윤후의 차에 같이 타고 배달을 가는걸까..
"다녀왔습니다아!!"
"왔어요? 얼른 점심먹어요. 곧 엄청 바빠질 거거든요.."
돌아오는 것은 윤후와 함께가 아닌 재이 혼자였다.
그런 재이를 유란이 맞이했다. 재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갔었는지,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있었다.
남모르게 안심을 하고 있는 가현이다.
그런데 왜 자신이 그걸 신경쓰는 것인가...
윤후가 재이에게 자신에 대해 얘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가현아."
"아, 응."
조금 어색했다.
처음본 사람과 바로 말을 튼다는 것은 가현에겐 매우 드문 일이었다.
"학교다녀?"
"지금은 휴학중이야."
유란은 이번에도 가현과 재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현은 아무래도 유란이 자신이 자리를 비켜주길 바라고 있는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저기, 나는 할 일이.."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데..번호좀 찍어줄래?"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내미는 재이에 의해, 자리피하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재이의 손에서 휴대폰이 나오자, 유란은 눈을 석영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한걸음에 달려와 말했다.
"내번호도 찍어줘도 될까?"
"네. 상관없어요~다 친해지면 좋죠 뭐."
"와~그럼 나도나도."
그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몰려왔다.
재이와 가현을 쳐다보고 있던 건 유란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새 재이와 가현의 주위에는 사람으로 둘러싸여졌다.
가현도 재이가 일으킨 파동 덕분에 여러명에게 번호가 따여졌다.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가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조용해졌다.
재이는 뒤를 돌아 방금 말을 내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윤후였다. 가현은 재이 뒤에있는 윤후의 표정이 달갑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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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재이 마음에 드네요, 귀여워요! ㅋㅋ 다음편 기대할게요!
빨리 윤후가 가현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길 바래요 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윤후가 질투를 ㅋㅋㅋ
오늘 처음읽게됐어요ㅋㅋㅋ재이 뭔가 맘에 안드네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