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숙씨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 다정이
나에게만 다정한지
아니면 가게에 오는 사람 모두에게
고루 다정한지
매일 지켜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너무 다정스럽게
대해준다
은숙씨는 헌 옷 수선을 하며 살아간다.
큰길에서 벗어난 가게는
작은 입간판에 수선 집 이라고 써 붙여 놨으니 수선 집이구나 하지
가게 자체는 볼품없이 작고 좁다
그나마
먼 친척 조카가 운영하는
화원장 (원예 하우스 ) 한 귀퉁이를 빌려 준 거라서
수선 집 입구 쪽 사방으로
크고 잎이 넓은 화초들로 꽉 찬 곳이라 슬쩍 보면 화원 밖에 안 보인다
자세히 보면
화초 사이로 형광등 불빛이 보이는데
가게가 아무리 작고 좁고 허술해도 단골은 많다 (2 십 년은 족히 했으니 ...)
단골은 많지만
기다리는 손님이 앉을 곳이 없어 거의가 바깥에 서있거나
장보기를 끝내고 다시 와서 수선 옷을 찾아 가는 게 다반사다
작업장엔
재봉틀이 두 대
재단하고 다림질 하는 긴 테이블 하나
그 뒤에 공간이 있긴 한데
거기엔 몇 년이 지나도 찾아 가지 않은 옷가지와
수선 보따리로 꼭꼭 채워져 있으니 공간이랄 수는 없다
아주 친한 사람 두엇이
쉬고 있는 은숙씨와 말동무라도 해줄 요량으로 앉을 때면
그 보따리 위에 앉는데 은숙씨나 우리나 당연하듯 여긴다.
은숙씨는 고향이 경북 영주사람인데
사투리가 섞인 그녀의 말씨는
언제나
듣는 사람의 귀로 들어와 마음을 채우는 음향으로 남는 묘한 울림이 있다
이를테면
“혜진이 엄마처럼 하는데 안 좋아 할 사람이 없제. 하거나
“갸는 우리 집에 와서도 넘 의 말 일체 안 한다 사람이 그래야 되제 안그러나 ?
한 곳에서
수 십 년을 있다 보니
근방 동네 집구석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 굿은 일 알게 모르게 다 꿰고 있는 그녀지만
어느 누구한테 농담으로도 표 안내고
싫은 티 좋은 티 없이 늘 고요하고 나직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유지하는 은숙씨다
헌 옷 수선하는 게 업이라
부유한 손님과의 상관은 멀어도
가진 것 없고 고단한 인생들
낡고 해어진 의복에 새 천 조각 덧대어 꿰매주며 살아 와서 인지
주위에는 늘 슬프고 궁상맞고
별스럽고 유난스러운 인간도 많이 모여 든다
은숙씨 그들 하나하나 보듬는 솜씨 또한
헌 옷 재주 좋게 수선하듯이 하니
몇 년 지나면 그들도
말끔한 인성으로 수선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은숙씨는 다 좋은데
왜 주위에 저렇게 사나운 여자들이 몰려와 있지?
"저러면 은숙씨 이미지 안 좋잖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 몰라서 그렇지 자들도 다 마음이 병이 들어서 그렇다 아이가
“ 쟈들도 내가 편하니 그 사나운 심기를 풀까 해서 드나드는데 어야노? 하며 되려 묻는 그녀
그래서인가
은숙씨 가게에 죽치고 앉아 눈에 독기를 뿜어 대던
사나운 여자가 봄의 강물처럼 평화를 찾아 가는 걸 보긴 했다
아들의 작업복은
늘 엉덩이와 앞 쟈크가 잦은 고장을 낸다
우리 집 옷 수선이 많은 것은
노동자인 아들 영향도 크지만
나도 보세 옷을 자주 사 입기에 수선 집 문턱이 닳을 정도다
은숙씨와
주고받은 말...말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마나 달고 부드러운지
씹히지도 않고 목을 홀랑 넘어 가곤 한다
우리가 살면서
사람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울 겪는데
그것이 의외로 말투와 말 내용 물들이 목에 걸리거나
명치 쪽에 막혀 괴롭게 하였는 고로 하는 말과 듣는 말이 늘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는 나 자신이 스스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지 하고 책하고 마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았던 가
은숙씨의 직업은
낡고 먼지나는 헌 옷 수선공이지만
행동이나 말씨,인품은
늘 새것처럼 윤이 나고 빛이 난다
은숙씨는
척추 측만증이란 병을 가지고 있다 꼽추라고 하는 ..
은숙씨 친정 집안은 넉넉해서
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딸을 위해 양재를 배우게 하고
시집 보낼 때는 사위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남편의
술버릇으로 고통을 조금 겪었다 할 뿐
이러저러 혹여
술병으로 일찍 죽은 남편에게 누가 되는 말은 일체 하지 않는다
아들 딸 둘을 두었는데
은숙씨 외모가 출중해서 인가 남편 인물도 한 몫 해서 인지
두 자녀가 인물 좋고 체격도 좋다
딸은 경찰 공무원이 되어 시집가서 손녀를 낳아 줬고
아들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은숙씨는 좁고 남루한 작업장에서
일생을 보내는 자신의 삶을 절대 비관하지 않는다.
성격자체가 정도를 걷는 신념이 있고
자식에게도 그 뜻을 확실히 해서
자식이 그녀를 슬프게 한 적은 없다 한다
물론 사소한 일상적 다툼이야 어느 집이나 있겠지만....
종일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하는 그녀는 노래도 잘한다.
못하는 노래가 없다
내가 이사 오고 나서
한 번 가봤는데
그날도 그녀는
먼지 자욱한 작업장에서
헌 옷 보푸라기 머리 어깨에 잔뜩 달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삼척 근덕에서 사온
유명한 찹쌀 꽈배기 한 보따리 내밀자
눈으로 웃으며 입은 여전히 노래를 따라 하고 있다
그날 라디오에서
은숙씨가 따라 부르던 노래는
임희숙씨의
나 하나의 사랑은 가고 라는 곡이다
노래 중간
흐르는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등이 휠 것 같은 ~ 삶의 무게여~....
은숙씨 등에 얹힌 것도
삶의 무게일까 평생 짊어 지고 다녀야 하는
분명 그녀도
그 무게 땜에 고통스러워했던 세월이 무수했을 터인데도
그녀의 입에서
작은 한 숨 한번 내 뱉는 걸 본적이 없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은숙씨다
첫댓글 은숙씨 멋진 분이시로군요
동네를 밝히시는 등불 같은분 입니다
내가 가끔 다니는 수선집 두곳은
남자분이 운영하십니다
등이 휠거같은 삶의 무게에도
맑은 영혼
긍정의 말들
열심히 사는 모습이
그녀가 자식에게 해준
최고의 교육이 되었을것 같네요
좁은지역에서 사람 상대하며
하는 모습ㅡ진정
지혜롭고 현명한 여인입니다
나하나의 사람은 가고//임희숙
https://youtu.be/C_nmhGzxihY
PLAY
대단한 은숙씨네유.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평생지기로 삼아서
끝까지 우애 있도록
사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한편 잘 읽었습니다.
이런건 문학 잡지에 실려도 충분한 글인데요.
암튼 쓰시는 글들 잘 보관하시지요?
묶어서 책 만드셔야지요. ^^
저도 은숙씨의 수선집 옷보따리 의자에 앉아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녀의 입담과 노랫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그리던 참 좋은 이웃의 모습입니다.
운선님도 그런 분이십니다.
제목을 보고 전임 방장님 "은숙"인 줄 알았습니다.
요즘 통 소식이 없어 아쉽네요.
그리고 전원주택은 잘 짓고 계시는지.
존경하는 분였는데.
참 예쁘고 멋진 분이군요. 은숙씨.
천사 같다는 느낌. ㅎ
복을 많이 짓고 계시니
좋은 일이 가득할거 같습니다^*^
글 속에서 만난 은숙님
직접 뵈도 낯설지 않을것 같이
친숙하고 다정한 느낌입니다
운선님의 손 끝에서 글로서
다듬어 지면..
음식이면 침 넘어가고
사람이면 친근해지다 못해 만나고싶고
모두 운선님의 뛰어난
표현력으로 재탄생하면
새로운 생명이 부여되네요^^
타인에 대한 말을 전하지 않는다함은 인품의 기본이 갖추어졌고
늘 하는 일이지만 그 자체를 감사함으로 묵묵히 지켜나가는 마음
뿌듯함으로 사는 은숙씨라 믿어집니다 글 표현이 더욱 아름답게
잘 꾸미셨네요
육체에 장애가 문제가
않이게 살아가는 아름다운여인 이군요
운선님! 글에 그분의 인품에서
잔잔하게 전해지듯~모습도 같이~ㅎ
오늘도 즐겁게 건강하게 운선님아~()
은숙이는 다 좋은가봐요 제가알던 은숙이도짱.^^
참으로 대단한 은숙씨이십니다. 척추측만증으로 힘든 삶속에서도 절망치않고 생활하셨다니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그러네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말을 옮기는걸 금기시하고 그러니 다들좋아하나봐요 ㅎㅎ
은숙씨......
너무 정겨운 이름이고..
너무 좋은분 이시네요..
좋은관계 유지하고
잘 지네시기를 바랍니다..
이 아침깨어서 넉넉 하고 아름다운 글 접하고 갑니다
은숙씨 운선 님의 글속에서
많이 지혜로운 사람이네요
운선님의 맛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행복합니다.
그 어떤 음식도
그 어떤 분도 운선님
손 끝에서는 다듬어지고
맛있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니까요..^^
화려한 봄꽃들이 피어날텐데 또 뵈러
가고싶어져요.ㅎ
딱 기다리고 계십시요.
친구 차로 휘리릭..
맛난거 사드릴게요..
공수표 난발하믄 안되는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