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진교리 : 성경
오늘 말씀드릴 내용의 주제는 <성경>에 대한 것입니다. 성경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성경을 어떠한 마음 자세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 두 번의 기간에 말씀드린 내용은 사실상 성경에 근거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다는 것은 믿음으로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약한 인간들은 눈으로 보는 것, 뭔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니, 그에 대한 응답으로서 성경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견진교리를 통해서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도 짧고 여기서 하는 <성경에 대한 이야기의 목적>은 당연히 견진교리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 여러분들이 성경에 대해서 갖고 있을 궁금증을 모두 풀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조금 겁나는 것은 시간이 다급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교리이기에 오늘은 합니다만, 혹시라도 훗날 틀린 것이 있다면 다시 수정(修整)해 드리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습니다. <성경>에 대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성경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성경이라고 하는가?
이것은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간단하게 물었으니, 간단하게 답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느님께서 자기 자신과 인류에 대한 자신의 의지에 관하여 계시한 바를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기록자가 작성한 책들의 집합체로서 교회가 정전(正典:CANON)으로 인정한 것’들을 말합니다. <가톨릭대사전 637면. 성서란?>
말이 복잡하죠. 간략한 말로 자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인간이 읽고 알아들을 수 있는 글로 쓰여진 하느님 자신에 대한 것과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의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더 복잡하나요? 그 이상은 방법이 없습니다.
인간의 생활에 대해서 재미를 느끼며 그것을 즐기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성경을 읽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인간의 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있고 내가 하는 일들이 모두 내 뜻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굳이 ‘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의지(意志) 따위를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기 쉽기에 그렇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지금 현실에서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거나 현실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재미에 지나치게 심취(深醉)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분명 이렇게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가끔씩이라도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도둑질도 해 본 사람이 잘 한다’고 했습니다. 평소의 삶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 대하고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다급할 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성경의 구분 : 구약성경, 2경전, 신약성경,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성경은 크게 구분하면, 구약(舊約)과 신약(新約)으로 구분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옛 계약을 가리켜 ’구약’이라 하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전히 새로워진 계약을 ’신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말뜻을 설명하는 것이고, 우리가 책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조금 다르게 나눕니다. 우리가 가진 성경의 목차를 보면, 좀 더 달리 구별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의 구별은 오경과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예언서로 나눕니다. 이렇게 종류별로 나눈 것에 구약성경 46권이 적절하게 그 성격에 따라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나누어진 구약은 제 1 경전과 제 2 경전으로 다시 나눕니다.
우리는 현재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오래 전부터였지만<최초의 경우: 1795-1780년의 이가환 정약종 번역했다고 함. 1892-1897년에 일부, 1910년에 한기근 신부의 사사성경 1922년 한기근 신부의 사도행전 번역. 나머지는 1941년 덕원 분도 수도회 실라이허 신부의 번역하여 1971년까지 교회공인본으로 사용해 왔음.>,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공동 번역은 1977년에 초판본이 나온 것입니다. 낱권으로 번역된 성경은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은 시기가 꽤나 늦은 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성경은 1988년과 1998년 주교회의 총회에서 구약과 신약 성경을 새로 번역하기로 결정하여, 1990년부터 2002년까지 26차례의 히브리 말 · 그리스 말 본문 대조 독회와 34차례의 우리말 독회를 거쳐 구약 18권 신약 10권으로 성경의 단행본 출판을 완료하였습니다. 성경 번역을 위하여 힘쓰신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이신 임승필 요셉 신부님께서는 성경의 단행본 출판을 다 마치시고 갑자기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시어, 이 성경의 번역에 한 삶을 오롯이 바쳐 한국 교회의 큰 별이 되셨습니다.
구약과 신약의 구별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가 하느님의 아들로 오셔서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일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구원사업의 완성’ 이후에 쓰여진 것은 신약성경이라 하고, 그 이전에 쓰여진 것은 구약성경이라 합니다.
쓰여진 언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책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신약성경은 희랍어, 즉 그리스어로 쓰여졌고, 구약성경은 지금 말씀드린 희랍어로 쓰여진 부분이 있고, 이스라엘 문자였던 히브리말로 쓰여진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쓰여진 언어에 대한 평가에 따라서 개신교와 천주교에는 성경의 권수를 달리 계산합니다. 개신교에서는 구약성경 중에 애초에 히브리말로 쓰여지지 않은 것을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쓰여진 언어에 따라 구별하면 구약성경 중에서 히브리말로 쓰여진 것은 39권, 희랍말로 쓰여진 것은 일부분 보충된 내용을 포함하여 9권(실제 계산에서는 7권만 셈한다), 신약성경은 27권입니다.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39+7+27=73권이고, 개신교에서는 39+27=66권으로 계산합니다. (참고 : 나중에 꿈란 동굴에서 희랍말로 쓰여진 7권의 복사본이 발견되었으니, 바뀌어야 되지만 예전에 것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예수님의 구원사업 완성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이야기할 때, 농담 비슷한 말로 묻는 내용이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의 시기상 구별은 언제부터인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셨을 때, 예루살렘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갈라진 때(마태 27,51)를 말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하느님께 다가가는 길을 제한하거나 어렵게 하던 그 가로막이 장애물이 제거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