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암 환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열이 끓기 시작했다.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열을 내려달라고 기도하며 버텼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몸이 안 좋아졌고 그제야 내 욕심임을 깨달았다.
버티다 뒤늦게 병원에 갔는데, 응급실을 찾던 여느 날과 달리 심폐소생실로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병원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열도 잡히고 혈압도 제자리를 찾았지만, 증상이 반복되어 한동안 집중치료실에 있어야만 했다. 입원이 필요한 상태였으나 병실이 없어서 나는 약만 처방받고 퇴원했다.
그날 저녁,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로 밤새 버텼다. 다음 날 아침, 몸이 이상했다. 열이 끝도 없이 오르고 정신이 몽롱한 채,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몸이 안 좋은 게 아니었다.
‘아,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겠구나….’
그동안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그들에게서 보았던 익숙한 느낌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에 여러 번 전화해서 몸 상태를 알렸다. 이미 패혈증이 진행된 것 같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통화 중에 열이 38도에서 39.2도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잠깐 누워야 나갈 힘이 생길 것 같아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방 한켠에 그해 여름을 대비해 사둔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계절을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은 나 자신에게 기가 찼다. 천천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벽에 걸린 십자수 액자의 예수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잠잠히 눈을 감았다.
‘주님, 제가 오늘 병원에 가면 다시는 이 방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제 마지막 사명은 무엇인가요. 교회 공동체를 위해 할 일을 알려주세요.’
마음 깊은 곳에서 ‘부활’이라는 울림이 전해졌다. 이미 복음을 아는 지체들에게 왜 부활을 전하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껏 내가 복음을 어떻게 전했는지 주님이 떠올려주시며 깨닫게 하셨다.
‘주님은 제가 당신과 만난 과정을 토씨 하나 빠짐없이 남기길 원하시는군요.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지만 휴대폰 메모장에라도 남길 테니, 완성할 때까지만 상황을 허락해주세요. 마지막까지 주님 뜻에 충실할 수 있도록요.’
고백을 마치자마자 온몸의 구멍이 활짝 열린 듯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구멍에서 맑은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에 빠진 듯 순식간에 옷이 흠뻑 젖었다. 급한 대로 옷을 벗고 몸의 물기를 닦아낸 후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새 옷을 입자마자 흠뻑 젖어서 또 벗고 새로 갈아입는데 갑자기 몸에서 기운이 솟았다.
물이 더 나오지 않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체온을 재보니 ‘36.9’라는 숫자가 선명히 보였다. 이런 치유의 역사를 교회가 아닌 집에서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주님이 내게 명하시는 게 분명하고 강력했다.
‘왜 이런 기적이 내게 나타났을까?’
치유의 역사가 일어난 이후, 예수님을 사랑하는 충성된 종으로 스스로를 바꾸어 갔다. 나는 관계에서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에 주님을 배신하지 않고 그분이 믿을 만한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영혼 구원을 이 땅에서의 내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나는 치유의 기적들을 공유하면서 환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뒤집혔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 믿음을 확신시켜주는 게 예수님의 ‘부활’이다. 부활을 통해 믿음이 세워지면 의심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등 떠밀지 않아도 사명을 향해 달려 나간다. 성경을 힘써 읽으려 하지 않아도 성령님이 알려주시며 말씀대로 인도해주신다.
주님을 알아갈수록,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 영접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내 변화의 기록이자, 주님이 구하고자 하시는 영혼들을 향한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기도 하다.
-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 천정은-
† 말씀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 요한복음 11: 25~26
† 기도
하나님, 예수님의 부활을 확실히 믿는 믿음을 주세요. 예수 부활 복음을 의심하지 않게 하시고, 진짜 믿고 담대히 전하게 해주세요. 날마다 주님을 알아가며, 부르심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믿음을 더해주세요!
† 적용과 결단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주님의 부활로 인함임을 기억하여 주님께서 믿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