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1년 8월 17일 아침.
광주 전남에 비가 올 확률이 80%란다. ‘나무나루(목포) 하늘에 떠있는 아침해는 짱짱허기만 헌디 비라니....’ 승태 성한테 전화를 걸었다.
“승태성? 저요. 오늘 비 온당게 장구는 빼고 쇠허고 징허고 북만 치믄 쓰겄는디요, 이? 근디 누구누구 오요?”
“너까지 여섯 명은 될랑갑다야?”
“그래라? 알었소. 이따 봅시다.”
5시 20분. 광주 5.18기념관에 도착했다. 나무나루에서 딱 한 시간 걸렸다. 승태 성한테 전화했다. 모임이 있어서 이리로는 안 오고 바로 상무공원으로 오신단다. 경도한테 전화했더니 인자 인났단다. 언능 오라고 했다. 순화한테 어서 오라고 문자 날렸다. 잠시 뒤 전화가 온다. 금방 도착헐 거란다. 막새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두영이 성한테 했다.
“두영이 성? 저 재성입니다.” “어어, 재성이?”
“성, 광주 안 오시요?” “시방 백운동이네.”
“예, 성 그믄 깐닥깐닥 오쑈, 이?” “어, 그래. 쫌 이따 보세.”
5.18기념관 앞 먹자골목에 있는 ‘완산골명가’에 들어섰다. 막새언니, 두영이성, 경도, 순화, 신영이 낭자허고 나 여섯이다. 전주식 콩너물국밥을 시켰다. 국물이 차말로 시원허다. 모주도 한 그럭썩 묵었다. 막새언니가 계피향 난다고, 맛나다고 근다. 경도가 밥 묵다 말고 누군가허고 통화를 헌다. 상쇠영감인 이동철 선생이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오는 중이란다. 내가 여러 사람 피곤허게 헌다는 생각이 든다.
6시 50분. 상무공원에 들어선다. 한 스무 발짝 떼자 왼쪽에 사내 서넛이 무전기를 들고 안고 서고 있다. 정보과 짭새들맹이다. 몇 발짝 안 떨어진 오른쪽에는 네모지기 물웅덩이가 있고 거기를 지나자 양정화 씨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소리통(앰프)은 설치되어있는디 무대는 인자사 만들고 있다. 근디 소리통이랑 무대 방향이 영 아니다. 기왕이믄 아파트를 향해야 헐 것인디, 옆으로 비켜서있다. 말을 허까마까 두 번 갈등허다가 결국에 가서는 말을 토해부렀다.
“앰프 방향이 아파트를 향해야 안 되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민원 때문에.”
“근다믄 애초에 촛불집회 허지 말아야죠.”(미안허요, 양정화씨....^^;;)
승태 성이 북은 매고 징은 들고 광장에 나타난다. 머리 우에 채양 넓둥근 감물모자를 얹고 있다. 언능 가서 징을 받았다.
“성, 내 징 갖고 오니라고 애썼소.”
“왔냐?”
무대 옆 매점 앞 마당에는 생맥주 통 두 개가 놓여있고 그 젙에 짜란히 한 아짐이 어묵을 끓이고 있다. ‘커피’라고 쓴 하얀 종이도 붙어 있다. 촛불집회에 온 사람들한테 돈 안 받고 주는 음석들이리라. 축구장 쪽에는 교선용 알림판들이 나래비로 서있다. 하나같이 ‘외세 없는 국민주권 사수’란 글귀가 오른 쪽 맨 위에 쓰여있다.
“전쟁은 미국으로부터 온다.”
“뛰는 물가에 나는 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국전쟁, 양민학살 지휘자 주한미군”
2002년 월드컵 때 미군 장갑차에 처참허니 죽임당한 효순이 미선이 사진도 있다. 그 사진 우에는,“점령군의 횡포”라 쓰여있다.
“이명박, 국민은 없고 일본은 있다.”
“미친소에 이어 한미FTA가 몰려온다.”
“대국민 공안 탄압”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국민을 짓이기고 능멸허는 쥐박이 정부! 늬기놈들 심판하는 그 날은 오리라, 기필코!!’
알림판 맞은 편에는 광주촛불 사진들이 걸려있다. 스님들 사이에 ‘이명박 OUT'손팻말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녀의 눈망울이 별라도 눈부시다. 명박산성을 넘는 광주사람들 젙에 이병열 열사가 안경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분수대쪽에는 촛불 만평이 걸려있다.
“뒷산에 올라가 촛불 바라보고 뼈져린 반성....할 줄 알았지? 정연주 해임, 공기업 민영화, 촛불 강경진압-역시 박태환, 역시 한나라-벌써 비리 3관왕, 부시 미친소 대환영”
“뒷전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뒷전.... 국민사냥 잡으면 포상!
7시 20분. 분수대에서 물 몇 가닥이 솟아오른다. “와, 분수다!”하고 외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들이 분수대 안에 한 청년을 풍덩 빠쳐분다. 그걸 보고 동료인 듯한 처녀들은 깔깔거리고 어떤 젊은이는 “멋져부러!” 한다.
무대위에는 드럼들이 놓여있다. 이동철 선생이 나무밑둥을 둥그렇게 둘러친 돌덩이 위에 일자로 누워있다.
“또 뭐 적고 있냐?”
“예, 집회장 풍경....”
“우리 자이성이는 종군기자야.”
광장마당에 사람들이 무데기무데기 앉아있다. 양정화씨가 잠시 뒤에 길놀이를 해달란다. 곤히 자고 있는 상쇠영감을 깨웠다. 이동철 선생이 화들짝 놀라 깬다. 그 얼굴에 어깨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솔찬히 미안하다.
7시 35분부터 20분동안 길놀이를 했다. 자진모리로 광장을 이리저리 갈고 댕기다가 무대 앞마당에 들어선다. 싸잽이로 휘몰아치더니 굿거리로 흥청거린다.
“쟁~기재기 쟁~재재재재 재쟁~기재기 쟁~재재재재....
덩~기더기 덩~더러러러 덩~ 기더기 덩~더러러러....
둥~~~ 둥 둥 ~~~ 둥 둥~~~ 둥 둥 ~~~ 둥....
징~~~~~~~~~~~~~~~~~ ....”
오방진, 진오방진을 넘나들더니 싸잽이를 치고 털어낸다. 폴께가 솔찬히 떨린다. 인사굿을 시 번 치고 징을 친다. 관중들이 환호헌다.
7시 55분. ‘얼쑤’가 난타공연을 헌다. 언젠가 전남지부 참실한마당에서 공연했던 사람들이다. 한창 넋을 놓고 보다가 양정화 씨한테로 갔다. 랩공연 다음에 허란다. 가운데쯤이다. 행진하느냐고 물었더니 헌단다. 행진 때, 길놀이는 굳이 안 해도 된단다. 전교풍(전국교사풍물패) 연수로 녹초가 되어있는 상쇠영감이랑 신영이 낭자랑을 생각해서라도 행진은 그만둬야 쓸랑갑다.
다시 우리 식구들 있는 데로 갔다. 한 사내가 쓰러져 있는디 볼에 피가 묻어있다. 간질환자란다. 갑자기 쓰러져불드란다. 승태 성이 화장지를 찾는다. 양초 나눠주는 곳으로 갔다. 한 젊은 아낙이 아는 체를 헌다. 그 아낙한테 화장지 있느냐고 물었다.
“예, 있어요. 찾아볼께요.”
네모지기 휴대용 화장지를 갖고 갔다. 승태 성이 화장지를 받더니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준다. 누워있던 그 사람을 앉히더니 등을 타닥인다. 그 사람이 괴로운가 다시 눕는다. 승태 성은 화장지로 그 사람 이마에, 얼굴 여그저그 묻어있는 땀을 닦아준다. 나는 공책으로 부채질을 해줬다. 그 통에도 ‘얼쑤’는 신나게 두들겨대고 있다. 그 사람이 정신이 나는가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한 동안 그대로 앙거있다. 바람이 분다. 시원허다. 광장에 부는 바람에 가을냄새가 흠씬 묻어있다.
8시 7분. 드디어 난타공연이 끝난다. 400여 명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더니 “한번 더!”를 연호헌다. 사회자가 소리대를 잡는다.
“....아따, 겁나게 멋져부요. .... 서울에서는 색소 섞은 물대포.... 촛불구호 한번 외쳐보겠습니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국민이~!” “승리한다~~!!!!”
“함성~! ” “와아아아~~!!!!”
8시 15분. 통키타를 맨 젊은이가 무대에 오른다.
“참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같이 하시게요.”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고 ‘일어나’를 부른다.
“이명박은 6월 10일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반성했을까요? 안했을 겁니다. ....”
카타줄이 끊어져분다. 3번줄이란다. 무반주로 촛불들허고 항꾸네 아침이슬을 부른다. 반주 없이 부르는 아침이슬 맛도 솔찬허다.
광주촛불을 영상으로 묶은 것을 보여준단디 자막에 영상이 흐르덜 않는다. 진행사고다. 사회자가 세 사람을 불러낸다. 광주 촛불 아흔 아홉 번 빶지 않고 나온 사람 둘허고 두 번 결석에서 아흔 일곱 번 나온 한 사람이란다. 맨 끝에 소리대를 잡은 고등학생이 마지막까지 힘내자고 헌다.
‘하먼, 그러고 말고.... ^^*’
네 젊은이가 무대에 오른다. 네 사람 모두 진한 분홍 빤짹이를 걸치고 있다. 빠라빠빠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그들은 광주지역 청년회 사람들이란다.
“네온이 불타는 거리 정육점 불빛 아래서 ....광우병 쇠고기....”
전화가 온다. 양정화 씨다. 율동 끝나믄 바로 올라가란다. 솟터식구들한테 바로 다음에 헌다고 말허고는 무대 젙으로 갔다. 율동하던 사람들이 무대아래로 내려선다. 수고했노라고 한 마디썩 해줬다. 사회자가 나를 소개헌디, 욕쟁이 선생님이란다.
“안녕하십니까? 저만 진도에서 왔고 이 분들은 나주, 광주 등지에서 활동허시는 분들입니다. 욕도 예술 아니요? 적재적소에 잘만 쓰믄....”
‘산토끼’를 주거니 받거니허고 ‘멍박까’를 불렀다. 솟터 식구들이 풍물로 장단을 맞춘다. 북허고 장구 장단에만 소리허다가 사물이 어울어진 장단에 허는 소리맛도 괜찮다. 요것은 숫제 경도 생각이었다. 이어 뱃노래를 불렀다. 이름하야, 쥐잡이뱃노래....
“쥐떼들을 몰아내고 행복하게 살아보세~!”
“쥐떼들을 몰아내고 행복하게 살아보세~!”
“광주시민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만세~~!!!!”
9시 5분. 은자한테서 전화가 온다. 상무공원 아니냐고 그런다. 후배가 선생님 노래하시는 것 보고 문자 보내서 알았단다. 대책위에서 마련한 영상이 흐른다. 인자 가끄낭게 경도가 마저 보고가잔다. 얼룩소들이 자빠지고, 쓰러지고, 아예 벌러덩 드러누운 채 바둥거리고, 강기갑 의원의 모습이 흐르고.... 한 여학생은 손팻말에, “경제 말고 국민을 살려주세요!”하고 외치고 있고, 유월 10일 70만이 모인 서울시청광장 영상이 흐르고....“
9시 12분. 대주아파트 단지 우로 달이 솟아오른다. 그 달은 희뿌연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재기발란헌 젊은이 셋이 무대에 오른다. 비트박스 공연을 헌다.
“인자 가까?”
“그러세.”
9시 15분. 상무공원 광장에 촛불들이 넘실거린다. 그 촛불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땡>
첫댓글 명박아~! 암것두 하지 말고~ 걍 찌그러져 있어라~!!! 니가 뭘 한다고라믄.. 맴이 불안혀서 암것두 못하긋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영상을 보듯 실갑납니다.광주촛불,멋저부러^^^수원에서....대한민국 촛불,모두모두 사랑합니다.화이팅^^
일요일날 갔다 왔습니다. 풍물패 공연 잘 봤습니다. 그 날 서부서에서 견찰들 엄청 나온거 아시죠?? 쫙 깔렸더이다..살짜기 채증도 하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