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옹지치(吮癰舐痔)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이다.
吮 : 빨 연(口/4)
癰 : 종기 옹(疒/18)
舐 : 핥을 지(舌/4)
痔 : 치질 치(疒/6)
(유의어)
곡의봉영(曲意逢迎)
노안비슬(奴顏婢膝)
불수진(拂鬚塵)
비궁굴슬(卑躬屈膝)
상분지도(嘗糞之徒)
승영구구(蠅營狗苟)
아유구용(阿諛苟容)
아유봉승(阿諛奉承)
엄연미세(閹然媚世)
연저지인(吮疽之仁)
오기연저(吳起吮疽)
오방저미(五方猪尾)
요미걸련(搖尾乞憐)
의아취용(依阿取容)
지치득거(舐痔得車)
추염부세(趨炎附勢)
출전 : 장자(莊子) 열어구(列御寇)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을 앓는 밑을 핥는다는 말이다. 본래는 다른 사람의 병 구호를 위해 어떠한 고생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으나, 전(轉)하여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첨을 하기 위하여 더럽고 구역질나는 일이라도 참고 하는 간사한 자를 말하기도 한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아첨(阿諂)은 누구나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여긴다. 아랫사람은 상관에게 바른 말만 하고, 윗사람은 살랑대는 부하를 잘 봐주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호감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란 격언을 증명하듯 사전에 실린 말만 해도 미열(媚悅), 미첨(媚諂), 아미(阿媚), 아유(阿諛), 아종(阿從), 첨유(諂諛) 등등 수두룩하다.
유사한 성어도 많은 중에 개와 돼지가 먹이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요미걸련(搖尾乞憐), 오방저미(五方猪尾) 보다 훨씬 찡그려지는 말이 있다.
윗사람의 수염에 묻은 먼지를 불어주고 건강이상을 알기 위해 변까지 맛본다는 불수상분(拂鬚嘗糞)과 함께 종기의 고름을 빨고(吮癰), 치질을 앓는 밑을 핥는다(舐痔)는 말은 아첨의 최악이다.
이런 일은 부모의 병세가 깊을 때 구완을 위해 어떠한 고생이라도 감수하는 효자의 행위를 기렸던 말이었다. 또 전장에서 일개 병졸의 종기 고름을 빨아준 장수 오기(吳起)의 연저지인(吮疽之仁)은 부하를 끔찍하게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것이 변하여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더럽고 구역질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첨배를 나타내게 됐다.
장자(莊子) 열어구(列御寇)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먼저 보자. 조상(曹商)이라는 사람이 진왕(秦王)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수레 100대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장자는 진왕이 의사를 부를 때 '종기를 터뜨려 고름을 짜낸 자는 수레 한 대, 치질을 핥아서 병을 고친 자는 수레 다섯 대를 상으로 받는다(破癰潰痤者得車一乘 舐痔者得車五乘)'고 말하며 어떻게 비위를 맞췄기에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고 나무란다.
뱃사공에서 일약 전한(前漢)의 5대 문제(文帝)의 총신이 된 등통(鄧通)도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있었다. 문제는 종기를 달고 살았는데 '등통이 항상 고름을 빨아줬다(鄧通常爲帝唶吮之).' 사기(史記)나 한서(漢書)의 영행(佞倖) 열전에 나온다.
간에 가 붙고 쓸개에 가 붙는다는 아첨꾼은 누구나 비난하기 쉽다. 그러나 자신은 떳떳하게 행동했다 하더라도 남이 볼 때는 도가 넘은 경우가 많다.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기의 행위를 먼저 비춰봐야 한다.
또 있다. 높은 사람의 불의를 보고도 직접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입을 다무는 짓은 괜찮을까. 그런 조직은 상사에 듣기 싫은 의견이 없어져 일방통행, 결국 활력을 잃고 퇴보하게 되니 아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첨의 이론과 실제
'영웅전'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크는 '친구와 아첨꾼을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라는 팸플릿에서 아첨을 일삼는 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욕설을 퍼붓고 있다.
가축 가운데 가장 위험한 짐승이 바로 아첨꾼이다. 이 비열하고 위험한 짐승은 달콤한 독을 품고서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게끔 말하고 행동한다.
이놈은 자기 주인의 자존심에 영합하는 뚜쟁이이며 사탕을 구걸하려 알랑대는 강아지이며, 지겨운 버러지, 기생충, 오징어, 파리, 원숭이이다. 그리고 사방을 이리저리 곁눈질하면서 살살 기는 게 같은 놈이다.
한국에서 인기 절정인 동해 오징어와 영덕 대게가 들으면 매우 불쾌히 여길 언사다.
그러나 아첨은 종합예술이다. 대상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설득을 위한 논증과 수사의 동원, 적절한 시기의 선택,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깔끔한 뒷마무리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가장 중요한 일은 대상을 선택하는 일이다. 장차 한 건 할 사람이라 믿고 줄을 서서 온갖 공을 들였다가 개피를 본 사례는 역사에 즐비하다.
태조 이성계가 가장 아끼는 아들에게 아첨하다가 처참하게 죽은 정도전(鄭道傳)과 남은(南誾) 등이 그 예다.
그들은 현재의 권력자에게만 아부했지, 목적을 위해 선배까지 참살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냉혈한 이방원이라는 존재를 계산에 넣지 못했던 것이다.
아첨은 자존심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따위는 내팽개쳐야 하는 지난한 사업이다. 옛날 진(秦)나라의 신하들은 수레를 하사받기 위해 왕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고 왕의 치질을 혀로 핥아 주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吮癰舐痔).
하나 이런 아첨은 하품(下品)이다. 진정한 아첨은 아첨이 아닌 듯이 하는 아첨이다. 강직을 내세우며 권력자를 향해 직언을 하는 듯이 아첨하는 것이 상품(上品)이다. 아첨을 받는 자는 상대방이 아첨꾼이 아닌가 늘 의심하기 때문이다.
아첨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즉각 권력자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력을 손에 쥔 자는 절대 권력에 가까이 다가서는 자부터 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천하의 아첨꾼은 월나라 왕에게 붙어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 돈과 미녀를 챙겨 강호로 먹튀를 했던 범려(范려)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목과 신체가 분리되는 마당에서 탄식해 본들 엎질러진 물이요 짜버린 치약이다.
▶️ 吮(빨 전, 빨 연)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允(윤, 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吮(전, 연)은 ①(입으로)빨다 ②(입으로)핥다, 그리고 ⓐ(입으로)빨다(연) ⓑ(입으로)핥다(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메밀떡에 젓가락 꽂고 빤다는 뜻으로 처지와 형편에 맞지 않게 행동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운두병상 삽저대연(雲頭餠上揷筯待吮), 보채는 아이 젖 준다는 뜻으로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다가는 제 차례도 빠질 수 있으므로 제때에 요구하여야 된다는 뜻의 속담을 기아색유 즙갈유연(飢兒索乳汁渴猶吮),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자녀에게 대한 사랑이나 부하에게 대한 사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연독지정(吮犢之情),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주나라의 오기란 장수가 자기 부하 군사의 종기를 빨아서 고쳤다는 옛일에서 장군이 부하를 지극히 사랑함을 이르는 말을 연저지인(吮疽之仁) 등에 쓰인다.
▶️ 癰(악창 옹)은 형성문자로 痈(옹)은 통자(通字), 痈(옹)은 간자(簡字), 癕(옹)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雝(옹)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癰(옹)은 화농균(化膿菌)이 서로 인접한 많은 모낭(毛囊)을 침범하여 생기는 화농선염을 말한다. 빛이 벌겋고 가운데에 농점(膿點)이 생겨 봉와(蜂窩)와 같은 모양이 되며, 통증과 열이 심하여 때로는 패혈증(敗血症)을 일으킨다. 얼굴이나 목덜미 등에 잘 생기는 데 얼굴에 나는 것을 특히 면종(面腫)이라 한다. ①악창(惡瘡: 고치기 힘든 부스럼) ②헌데 ③종기(腫氣) ④등창(-瘡: 등에 나는 큰 부스럼) ⑤(코가)냄새를 맡지 못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큰 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옹저(癰疽), 급성으로 곪고 한가운데에 마개 같은 큰 근이 박히는 큰 종기를 옹절(癰癤), 아랫배가 뭉치어 붓고 열과 오한이 나며 오줌이 자주 마려운 증세가 있으며 대변과 함께 피고름이 나오는 병을 장옹(腸癰), 가래톳이 서서 멍울이 생기는 병을 변옹(便癰), 신체의 내부에 생기는 종기를 내옹(內癰), 젖가슴에 나는 종기를 심옹(心癰), 잇몸이 부어서 곪는 병을 치옹(齒癰), 습열과 열독으로 인하여 간장에 생긴 종기를 간옹(肝癰), 위장에 열기가 모여 생기는 종기를 위옹(胃癰), 젖멍울을 일컫는 말을 유옹(乳癰), 항문과 음부 사이에 나는 헌데를 현옹(懸癰), 불알에 나는 종기를 낭옹(囊癰), 팔 웃마디에 나는 큰 종기를 비옹(臂癰), 불두덩에 나는 종기를 신옹(腎癰),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등에 쓰인다.
▶️ 舐(핥을 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혀 설(舌; 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氏(씨, 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舐(지)는 ①핥다 ②빨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미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는 일을 지독(舐犢), 사랑스러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지독지비(舐犢之悲),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부모의 자식 사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독지애(舐犢之愛),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며 귀여워한다는 뜻에서 어버이가 자녀를 사랑하는 지극한 정의 비유를 지독지정(舐犢之情), 남의 치질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뜻으로 비열한 수단으로 권력이나 부귀를 얻음을 이르는 말을 지치득거(舐痔得車),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등에 쓰인다.
▶️ 痔(치질 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寺(사, 시, 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痔(치)는 치질(痔疾)을 뜻하는 말이다. 용례로는 한방에서 이르는 치질의 한 가지로 항문 주위에 작은 구멍이 생겨 고름이나 똥물이 흐르는 병을 치루(痔漏), 치질로 인하여 나는 피를 치혈(痔血), 양식을 쌓아 저축하여 둠을 치량(痔糧), 똥구멍의 안팎에 나는 외과에 속하는 병을 통틀어 일컬음을 치질(痔疾), 수치질로 항문 밖으로 두드러져 나온 치질을 모치(牡痔), 정신적인 고민과 흥분 등으로 부어오르고 아픈 치질의 한 가지를 기치(氣痔), 암치질을 일컫는 말을 내치(內痔), 수치질로 항문 밖으로 콩알이나 엄지손가락만 한 것이 두드러져 나오는 치질을 외치(外痔), 콧구멍 속에 군살이 생겨서 차츰 커져 나오는 병을 비치(鼻痔), 술을 지나치게 마시므로 말미암아 생기는 치질을 주치(酒痔), 치질의 한 가지로 항문 속에 좁쌀 같은 것이 돋고 피가 흐르는 병을 맥치(脈痔), 똥구멍 속의 살이 밖으로 늘어져서 나온 치질을 장치(腸痔), 피가 나오는 치질을 우치(疣痔),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남의 치질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뜻으로 비열한 수단으로 권력이나 부귀를 얻음을 이르는 말을 지치득거(舐痔得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