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기 – 미모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 질문 >
스승님, 질문 드립니다.
수행과 관련된 질문은 아니고 바른 견해를 갖기 위해 질문 드립니다.
옛날 전래동화를 들어보면 주인공은 항상 마음씨 착하고 예쁘다고 표현을 합니다. 또한 외모가 잘생긴 아라한은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외모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외모는 시대, 문화에 따라서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눈코입이 어떻다 라기보다는 풍기는 분위기가 좋은 게 외모가 좋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외모를 꾸미고 가꾸는데 돈을 쓰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하루에 여러 번 거울을 보면서 외모를 신경 씁니다. 외모에 대한 바른 견해를 알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외모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진아 올림
< 답변 >
과거의 원인으로 현재의 결과를 받을 때 과거의 원인은 업이고 현재의 결과는 인과응보입니다. 이것이 연기의 회전이고 윤회의 흐름이며 원인과 결과입니다. 이것을 또 다른 말로는 조건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결과는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한 생명이 태어날 때 평소의 잠재의식 중에서 죽기 직전의 마음이 나타납니다. 이 마음이 마지막 죽음의 마음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죽음의 마음이 끝나서 한 일생을 마친 뒤에 즉시 재생연결식이 만들어져서 다음 생명이 태어납니다. 이러한 세 가지 과정의 마음을 거치는 동안 계속 업의 과보가 지배합니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결과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은 자신이 행위를 한 대로 과보를 받아서 태어납니다. 그래서 세상은 업의 과보가 다르므로 불평등한 것입니다. 이것은 현상계의 질서라서 불평할 사항이 아닙니다.
이때 죽음의 마음에 담긴 업의 과보가 다음 생을 결정할 때 어떤 생명으로 태어날 것인가가 결정됩니다. 이때의 생명이란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 인간, 욕계, 색계, 무색계의 생명입니다. 이런 생명으로 태어나는 근본원인은 무명과 갈애지만 새로 태어나는 직접원인은 행입니다. 이러한 직접원인을 ‘행을 원인으로 식이 일어난다’ 고 말합니다. 이때의 행을 업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업이 생산업입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 행위를 한 업이 새로 다음 생을 만드는 것이라서 생산업이라고 합니다.
이때 태어나는 세계, 수명, 성별, 용모, 잠재성향 등이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인간으로 태어났을 때 이미 죽기 전에 다음 생이 결정됩니다. 죽기 전의 과보가 선한 과보일 때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부처님의 용모인 32상호도 이런 선업의 과보로 생긴 것입니다. 부처님은 전생의 과보로 수려한 얼굴로 태어났지만 6년을 고행한 끝에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얼굴값으로 부처님이 되신 것이 아닙니다. 이런 내용을 요약하면 붓다로 태어났지만 붓다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절로 붓다가 되신 것이 아니고 후천적인 노력을 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생산업과 선도업을 모두 갖추신 분이십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을 경우도 과거에 고약한 성질을 부리고, 난폭하고, 하찮은 말에도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며, 매사에 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분노를 잘하면 이러한 성질의 과보로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과거에 분노하지 않고, 난폭하지도 않으며, 모욕적인 말에도 참고 견디며, 화를 내지 않고, 매사에 악한 의도를 갖지 않고, 항상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다음 생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처럼 얼굴이 그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현재 남을 비난하면 비난하는 순간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해 추악한 얼굴이며 이런 원인으로 다음 생도 추악하게 태어납니다.
인간에게는 생산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12연기에서 ‘행을 원인으로 식이라는 결과’가 생겼을 때 행을 생산업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이번 생에 새로 태어날 때 ‘식을 원인으로 정신과 물질이란 결과’가 생길 때는 식이 선도업입니다. 식은 처음에는 재생연결식이지만 즉시 잠재의식으로 바뀌어서 일생동안 계속됩니다. 이때의 식은 오온의 식온으로 아는 마음을 뜻합니다.
생산업은 이번 생을 만드는 것으로 그치고 이번 생을 새로 지배하는 것은 선도업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원인으로 아름답게 태어난 것이 이번 생까지 계속해서 지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생은 새로운 선도업이 이끌어 갑니다. 가령 아름답게 태어났어도 이번 생에 미모에 사로잡혀 오만해거나 이기적은 마음을 가지면 아름다운 얼굴이 독이 되어 오히려 추해질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비웃음을 삽니다.
얼굴이 예쁜 것과 덕이 있는 것은 다릅니다. 얼굴이 예쁘면 자기도취에 빠져 덕을 쌓지 못하면 시쳇말로 얼굴값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반어법으로 얼굴값을 한다고 말할 때는 꼴값을 한다고 비웃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사람은 다음 생에 아름답게 태어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과거 생의 업으로 지위를 얻어서 난폭한 폭군이 되어 인생을 괴롭게 사는 것이나, 과거 생에 공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이번 생에는 인색하게 살면 공덕을 까먹는 것이라서 모두 바람직한 삶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좋은 업을 타고 태어난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업이 나를 더 나쁘게 망칠 수도 있습니다.
얼굴이 예쁘면 덕을 쌓을 필요가 없어 풍요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자기 머리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하면 재능의 꽃을 피울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타고 태어난 과보에 후천적인 노력이 따를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생깁니다. 이때 필요한 노력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생산업의 결과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 내가 어떤 새로운 선도업을 지을 것인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얼굴은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라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이끌어가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관상보다 심상이 중요합니다. 못생긴 얼굴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한 일을 하면 아름다워 보입니다. 하지만 예쁜 얼굴로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잘난 체를 하면 예쁜 얼굴이 간교해 보이며 여우처럼 보입니다. 그러므로 자주 거울을 보는 것보다 자기 마음을 알아차려서 청정하게 하는 것이 나를 더 아름답게 합니다.
김진아님은 지금 얼굴로도 충분하게 아름답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할 일을 몸과 마음을 알아차려서 청정한 마음으로 덕을 쌓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고귀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묘원 올림
첫댓글 고맙습니다. 은혜롭습니다.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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