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증 사칭에 속아 퇴직 연금 해지하고 담보 대출까지 실행
원금 보장한다더니 세금 폭탄 맞고 노령연금 수급마저 박탈
카니 총리를 사칭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광고에 속아 80대 여성이 평생 모은 자산 90만 달러를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인에 대한 신뢰를 악용한 AI 금융 사기가 고령층을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사법 당국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고에 나섰다.
은퇴한 약사 주디 스킨(87) 씨는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서 카니 총리가 등장하는 투자 광고를 봤다. 스킨 씨는 350달러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에 투자하면 캐나다 중앙은행이 원금을 보장한다는 영상 내용을 믿었다. 그러나 카니 총리의 모습과 음성을 AI로 조작한 가짜 영상이었다.
스킨 씨가 광고에 나온 인터넷 주소를 통해 가입하자 투자 상담사를 사칭한 인물이 곧바로 연락해 왔다. 사기단은 투자금이 이미 세 배로 불어났다고 속인 뒤 스킨 씨의 컴퓨터에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스킨 씨의 자산 내역을 확인한 뒤, 매달 4만 달러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며 추가 투자를 계속 요구했다.
사기 피하려다 노후 기반 통째 붕괴
사기단의 꼬임에 빠진 스킨 씨는 수개월에 걸쳐 65만 달러 규모의 등록은퇴소득기금(RRIF)을 중도 해지해 송금했다. 이어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3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으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3만5,000달러를 추가로 융통해 사기단에 전달했다.
피해 과정에서 거래 은행인 CIBC 지점 직원들이 사기 가능성을 경고하며 만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사기단은 주변 사람들이 투자 사실을 알면 시기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스킨 씨를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끊게 하면서 스킨 씨를 심리적으로 통제했다. 스킨 씨가 돈을 모두 이체한 뒤 사기단은 연락을 끊었다. 계좌에는 200달러만 남았다.
이 피해로 인해 스킨 씨는 매월 납부해야 하는 아파트 관리비와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되어 차량을 압류당했으며 주거지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 특히 퇴직 연금을 일시에 중도 인출하면서 고액의 세금이 부과되어 노령연금(OAS) 수급 자격과 치과 보험(CDCP) 혜택까지 박탈당하는 추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스킨 씨의 유일한 수입은 월 1,150달러의 국민연금(CPP)뿐이며, 지인이 개설한 온라인 모금 페이지를 통해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교해지는 기술과 예방 대책
캐나다 사기방지센터(CAFC)는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대중이 신뢰하는 정계 인사나 금융 전문가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방한 가상자산 투자 사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22년 이후 캐나다 전역에서 보고된 가상자산 투자 사기 피해액은 이미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에반 솔로몬 AI·디지털혁신부 장관은 AI 기술이 악용된 정교한 금융 범죄가 국민들의 신뢰를 가로채 심각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온라인 안전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적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기방지센터는 AI 합성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영상만으로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유명 인사나 공공기관 관계자가 등장하는 광고라도 영상에 나온 전화번호나 인터넷 주소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투자하기 전 기관이나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와 대표 전화로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