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기준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옛부터 내려오던 미인의 세가지 요건중에는 백설기같은 뽀얀피부와 사과같이 불그스름한 볼, 그리고 길고짙은 속눈썹이란 말이 있다. 그렇다고 이 세가지를 전부 갖췄다해서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는것은 아니며 또한 갖춰지지 못했다고해서 미인이 아니라는 말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름다운 여성을 가르켜 '예쁘다' 라고 말하기보단 '미인이다' 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보면 '미인'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그 세련된 feel이 그만큼 가슴속에 와닿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예쁘다" 이러는것보다는 "미인이다"라고 말하는것이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보다 감각적으로 비춰주지 않는가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가사중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라고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오늘 지하철에서 미인을 봤다. 미인의 기준이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분명 다른것으로써 오늘은 내 눈빛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나만의 미인을 봤다는 말이다. 나와같은 또래인듯 하면서도 동안인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그녀.
뽀얀피부에 조그맣고 갸름한 얼굴, 버들잎처럼 가지런한 눈썹, 크고 검은 눈동자와 아담한 코, 단아하게 다문 작은입술등. 물론 키도 아담하이 상큼하다. 머리는 어깨까지 오는 웨이브파마에 이마 오른쪽위에는 작고 빨간 삔이 꽃혀져 있었는데 그모습이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앙증맞았다. 개인적으로 긴생머리를 좋아하지만 웨이브진 그녀의 머리는 테트리스 조각이 트리플로 한꺼번에 무너지는것만큼 멋졌으며 베이지색 정장마이와 검정치마, 꽃무늬가 들어간 검정 스타킹에 검정 구두 그리고 가죽으로된 검은색 비즈니스가방까지. 이모든것들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될만큼 멋지게 잘 어울렸다.
나와 마주보고 앉아있던 그녀는 자주빛의 카라헨드폰을 들여다보며 문자를 날리는듯 했다. 그러다 전화를 한통화했고 다시 헨드폰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나중에는 턱을 괴고 뭔가를 곰곰히 생각했는데 그모습이란 마치 넘실대는 파도위에 떠있는 이슬을 머금은 장미같았다. 라고 한다면 우스운 표현일까. 그저 나의 짧은 문장력으로는 멋지게 꾸며줄 수 없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르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란 오늘이 처음은 아니고, 두번째이다. 첫번째 미인도 지하철안에서였는데 털모자를 쓴 다소곳한 얼굴에 오물오물 껌을 씹은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있었다. 나는 '미인'이란 노래가사에 공감하며 그녀들의 모습을 한번보고 두번보고 그렇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다보면 수많은 미인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렇듯 뚫어지게 보는것과 대충 흘끔거리며 보는것은 시선의 깊이부터가 다른것이다.
한참을 바라보던중 그녀쪽에서 이쪽을 볼라치면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그러다 가끔은 눈도 마주치면서 그런식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질투도 많은듯했다. 한번은 그녀옆에 부티나는 또래의 여성이 앉았는데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혹은 턱을 괴고 생각하다가 문득문득 고개를 돌려 옆의 여성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속에서 어떤 형언할 수 없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시선이 악의적으로 비쳐졌다거나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여자아이가 백화점에 진열된 예쁜인형을 바라보는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지하철 선반위로 손을 뻗어 스포츠신문을 내렸다. 신문을 펼쳐보는 모습과 눈빛 하나하나에서 그 귀여운 표정과는 또다른 도도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가 보는 신문을 보는척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좀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고 그러던중 아쉽게도 내릴역이 가까워져 먼저 내리게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름은 무엇일까, 집은 어디일까, 가족관계는? 남자친구는? 이런 갖가지 것들이 궁금해지지만 별수있나.
어쨌든 남자건 여자건 미인을 바라보기란 기분좋은일임에 틀림이없다. 경박함의 극치를 달려가며 비로소 글이 약간 헨타이 기질을 띄는듯 하지만 미적 욕구를 표현하고픈 인간의 본능을 솔직히 얘기하고자 했다. 라고 말한다면 어줍잖은 핑게이고, 사실 오늘본 미인에 대해 얘기하고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던것이다. 이처럼 결국엔 모두가 그림의 떡인것을..
아아. 적당히 짧다.
추신.
미인(美人)하니까 생각난건데 미국이 뭐가 예뻐서 美國인지 상당히 맘에 안든다. 차라리 옆의 섬나라처럼 米國이라 불렀으면 하는게 나의 바램이다.
첫댓글 넘실대는 파도위에 떠있는 이슬을 머금은 장미같았다..인상적인데요
신중현이 <미인>을 발표했을 때, 온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는 말이 있더군요. 이를테면 구두닦이가 부르는 '한번 닦고 두번 닦고 자꾸만 닦고 싶네'.....
그리고 미국은... 쌀시장개방 압력 넣은거보면 米國이 맞는 거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돼먹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未國이라고 불러도 되고.
왜 미남....이란 노래는 없는 것인지.....쩝.
米國... 에 동의 한표!
혹 James Joyce 소설 읽어보셨나요? 님의 섬세한 묘사가 그의 소설을 연상시키는데요...^^ 글 잘봤습니다. 지하철에서 저도 가끔 미남..을 보고 님처럼 관찰하곤하는데..
미인- 미녀와 미남을 포함하는게 아닌가요? 그냥 그렇게 생각했는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