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생각보다 빨리 왔네?"
손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시계를 힐끔 바라보던 다한은 그녀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하나뿐인 동생 비연과의 만남은 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 들렸다 간지 꼬박 일주일이 지나던 날이였다.
하원을 만난 날 후로부터 많은 생각을 하던 그는 결국 전화기를 들어 비연이를 불렀다.
다한의 미소에 왠지 긴장이 풀려버린 비연은 그의 미소에 답하듯 살짝 웃더니 쇼파에 몸을 실었다.
"오빠, 바쁘지 않아? 괜히 점심시간에 왔나?"
"오히려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이야. 가령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들,
내 동생과의 시간까지 미룰만큼 바쁘겠니?"
"안 본 사이에 많이 야윈 것 같기도 한데,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
"내 걱정말고 너나 잘 챙겨. 너야 말로 얼굴이 말이 아니다."
서로 걱정에 바쁜 남매의 대화에 피식하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실로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평온이였다.
"그건 그렇고, 요즘 어디서 지내고 있어? 집에는 안 들어가는 것 같던데."
"....."
"그 녀석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
"......"
"...응?"
"응. 태서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어."
"......."
"미안."
".....뭐가?"
"그냥..."
비연이 말을 흐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한은 왠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 곁으로 다가가 비연의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한태서 그 녀석을 사랑하니?"
"......"
"헤어지는 것따윈 생각도 못할 만큼 사랑하니?"
"....오빠."
"응."
"나와 태서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고 생각했어. 실제로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헤어져보려고도 했어. 아니, 헤어지자고 말을 했었어."
"그런데?"
"헤어진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별을 말했던 그 시간이 과거가 되면서 사라지고 말았어."
"......헤어지지 못했다는 거니?"
"헤어질 수만 있다면 헤어져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었어. 하루에도 수십번씩 괴롭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총과 비난에 살아있는 순간이 버거울 정도로 괴로웠었거든."
"....."
"그런데 태서만 보면 숨통이 트이면서 살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이 북받쳐올랐어."
자신의 가슴에서 빠져나온 비연은 다한을 올려다보며 쓰리디 쓰린 미소를 흘려보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한은 손을 들어 비연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태서는 한번도 나 없는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대. 우리가 헤어졌던 순간은 이별이 아닌거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동요하고 말았어. 왜냐면 진정 우리가 이별을 했다면 벌써 잊혀지지 않았을까?"
"......"
"왜 2년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했는지, 왜 그 공백기간동안 우리들은 살려고 발버둥을 쳤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답은 하나더라."
"......"
"우린 서로를 위해 잠시 헤어져있었던 것이고, 서로를 위해 최고가 되었고, 서로를 위해 기다렸던거야"
비연의 말에 다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들어줄 뿐이다.
오늘따라 그녀의 목소리가 참으로 편안하고 따스했다.
"처음에 나에게 돌아온 태서를 보고 화도 나고 슬프고 괴롭고, 눈물부터 차오르더라."
"......"
"근데, 그 아픈 시간이 언제 있었냐는 듯 그 녀석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왔어."
"....."
"어딜 가든 함께했었던 기억과, 무엇을 하든 함께였던 추억과, 어떤 것들 보든 함께보았던 과거가
더 이상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더라구. 그래서 그 사람을 밀어낼 수 없었어."
"........."
"그만큼 오랜시간을 기다렸고, 오랜시간을 버텨왔었으니까. 난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몰라."
비연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다한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다가 행복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간혹 따라하기도 했었다. 물론 무의식적인 행동이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 그 사람 놓지 않았는지도 몰라.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나였는지도 모르겠어. 휴.
고민도 많이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우리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지
예전처럼 아프지 않고 기쁘기만 할 수 있을지. 그게 아니면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
"근데 참 이상하지? 그런 생각으로 복잡했던 머리가 그 사람만 보면 깨끗하게 잊혀져.
오로지 그 시간에, 그 사람에게만 집중이 되어 아무런 걱정도 떠오르지 않아. 정말 아이러니해."
"......"
"그런 내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놀라웠지만, 느낄 수 있었어."
"....뭘?"
"이 남자를 사랑하는구나. 내가 그 남자의 가슴 깊은 곳에 박힌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구나.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되겠구나. 이 남자의 모든 것이 내 것이였으면 좋겠구나. 라는 걸."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던 다한의 손길이 멈춰졌다.
그 이유는 비연이 다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기 때문이였다.
"비연아."
"응, 오빠."
"니가 예전에 내게 했던 말 기억나?"
"무슨 말?"
"나랑 한태서 둘 중에 누구 선택할꺼냐고 물으면 당연히 날 선택할 거라는 말."
"......"
"한태서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는 말. 그 말 아직도 유효해?"
다한이 조심스럽게 비연에게 물었고, 비연은 조금 의외의 질문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자신의 오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왠지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잖아, 내겐 누구와 바꿀 수 없는 하나뿐인 오빠인 걸."
"그럼, 내가 죽어도 한태서 싫다면 너도 싫다는 말."
"!!!!!!"
"나는 너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니까 한태서 그 녀석 버릴 수 있다는 말. 그것도 유효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던 비연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물이 고였다.
다한이 자신에게 어떤 의도로 물어보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답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쉴 새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뚝 뚝. 그녀의 바지로 떨어지는 눈물의 소리를 눈치 챈
다한은 비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건 유효하지 않은가봐?"
".......흡....오빠."
"우리 비연이가 정말 어른이 되었나보네."
"흑흑......흑흑."
"어렷을 때는 오빠만 좋다고 내 말만 듣던 녀석이, 이제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정말 어른이 되었어."
"....미안해.....미안해.....오빠."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원래 어른이 된다는 건 다 그런 거니까."
"......"
다한은 우는 비연을 세게 안아주었다.
어릴 적엔 울던 그녀를 자주 안아주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보기조차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듯 자신의 품 안에 들어와 있는 비연의 몸집이 꽤 여성스러웠다.
"너와 그 녀석 사이를 반대했던 오빠를 미워하지 않을꺼지?"
"........끄덕."
다한의 말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끄덕거림에 마음이 놓인 다는 듯 싱긋 웃었다.
"그럼 됐어."
"....."
"이젠 그 녀석한테로 가도 좋아."
"오빠!!!"
"처음엔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녀석이였어. 널 아프게 하고 상처주고 버리기까지 한
그 녀석이 마음에 들리가 없잖아? 그래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
"한태서 그 자식은 제멋대로에다가 이기적인 남자니까.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가 가장 의문이였지.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
"....."
"오빠를 가장 좋아했던 꼬맹이 내 동생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그 녀석."
"........."
"생각만큼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과 내 동생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줄 남자라는 것."
"....흑.....흑."
"이제서 깨닫게 된 것, 그동안 오빠의 욕심으로 내 예쁜 동생 마음에 상처 준 것 모두 미안해."
"오빠....흑흑.....흡....흑흑흑....흑."
".....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태서 그녀석때문에 울기만 해. 독하게 찢어놓을꺼야!"
다한의 장난끼 어린 말투에 아까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였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꺼낼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눈물이 흘러내려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에 상처가 날 시간동안 다한 역시 괴로워했을 거라는 생각이 뇌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겨준 사람, 나를 누구보다 걱정해주던 사람. 하나뿐인 오빠의 마음이
이제서야 와닿는다. 깨닫기엔 너무 많이 늦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누구보다 행복해야 돼. 내 소중한 동생아."
"............흡..."
우는 비연을 다독거려주던 다한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왠지 가슴 한켠이 꽉 채워지며 훈훈한 기분까지 들었다.
.
.
.
오빠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던 비연은 몇 시간이 지났지만 돌아올 생각이 없는지 좀처럼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다. 덕분에 오피스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서는 초조해졌다.
혹시 그녀를 자신에게 오지 못하게 가둬두고 있는 건 아닌지, 심지어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태서가 마음을 다 잡았는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오피스텔을 나가려하는데, 초인종이 먼저 울린다.
띵-동, 반가운 초인종 소리에 태서는 빙그레 웃으며 문을 활짝 열었다.
"아,"
문을 염과 동시에 보이는 한 남자.
비연인 줄 알고 기쁜 마음에 열었던 마음 한 켠이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주먹이 날아왔다.
퍽! 강한 소리와 함께 무방비 상태로 서 있던 태서는 바닥으로 꼬꾸라졌고, 그와 동시에 달려든 남자는
태서의 위에 올라타서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퍽! 퍽!
계속 가해지는 주먹세례가 점점 고통으로 다가왔고,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켜
달려든 그를 밀어버리는 태서였다.
"이하원, 너 이새끼 돌았어? 어디서 주먹질이야!!!!!!!"
"......."
"씨발,"
화가 난 듯한 태서는 그가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고, 그와 동시에
또 한번 주먹이 날아왔다. 퍽!
그의 주먹에 바닥으로 넘어진 그가 일어나며 주먹을 쥐고 그의 얼굴을 가격하려는 순간,
멈칫 마술이라도 걸린 듯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임마 이하원, 너 설마 우냐?"
"......."
".....나 아직 한대도 안 때렸는데, 벌써부터 겁 먹고 우는거야 뭐야?!"
"....."
울고 있는 하원의 모습에 당황한 태서의 주먹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만다.
하원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 있었어? 왜 쳐 우는 건데! 말을 해! 답답하잖아!"
"......한태서."
"..그래, 어디 속시원하게 말 좀 해봐."
"행복하냐?"
"행복하......뭐?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행복하냐고 묻고 있잖아! 은비연 차지하고 나니까 행복해서 날아가시겠냐?"
"......."
"나한테서 비연이 뺏어가고나니까 기뻐죽겠냐고!!!"
하원의 울부짖음에 태서는 차갑게 굳어지고 만다.
방금 전 그의 상태를 걱정하며 말을 건내던 태서가 맞는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굳어진 그의 얼굴은
차가웠다.
"말은 바로해라. 누구한테서 누굴 뺏어?"
"......"
"너한테서 비연이를 뺏어갔다니? 난 너한테서 비연이를 뺏어간 적도 없을 뿐더러, 비연이는 처음부터
내 여자였어."
".......그래, 잘난 한태서 니가 뭘 알겠냐?"
"......."
"인생 참 불공평해. 그치? 비연이는 처음부터 니 여자였다라? 하?...."
"..."
"그래, 니 말이 다 맞네. 처음부터 비연이는 니 여자였고 난 그 사이에 잠깐 끼어든 장애물이고."
"그딴식으로 비꼬는 말 들어주는 취미 없거든? 말 똑바로 해."
태서는 기분이 잔뜩 상했다는 얼굴로 하원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주저앉아있는 그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지극히 노력하면 한번쯤 나를 바라봐줄 거라고 생각했었어."
"....."
"그런데 너란 남자 참 대단하더라. 니 사랑이 얼마나 큰지 비연이는 나를 절대 봐주지 않더라."
"....."
"친구가 아닌 남자로는 상대해주지도 않았어.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 줄 알아?"
"......"
"나도 잘할 수 있는데 한태서보다 더 사랑해줄 수 있는데 내 사랑엔 관심도 없는 비연이의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는지 넌 느낄 수 없을꺼야. 그렇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 내뱉는 하원을 바라보던 태서는 주먹을 쥐더니
참고 있던 화를 터트려 그의 얼굴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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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강한 소리와 함께 하원은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우리 두 사람을 잘 아는 듯 이야기 하지마."
"....."
"니가 받은 상처 그게 얼마나 큰지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너보다 더 많이 힘들었어."
"......"
"비연이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억울하다고 했냐? 인생 참 불공평하다고 했냐? 그런 입에 발린 소리,
니 상황을 조금이라도 위로받기 위한 발언일뿐."
"뭐?!!!"
"어리광 피우지마. 니 나이가 몇 인데 어린 아이처럼 이러는건데?"
"한태서 너 말 다했어?!!!"
"아니, 아직 못했다. 솔직히 말해줄까? 이렇게 와서 울고 짜고 주먹 휘두리는 니 모습 누군가가
위로해주길 바래서 그런 거 아니야? 지금 니가 너무 힘드니깐 니 괴로움 심정 좀 알아달라.
칭얼거리는 거잖아."
"야!!!!!"
울고 있던 하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쩌면 자신의 깊은 곳 어딘가에서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연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누군가의 위로가 꼭 필요했을 지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 순간의 외로움을 알아주길 바랬을지도.
그런 하원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태서가 놀라울 정도였다.
"이미 정해져 있는 인연을 모르고 건들였다고 생각해."
"뭐?"
"나랑 비연이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거 이미 인정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
"니 마음을 실수라든가 후회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감싸려하지마. 넌 당당하게 한 여자를 사랑했어.
남자라면 여자를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
"완벽한 사랑을 했지만 조금 아주 조금 인연이 닿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해."
"....."
"분명 비연이보다 더 좋은 여자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꺼야."
자신을 위로하듯 말하는 태서의 목소리에 피식 웃어버리고 만다.
누가 누굴 위로하는 건지. 독하게 내뱉을 수도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건
자신을 훈계하듯, 충고하는 그의 모습은 남자인 자신이 봐도 멋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연이를 사랑으로 얻지 못했다고 한들 비연이를 다시 못 보는 건 아니잖아?"
"....."
"니가 그랬었지? 넌 비연이를 웃게 만들어주는 전용개그맨이라고."
"....."
"친구로써, 친구로써 그녀의 곁에 있어줘라."
"....."
"너도 그렇고 비연이도 그렇고, 서로 모른 척 지낼 수 없을만큼 가까운 사이잖아?"
"........"
"사랑때문에 우정을 잃는다는 거 참 바보같은 짓이야."
"...끝까지 재수없어."
"뭐?!"
태서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내뱉고 있었다. 그런데 재수없어?!!!!!!!
욱하는 성격이 치밀어오르는 순간, 주저앉아있던 하원이 벌떡 일어났다.
"재수없는 척 좀 그만해. 너 진짜 왕 재수라는 거 알고 있냐?"
"이하원, 너 이 새끼!!!!!!"
"....행복하게 해줘."
"뭐?!"
"비연이 울리면 친구로써 절대 가만두지 않을꺼야."
"........임마?"
"청첩장 보내는 거 잊지마. 물론 축의금은 바라지 마라."
"......!!!!"
"간다."
하원은 태서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서는 문 밖으로 사라졌다.
사라져버린 하원의 뒷모습에 기가막힌 듯 피식하고 웃던 태서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새끼, 꽤 멋진 녀석이야. 재수는 없지만."
분한 듯 내뱉고 있었으나, 악의 없는 목소리였다.
.
.
태서의 오피스텔에서 나온 하원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고선 눈을 감았다.
1층으로 내려가는 버튼도 누르지 않은 채 그대로 멍하니 무언갈 생각하는 듯 보였다.
"......"
놓으려 했지만 자꾸만 잡히는 욕심에 쉽사리 놓을 수 없는 너였다.
한태서를 죽여서라도 내 곁에 두고 싶었던 너였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무능력했다.
사랑한다고 말을 내뱉고, 너를 빼앗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번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내 자신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바보 같았기 때문이야.
그런 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했던 자체가 말도 안되는 거였는 지도 모르겠다.
"휴."
조금 더 강해져야 했어.
조금 더 의젓해져야 했어.
조금 더 널 위해줬어야 했어.
나보다 널 먼저 생각했더라면 서로가 인상찌푸리는 일이 없었을지도 몰라.
한태서 옆에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고, 나는 나대로 너의 미소를 바라보고 웃었을테지.
시작부터 잘못 한 건 나였어. 잘못 선택한 건 나였는데 모두 너희들 탓을 하고 있었던거야.
다가가선 안되는 인연이였으며, 사랑해선 안되는 인연이였어.
동경과 우정으로만 서로를 바라봤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낸 것이였지?
뺏어올 자신도 없으면서 말만 내뱉었던 나였던 것 같아.
행복하니?
난 말이야, 아직은 행복할 수 없을 만큼 죄책감이 커. 그래서 웃기가 좀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나도 곧 너희들과 같이 행복한 듯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몰랐던 나의 연약함과, 나의 바보같은 모습을 일깨워준 점이 너무 고맙다.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어올게.
조금 더 넓은 사람이 되어올게.
조금 더 넉넉한 사람이 되어올게.
모두들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며, 새로운 그녀를 맞이할 수 있도록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늦지도 빠르지도 않을 것 같아.
한 템포만 쉬고 있을게. 너희들이 행복하기 위해 준비하는 그 순간만 쉬고 있을게.
나 그러면 되는거지? 나, 그러면 친구로써 너희 두 사람 볼 수 있게 되는거지?
"......"
두 사람의 행복을 모두 축하해줄꺼야.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선남선녀가 만나 사랑을 이루게 되는 걸 모두 부러워할꺼야.
그만큼 두 사람 정말 너무 잘어울려. 이제서야 그게 보이네.
두 사람의 모습이 이제서야 내 눈에 들어와 박히네.
난 그동안 눈 먼 장님이였나봐. 비연이를 사랑하는 그 순간만 급박해서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어.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갔듯이.
내 눈을 뜨게 하고, 내 마음을 새로운 마음으로 열기 위해 난 내 시간을 팔러갈 생각이야.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으로 흥정을 할꺼야. 딱 알맞은 가격에 내 눈과 마음을 돌려받을꺼야.
어디든 좋아. 바다든 산이든, 동굴이든 물 속이든.
소중했던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을 팔아서 새로운 나로 돌아올게.
고마워.
비연이를 행복하게 해줄 것과, 나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해준 내 친구의 남자친구 태서야.
고마워.
가짜라 믿었던 진짜 날개를 달아준 장본인 다한이형.
고마워.
나의 하나뿐인 핏줄이자, 날개를 달아준 다한이 형의 여자친구 하린누나.
.......
..............
고마워.
못난 나지만, 여지껏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
.................
.........그녀.
은비연......
.
.
.
춥고 시리기만 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훈훈한 바람이 일었던 봄이 지나가고,
찌는 듯한 더위에 움직이는 것조차 지겨워지는 여름이 찾아왔다.
"에어컨 좀 켜봐. 응? 아주 쪄죽겠어!!!!!!"
"니가 켜. 움직이는 거 귀찮단 말이야."
"한태서!!!! 너 이러면 나 집 나가버린다?"
"치사하게 그런 거 가지고 협박하지마. 벌써 몇 십번을 울궈먹냐?"
"너,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쳇!"
문이란 문을 죄다 열어놨는대도 바람 하나 들어오지 않는 무더위에 지친 두 사람은
거실에 누운 채로 한 발자국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에어컨을 켜달라 태서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은 그는
비연에게 떠밀었고, 자신에게 무신경해진 태서의 모습에 화가 나 벌떡 일어난 비연이였다.
"일어난 김에 에어컨 키고 와."
"한태서!!!!!!!!!!"
태서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비연이는 있는 창문 없는 창문 다 닫아버리고서는
욕실로 몸을 숨겨버렸다. 그런 비연의 행동을 지쳐보던 태서는 피식 웃더니 리모컨을 이용해 티비를
틀었다. 시덥잖은 뉴스와 드라마의 재방송으로 시끌거리는 티비를 조금 바라보다가
쿠당당!!!!! 하는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들어갔다.
"으앙.....으앙으앙..."
"....풉, 뭐하냐?"
"너 누가 비누 쓰고 아무데나 놓으래?!!!!! 너 때문에 넘어졌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인데? 니가 잘못한거잖아?"
"....애정이 식었어!!!! 한태서!!!!!!! 너!!!!!!!"
"샤워하려고?"
넘어진 비연이를 일으켜주며 그녀에게 묻자 울고불고 난리를 내던 비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귀여운 그녀였다.
"엉덩이 아파?"
"응, 엄청 아파. 깨질 것 같아."
"샤워하는 거 도와줘?"
"뭐?!"
"뭐 어때. 2주만 있으면 결혼할 사인데."
"아!!!!!!!!!악!!!!! 싫어!!!!! 싫어 당장 나가!!!!!! 당장!!!!!!"
"으흐흐. 뭐가 어때서 그래? 이리와봐. 허니?"
"꺄악!!!!!!!!!!!!!!!!!!!"
태서는 비연을 와락 안았고, 욕실의 문은 닫혔다.
거실은 텅 비었고, 틀어져있는 티비만 시끄럽게 조잘대고 있었다.
‘그 누구의 반대도, 그 누구의 비판도 다 감수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여자가 다치는 건,
제 여자가 아픈 건 옆에서 볼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포기하고 그녀 하나만
바라보고 살 생각입니다. 여지껏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팬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이런 말밖에 드릴 수 없음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연기자 은비연과 한태서는 이렇게 물러갑니다. 저희들은 잊혀지겠지만, 두 사람은 영원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두 사람은 사랑을 위해 꿈을 버렸다.
물론 두 사람의 은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울고 돌아와달라 소리쳤지만 이제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의 사랑을 꿈꾸며 살기로 한 듯 보였다.
-80 [完]
은퇴를 선언하고 연예계를 떠난 지가 벌써 몇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두 사람을 잊지 않은 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들이며, 많은 팬들이 예식장 주위를 멤도느라 그 주변 도로는
경찰들의 통제없이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도로를 감쌌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은 신이 난 듯 하객으로 오는 사람들을 정성껏 맞이하고 있었고,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느라 바쁜 신부는 꽤나 굳어 있었다.
"여자로써 최고가 되는 날인데, 신부 얼굴이 영 아니네?"
"선생님!"
"그동안 연락한 번 안 하더니, 결혼할 때 달랑 청첩장 하나로 끝이야?"
"죄송해요. 꼭 한번 다시 찾아뵈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괜찮아. 비연씨와 한태서 그 녀석의 최고의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게 된 것만해도 영광이라고."
자신의 화보를 담당해주었던 반민욱 사진작가가 비연과 태서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손수 찾아왔다.
예전에 두 사람의 모습에 커플 화보를 제안했던 그였지만, 일상생활에 치이고 바빠 잊어버렸던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 예식촬영은 특별히 민욱이 해주겠다고 자청했었드랬다.
"예쁘게 찍어주실꺼죠?"
"글쎄? 예전에 말했잖아. 내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 최고로 예쁜 사진이 나올테지."
"....아,"
"그럼 난 안에 들어가서 준비해야겠다. 결혼 축하해."
"감사해요!"
민욱의 다정스러운 말에 그나마 긴장이 풀렸는지 깊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낯 익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인정할 수 없어!"
".......언니!"
"말도 안돼! 아직 다한이랑 나도 결혼 안 했는데 니가 먼저 하는 게 어딨어? 응? 응?"
"한달 후면 언니도 새신부가 되잖아?"
"그래도 억울해! 나 오늘 축의금 안 낼꺼야!!!!!!!!"
"그런 게 어딨어!!!!!"
"여깄지 어딨어!!!!! 어제 하루죙일 울었어. 진짜야!"
"그래서 언니 눈이 심하게 부었구나?"
"그래!!!! 쳇."
심술을 부리며 투덜투덜대는 하린의 어깨로 듬직한 남자의 손이 올라가고,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이하린이 자면서 얼마나 투덜거렸는지 말도 못해."
"오빠!"
"니가 먼저 결혼한다는 것은 핑계고, 널 시집 보내는 게 왠지 섭섭한가봐."
"그런 말 하지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꼭 니 엄마라도 되는 듯 말하는 거 있지? 딸 자식 시집보내는 기분이래. 풉. 어찌나 웃기던지."
"은다한!!!! 너!!!!!!!!! 꼬집어 버린다!!!!!"
"....그러네."
비연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하린이 고마웠다.
사실 비연과 다한의 부모님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니 참석할 수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일지도.
한번도 언급한 적 없었지만, 다한과 비연이 따로 나와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두분 다 한날 한시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딱히 본가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따윈 걱정하지마! 씩씩하게 한발 한발 내딪는거야! 넌 오늘 최고의 신부니까!"
"......응 고마워 언니."
"그래! 화이팅!!"
"그건 그렇고 하원이는?"
"....아직 안왔는데? 곧 오겠지 뭐!"
하린은 빙그레 웃으며 비연이를 바라보았다.
원래 예쁘기도 했지만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새하얀 백조같았다.
긴장되는 듯 파르르 떨리는 눈썹과, 천천히 감았다 뜨는 그녀의 눈의 도도함이 새삼 부럽다.
"곧 식 시작할 것 같은데, 들어가지?"
"응! 비연아 결혼축하해!!!!! 넘어지지 말고 잘 걸어들어와!"
"피식. 알았어."
하린과 다한이 사라지고 동시에 태서가 들어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턱시도가 꽤나 눈부셨다.
"긴장 돼?"
"응. 많이."
"피식. 잘하자."
쪽.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신부 대기실에서 나오자마자
많은 플레쉬들이 터졌고, 놀란 비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예식장 안으로 발을 내딪는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그 누구의 결혼식보다
화려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웠던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음 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
.
: 최고의 남자와 최고의 여자. 핑크빛 결혼.
다른 해와 달리 지독하게도 더운 여름이였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을 축복이라도 하듯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이였다.
은퇴를 선언한지 한달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있는 두 사람의 결혼식이
바로 어제 치뤄졌다. 많은 하객들과 기자들, 게다가 팬들까지 통제가 불가능할정도로
소란스러웠지만 결혼식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그들의 예식촬영은 사진작가 반민욱의 손에 거쳐 탄생되었으며
축가는 오랜만에 보는 류시후씨가 불러주었다. 본업이 가수가 아닌 터라 꽤나 폭소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예식장 분위기가 업되기도 하였다.
은비연이 던진 부케는 다음 달 결혼을 하는 소속사 사장이자, 전 연기자 은비연의 코디네이터였던
그녀에게로 던져졌다.
웃지 못할 일 하나는, 뒤 늦게 도착한 민소애씨가 부케를 받지 못했다며 엉엉 우는 사건이 있었다.
두 사람의 동시 입장과 함께 하객들의 환호성은 가히 폭발적이였다.
어깨가 살짝 들어나고 가슴 라인이 살아있으며 무릎 위로 올라오는 드레스에,
바닥까지 떨어져내린 하얀색 면사포까지 감히 그녀를 선녀라 칭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천사의 옆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한 남자 역시 화려했다.
검정색 턱시도를 입고 있었으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느낌. 무언가 넘치지 않을 만큼 꽉 찬 결의가
느껴졌다.
두 사람은 이미 공인이 아니지만, 영원히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한 때 최고의 연기자였던 은비연과, 최고의 유망주였던 한태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연기와 사랑까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
.
"결국 이하원은 안 온 모양이지?"
"아니, 왔다 간 것 같아."
"봤어?"
"본 건 아니고, 축의금이 들어와 있더라구."
"결혼식에 오더라도 축의금 기대하지 말라던 녀석이였는데."
"꽤 많은 돈 넣고 갔던데? 쪽지도 있었어."
"뭐라고 쓰여있었는데?"
"일본에 있는 친구 집에 있는 모양이야. 거기서 모델 공부를 하고 있대."
"...그래?"
"응. 그 일본에 있는 친구가 현재 모델지망생이라 같이 공부하고 있는모양이야. 곧 있으면
미국으로 갈 예정이기도 하대."
"지 누나 결혼식에도 안 올 생각인가?"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왔으면 좋겠어. 보고싶기두 하고."
화려했던 결혼식이 끝나고 보름이 더 지난 날이였다.
여전히 찌는 더위는 밤까지 기승을 부렸고, 덕분에 에어컨없이는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서방님이 이렇게 눈 시퍼렇게 보고있는데 딴 남자 보고싶단 소리가 나와?"
"으!!!!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맨날 도끼눈이야!"
"니가 그런 소리만 하잖아!"
"치, 이보세요. 서방님!"
"왜요! 부인!"
"더우니까 저리 좀 떨어져주실래요?"
덥다 덥다 하면서도 절대 비연의 허리를 놓아주지 않고 밤 낮으로 꽉 안고 있는 태서였다.
비연의 말에 태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허리를 놓아주는 척 하다가 더 세게 안아버렸다.
"아-! 아파!!!!!"
"그러니까 까불지 마."
"뭐어?"
"한번만 더 까불어봐. 아주!!!!!!"
"이젠 협박까지 해? 한태서 너 죽을래?"
"배째라. 아, 덥다."
"그러니까 떨어지라구!!!!"
"싫어 싫어 싫어 싫어!"
투덜대는 태서를 보고 씽긋 웃었다.
비연의 표정에 행복해진 태서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처음엔 장난으로 입을 맞추었지만, 슬슬 솟구쳐오르는 묘한 기분에 자세를 가다듬더니
비연의 입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으..읍!"
숨이 막힐 만큼 요리조리 장난치는 그의 혀놀림에 숨이 벅찬 비연은 그를 밀어냈고
요지부동이던 그가 밀려나며 싱긋 웃었다.
"이제 슬슬 2세를 준비해야겠지. 부인?"
"너!!!!!!"
"사랑스러운 나의 부인. 오늘밤 활활 불타올라보자고."
"꺄!!!!!!! 저리가!!!!!!! 저리가!!!!!!!!!!!!"
태서가 비연을 침대로 데리고 가더니 이내 밝던 방의 불이 꺼지고 어두워졌다.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태서야 넌 왜 날 사랑해?"
"...왜 사랑하냐는 말도 안되는 질문이어딨어."
"궁금하단 말이야. 알려줘. 응?"
"처음부터."
"......."
".......널 본 그 순간부터....."
"...."
"니가 날 사랑하는 순간까지....."
"......."
"미쳐버렸어."
".....미쳐? 응?"
".....니 사랑에 미쳤다고......."
태서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선 그의 목을 당기더니 입술을 맞췄다.
"나 한태서는 은비연의 사랑에 미치다."
"......"
"사랑해 부인."
"나도요."
.
.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사랑으로 서로를 위해 최고가 되어야만 했고, 아프지만 꿋꿋히
사랑을 지켜나갔던 태서와 비연. 두 사람의 행복을 축하하며 안녕.
그녀를 사랑할 순 없었지만,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고 간직하려는 멋진 남자 하원아 안녕.
동생의 행복을 위해 나쁜 남자가 되어야만 했고, 잔인한 사람이 되어야 했던 다한과,
그의 곁에서 비연을 걱정하며 강하고 멋진 여자였던 하린이도 안녕.
한 때 비연을 간절히 사랑했지만 이제는 말괄량이 아가씨에게 정착하게 될 시후도 안녕.
못되고 이기적인 태서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끝내 그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했던 현과,
앙칼지고 장난끼 많지만 한 남자 앞에서만은 귀여워지는 소애도 안녕.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Never Ending Story
.
.
===========**
진이의 주절이:D
드디어 80회 완결이 나고 마는군요. 소설 쓰는데 대략 3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올리는데는 겨우 몇 분이군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올리게 되서 기뻐요.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번째 소설을 완결내고 나니 내심 뿌듯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부족함이 많고 수정해야 할 것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자식같은 소설을 끝내고나니
조금 요상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으엉.
완결을 어떻게 내야 깔끔하고 예쁘게 끝낼까 고민 정말 많이 했는데요.
저렇게 끝이나고 마네요. 마지막에 누구누구 안녕~ 그런 것들은 제가 다른 소설을
많이 읽어보면서 끝엔 나도 안녕~ 안녕~ 이거 꼭 넣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넣어봤답니다. 괜히 뿌듯해하는 깔깔깔.
우선 본문 내용은 이걸로 완결이지만, 몇 편의 번외를 더 들고 올 것 같네요.
이게 끝났다고 안 보시는 분들은 정말 나 엉엉 울어버릴팜이야!!!!!ㅜ.ㅜ
비연과 태서의 첫 만남부터 시작된 번외 한편이랑.
그 나머지 주인공들의 에필로그 같은, 그런 내용의 번외가 준비될 것이구요.
총 몇 편이 올라오는 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씀 못 드릴 것 같아요.
껠껠껠.
여튼 끝까지 함께 해주시고 꼬릿말 달아주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하구요
잊지 않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에서 또 한번 인사드리게 되겠지만!!!!!!!!!!!!!!!!!!!!!ㅎㅎ
먼저 인사드립니다.
아참, 세번째 소설은 언제 들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나쁜남자의 사랑 <- 뭐 이런 제목의 내용들로 구성될 듯 싶습니다.(!!)
더욱더 노력하는 진이될게요.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소설읽기넘좋아,투쓰,Anga,케르잉님. 77편에 꼬릿말 달아주신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완결 ]
●사랑에 미치다● 78-80[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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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앙ㅜㅜㅜ 완결이네요~ 너무기뻐서 눈물이;;;; 완결축하드려요ㅎ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번외편은 없나요;;;?? 있었으면 좋겠는데...
꺄오!완결축하축하!설마 오늘완결일줄이야.. 꿈에도 생각을못한(헉헉) 완결빨리나와서 너무좋아요~♡ 드디어핑크빛러브가(<-)으하하지금까지 소설잘봤구요, 3번째소설도 잘볼게요잉♡사랑해요작가님호호<-기다릴게여~
늦게 봐서....ㅠ_ㅠ 이름이 안 올라갔네요 으엉 `~`;; 열심히 쓰셔서 완결 내서 뿌듯하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와. 완결축하드려요!ㅋㅋ 둘이 행복하게 끝나서 보기 좋네요! 히히. 저는 이제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아요(흑) 근데 번외편이 나온다니. 그럼 또-.,- 흐흐..<-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벌써 끝나다니ㅠㅠ//태서는 나의 것인데 쳇-ㅅ- 비연이랑 결혼을 하다니-ㅅ-나빴어!//작가니뮤ㅠ어서 오세요 보고 싶어요-다음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나! 으하하하하//작가님~ //바부-ㅅ-
와....... 완결이 낫군요 ㅜ.ㅜ 아쉽네요 ㅎㅎ 완결 축하 드려요^^! 다음에 더 재밌는 소설로 돌아와주세요~~ +..+
완결ㅠ 너무 존경스러워요!ㅠ 너무 좋은 소설이엿어엄!! 다음소설도 부턱할께염^^ 너무 늦게 읽어서 죄송합ㄴㅣ다ㅜ_ ㅜ))
와. 완결이네요 !!!!!!! ㅋㅋㅋㅋ 좀 많이 늦었죠. ㅜㅜㅜ 무튼 완전 축하드려요 !!!!!! 너무 재밌어요 !!!!!!!!! 빨리 에필로그 보고싶네요 ㅜㅜ !!!!!!!!!!!!! 진서방님 화이팅 !!!!!
ㅠㅠ진서방님글은 왜이렇게 재미있는지 ㅠㅠ
되게재밌게봤어요~ 번외써주세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