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흐~..이거 왜이렇게 관리를 안 해주셨어요?, 지난번 오셨을땐 잘 아물어가더니만.. "
반짝이는 피어스가 방금 굳은듯한 피딱지와 함께 떨어져나왔다.
피어서라는 직업을 택한 이후로, 여기 이 쇼핑몰에 내 샵을 차린이후로 하루에도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이 소녀처럼 신경이 쓰이는 사람도 없을듯 하다.
" 안 아파요?? "
피어싱에 빠진 사람에게 안 아프냐는 질문이야말로 바보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나도 잘알지만, 이 소녀는 정말 피어싱에 단단히 빠진 모양이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와서 피어스를 사고, 갈아끼우고, 새로운 곳을 뚫는다.
" 아프긴요 .. " 그녀가 왜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냐는듯 밝게 웃어보인다.
그 소녀의 왼쪽 귀는 마치 남아있는 살점을 없애겠다는 의지로 가득찬 듯, 트라거스,헬릭스,이너컨츠,안티트라거스,.. 할수있을만한 연골엔 모두 피어스를 끼어두고 귓볼엔 담배 한가치정도는 들어갈듯한 확장기를 끼고다닌다.
사실 피어싱에 미친 사람들은 많다, 이소녀보다 더 많은 곳을 뚫는 사람들도, 하지만 이 소녀처럼 한 곳에 집중 포화하듯 쏟아붓는 사람은, 올때마다 뚫은 곳 중 한곳은 꼭 굳어있는 피를 묻혀서 오는 사람은, 아픔따윈 신경쓰지않으니 최대한으로 뚫어달라는 아이는 흔치않다
게다가 이 아이는 지금의 상태로 오기까지의 시간이 한달 반정도밖에 걸리지않았다.
모두 내가 뚫은거지만, 정말 쩍 소리를 내며 떨어져나오는 피어스란, 핏자욱이 남아있는 귓바퀴를 보기란, 별로 좋지않다.
" 여기 덧날 거같은데 .. 룩은 특별히 아픈 부위니까 소염제도 먹고 가끔 소독도 하라고 했잖아요. 막았다 다시 뚫는 건 어때요 ?? "
조심스레 제안해보지만, 이 어린 손님은 그저 웃어보일 뿐 씨알도 먹히지않는다.
" 괜찮아요 ~ "
손님이 괜찮다는데야 어쩔수 없다, 그저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는.
방금 룩에서 떨어져나온 피딱지가 굳어있는 바벨, 꽤 아팠을텐데 이맛살 한번 찌푸리지않는다. 소독약을 바른 거즈로 피어스를 깨끗히 닦고, 면봉에 소독약을 묻혀 귓바퀴 안쪽의 잔뜩 부어있는 룩을 조심스레 닦는다. 약간 곪은거 같기도해서 살짝 눌러줬더니 역시나 진물섞인 피가 흐른다.
" 아 이거 상태가 안좋은데 .. "
이자리에 써큘라 바벨을 끼워달라니, 덧나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같다.
처음부터 무조건 1.6mm로 뚫어주세요! 했을때 알아봤어야했는데..
결국 이날 이 소녀는 귓볼의 터널마저 더 확장시킨뒤에야 돌아갔다.
빠른시일내에 다시 올것을 기약하며..
2. 17살의 손님
피어서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뒤로하고 샵을 나섰다.
손을 들어 살짝 새로운 피어스를 건드려본다,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전율이 느껴진다.
아.. 좋다. 가슴이 뿌듯하니, 가득 차있다. 쾌감이 온몸을 스친다.
나 지금 살아있구나, 내 귀가 살아있구나 .. 내 귀가 ..... 자신이 여기 있다. 고 말하는거같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안에서 거울면에 비춰본다.
이 피어서는 꽤나 섬세하다, 후시딘을 골고루 발라서 덧나지마!! 라고 하고있다.
후시딘이 발라진 피어스가 반짝인다, 손가락을 살짝 놀려서 써큘라바벨이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한다. 진물이 다시금 흐른다.
난 이런식의 아픔을 좋아하고 즐긴다.
화끈거리고 얼얼한 참을수없는 진통, 그리고 잠시후의 적막과도 같은 평안.
이 모든 게 나를 미치게 한다. 좀더 많은 곳을 뚫고싶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허락치않으니, 머리카락으로 가릴 수 있는 범위인 왼쪽귀만이 대상이 되었다.
" 다녀왔습니다- "
언제나처럼 학원에 다녀온듯, 묵직한 가방을 내려놓으며 들어섰다.
조용한 집안. 식탁엔 한장의 쪽지와 함께 20000원이 놓여져있다.
엄마, 아빠랑 드라이브 다녀올게.
오만원 두고가니깐, 수형이랑 같이 사먹어.
수형이가 벌써 다녀간 모양이다, 그래도 양심은있네? 이만원은 두고갔으니.
11시 30분, 수형이, 1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내 새동생은 아무래도 오늘 들어오지않을것같다.습관처럼 비어있을 게 뻔한 냉장고를 열어보고, 냉동실도 열어본다.
오늘밤은 나 혼자있을수 있겠구나..
우리엄만 얼마전에 재혼을 하셨다, 수형이네 아빠와.
한창 신혼이니 내가 이해하는 수밖에.
내가, 참는 수밖에. 참지않으면 어찌하리 ..
휴ㅡ 습관처럼 피어스를 만지작거린다. 사실 지난번엔 입술을 뚫었었는데,
수형이네 아빠가 어찌나 빼라고 하는지, 징그럽다나 아파보인다나 어쨌다나..
아파도 내가 아픈건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친딸도 아닌 나까지 먹여살리는 분이시니
어 쩔 수 없 지 , 내가 참는 수밖에.
고요하다.. 나는 소파에 누워 오디오의 볼륨을 최고로 높인뒤,
조용히 눈을 감고 간만에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