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마을 한산도에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버스 안내원’이 다시 등장했다. 1982년 하차벨과 자동문이 생기면서 버스 안내원은 줄기 시작했고, 1989년 12월 직업 자체가 사라졌다.
하지만 한산도는 주민 46%가 고령이고, 굽이진 도로가 많아 4월8일부터 ‘공영버스 안전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직업은 시대 상황에 따라 사라지기도,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4일 ‘2018 한국의 직업정보’를 발간했다. 600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자 1만8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고용정보원은 매년 한국의 직업정보를 발표한다. 10년 후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지, 늘어날지 평가한 항목도 있다.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 평가한 일자리 상위 10개를 알아봤다.
◇전망 좋지 않은 일자리 10개···초등학교 교장·교감도 있어
초등학교 교장 및 교감이 앞으로 줄어들 일자리 10위다. 조사에 참여한 현직 교장·교감 31명 중에서 90.3%가 10년 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 답했다. 교사는 안정적인 직장의 상징이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초등학교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도 2018년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 이어 강서구 염강초등학교가 3월 1일 폐교했다.
9위는 세탁원(다림질원)이다. 동네마다 있는 세탁소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의 배경엔 의류건조기가 있다. 의류 관리기는 옷의 냄새를 제거하고 구김을 펴며, 살균·건조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기계다.
2011년 LG전자가 ‘스타일러’란 이름으로 의류건조기를 내놓았다. 이후 삼성, 웅진코웨이 등이 잇달아 의류건조기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원 채석원 및 석재절단원은 8위를 기록했다. 지하에 매장된 광물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직업이다. 대표적으로 광부가 해당한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었고, 원자력·전기 등 새 에너지원을 쓰는 만큼 광원 채석원 및 석재절단원 일자리는 위태로워 보인다.
◇선망 직업 중 하나인 은행원 전망도 좋지 않아
출판물 편집 방향을 정하고, 원고를 조정하는 출판물기획자의 직업 전망(7위)도 밝지 않다. 종이 출판물이 줄고, 디지털·오디오 출판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6위와 5위는 주유원(주유 판매원), 은행 사무원(출납창구 제외)이다. 줄어든 주유원 일자리는 셀프 주유기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고액 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은행원도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통한 디지털 금융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이 점포 수와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감소한다고 응답한 현직자 비율이 96.7%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직자들이 직업 전망이 어둡다고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계·설문 조사원(4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하는 인공지능(AI)도 나왔다. 일본은 자국민들의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라인과 손잡았다. AI 채팅봇이 메시지를 보내 설문조사를 하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응답한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있다. 답변이 없으면 AI가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일자리가 감소할 직업 3위는 한복 제조원, 2위는 어부 및 해녀다. 두 직업은 2016년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감소할 직업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복 제조원은 2016년 29위, 2017년 25위에 이어 이번에는 3위로 치솟았다. 어부 및 해녀는 7위, 5위를 한 뒤 2위로 올랐다.
현직자가 꼽은 가장 위태로운 일자리는 잡지기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 잡지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 한국 잡지산업의 매출액은 1조353억원이었다. 이전 조사였던 2014년보다 24.7% 줄었다.
잡지산업 종사자 수도 3년 전보다 33.6% 줄어 약 1만2000명이었다.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신문기자도 30위로 전망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