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 부모님들은 흔히 ‘엄친아’, ‘엄친딸’ 같은 아이를 두어 좋겠다며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을까요? 공부를 잘하는데 무엇이 고민이겠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꼭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상담자료에서는 영재라고 불릴 만큼 똑똑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 똑똑한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
‘미성취 영재아(Underachieving Gifted)’는 IQ가 130 이상 (상위 3%)일만큼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능력만큼 성취를 제대로 못하는 영재 아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능검사 상으로는 분명 영재라고 하는데 시험 성적 같은 것을 보면 하위권에 머무는 아이들이 이 분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지능검사 점수가 높게 나와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으면 영재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성취 영재아는 본인이 영재아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또한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자아 개념이 낮게 형성되어 있고 다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Colangelo, 1993). 그 외에 미성취 영재아가 가질 수 있는 특성들은 다음과 같습니다(Hollingworth, 1942).
1) 개인적 적응
l 주도권이 적거나 설득력이 없다
l 자아개념이 낮다
l 책임감이 없다
l 끊임없이 떠들거나 남을 비방한다
l 덜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다
l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미성숙하다
위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어른으로부터 인정받을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적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가정배경과 가족관계
l 부모의 교육 수준과 사회
l 가정에서의 비일관적 태도, 교육에 대한 뒷받침 부족
l 책임감과 독립심을 경시하는 경우
l 부모의 자식에 대한 낮은 기대감
l 아이가 부모를 닮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위와 같은 가정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아이들은 주로 부모-자녀 간 대화가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정불화도 있을 수 있는데 미성취 영재아가 능력에 비해 성취 정도가 적은 데 일정 부분 영향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사회적 적응
l 사회적 관심을 따르지 않음
l 타인에 대해 무관심함
l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음
l 학교에서 불량학생과 친구를 함
앞서 언급했듯이 미성취 영재아는 다소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며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서는 친구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4) 학교
l 학교에 대한 부정적 태도
l 비효율적인 학습, 시간계획
l 특별활동에 소극적
l 교육이나 직업적 목적에 대한 낮은 기대감, 불확실함
학교를 빠지는 일이 많고 학교 기물을 파손한다거나 문제아처럼 여겨질 법한 행동들을 하기도 합니다. 학교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학업적 능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성도 보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은 쉽게 포기합니다.
## 공부 잘하는 아이, 감정표현은 잘 하나요?
기대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시험만 되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디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손이 벌벌 떨리며 겁이 날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큰 법입니다. 똑똑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민감하다면 남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에서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유형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겠지만 원하는 목표를 무조건 이루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남들은 ‘잘 했네!’할 만한 성적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을 때 엉엉 울고 속상해하는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너가 실수한 건데 뭘 울어.” 같은 말은 금물입니다. 감정에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다 맞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속상하구나.”하고 아이 마음을 먼저 헤아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 진정되면 “다음 번에 잘 보면 되지.”라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있으면 엄마/아빠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감정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도 자신의 문제를 고민해보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시험 못 보면 날 다르게 대할 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고 이로 인해 공부의 동기를 찾습니다. 그것이 현실이 되면 당연히 상처를 많이 받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민감하고 예민한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일관성’입니다. 부모는 일관되게 아이를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지 않도록 멀리 보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공부가 나중에 미래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위와 조금 다른 경우는 자기가 공부를 잘하는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문제는 이 자부심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할 때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 같은 애들이 없다.”고 말하면서 또래 집단에 소속되는 것도 기피합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개방적인 사고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이나 특기를 말해주면서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며 그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좁은 시야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 우리 아이, 이렇게 지도해주세요
우리나라는 2000년 국회에서 통과된 영재교육의 기본법인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2003년부터서야 국가적으로 체계화된 영재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영재아동은 한 가지 분야 이상에서 매우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아동을 의미합니다(김동일 외 13인, 2016).
영재아동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지적,정의적, 사회적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통 이상의 지적능력을 나타냄(높은 지능)
② 높은 창의적 능력을 나타냄
③ 언어와 사고력에서 일반아와 달리 조숙함(동일 연령에 비하여 더 발달된 말과 어휘를 알고 있으며 이를 정확하게 사용함)
④ 관심 분야에 대한 높은 동기
⑤ 긍정적 자아개념의 성향이 강함
⑥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과제집착력이 높음
⑦ 학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규학교 수업에 흥미를 읽고, 공부를 하지 않거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음
⑧ 도덕성이 높아 보다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려 함
⑨ 단순반복적인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함
영재아동은 특수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가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위한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많이 증가하였으나 영재들은 소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재들은 지적으로 탁월한 특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 스트레스가 축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재아동이 일상 및 학교생활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② 호기심이 왕성하여 궁금한 것이 생기면 너무너무 알고 싶어 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그 상황을 참기 어려운 것(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합니다)
③ 학교 수업 내용은 너무 쉽거나 지루하게 느껴져 오히려 산만한 행동이 나오는 것
④ 또래들이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유머를 구사하다 보니 또래들로부터의 오히려 놀림을 받거나 이상한 아이가 되어 버리는 것
⑤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 가지 책을 몇 십번씩 반복해서 읽는 모습을 자주 보임
⑥ 또래들보다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함(또래들과는 대화가 잘 되지 않지만 어른들과는 토론하듯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
⑦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려고 하는 성향을 보임.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완벽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울거나 화를 내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함
⑧ 주변으로부터 아이가 창의적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적이 있음
⑨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일에는 과도한 집착을 보일 때가 자주 있음
⑩ 사회적인 문제(예: 인류평화, 환경문제, 기부, 새로운 법의 등장 등)에도 관심이 많아 도덕적인 사고를 하며, 토론하려고 함
자신의 자녀가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그 외 범상치 않은 모습이 관찰될 때) 지능검사, 창의성 검사, 창의적 인성 검사, 심층면담 등을 통해 영재성을 확인해 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영재를 선별하고 판별하는 것만큼 타고난 영재성이 유지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영재아동들은 우수한 문제해결력을 지니고 있어서 높은 학업성취 결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높은 수준의 결과에만 주목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그들이 다양한 요구가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우수한 지적 능력을 지니고는 있지만 학교 입학 시기에 정서적․행동적 성숙이 떨어져 오히려 과잉행동장애로 분류되기도 하고 미성숙아로 낙인 찍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영재아동의 지적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으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영재아동들은 적절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영재’라는 딱지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낄 수 있고, 때로는 성취할 수 없는 기대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영재아를 양육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영재의 모든 특성을 부모님이 이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자녀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며, 어떤 지원을 아이한테 해 주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지적으로는 우수하지만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또래들과 비슷한 발달선상에 있는 특징으로 일반아동보다 양육 혼란을 더 많이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재아동들이 특별한 학업프로그램(대학부설 영재교육원, 교육청 영재원 등)에 참여하는 것과 동시에 영재상담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1. [신나는 공부/내 아이 행복할까?]똑똑한 만큼 민감… 감정 대안 찾아 스트레스 풀어줘야, 동아일보, 2011, 이향숙 소장 도움말.
2.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특수아 상담 강의자료(교수 및 작성자: 장인희)
3. 특수아 상담(김동일, 고은영, 고혜정, 김병석, 김은향, 김혜숙 외 8명, 학지사, 2016)
4. 서우경. (2003). 부적응 영재아 상담에 대한 연구. 영재와 영재교육, 2, 65-86.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 가능 이미지 (Unsplash)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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