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서울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자체의 과도한 규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재건축 사업에 추진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정부 취지이지만 서울시는 소형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서민주거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서로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은 정부의 입법절차를 거친 뒤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르면 9월 도정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도정법은 과밀억제권역에서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의 소형아파트 건설 비율(전용 85㎡ 이하)을 전체 가구 수의 6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서민 주거안정과 효율적인 도시관리를 위해 지자체가 조례로 소형주택의 규모와 비율을 정할 경우에는 이를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시행령을 통해 강제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에 해당되는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이 비율을 60㎡이하 20%, 60∼85㎡ 40%, 85㎡ 40%로 정하면 조례의 적용을 우선적으로 받는 식이다.
이번 조치는 재건축과 관련된 지자체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소형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을 세워놓고 인·허가권을 무기로 일선 재건축 현장들을 옥죈 결과 재건축 사업진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국토부의 판단이 깔린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정법으로 소형주택 건설과 관련된 권한을 지자체에 전부 위임해준 결과 지자체가 소형주택 건설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재건축과 관련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둔촌주공과 고덕시영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가 새로 짓는 아파트의 30%까지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지으라는 방침을 제시하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지만 각종 인·허가 절차에 제동이 걸리면서 서울시에 백기를 든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조례를 통해 재건축 사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다보니 사업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중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에 지자체의 권한을 폐지해도 소형주택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의 이같은 방침이 지자체의 도시관리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소형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져 서민주거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별 여건이 다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적근거를 삭제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주택수요 변화 등을 감안해 지자체가 스스로 규제를 개선하는 등의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가 강해 규제가 없어도 소형주택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국토부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장이 소형주택 위주로 돌아간다면 규제를 풀 필요가 없다"며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소형주택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같은 정책이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서민의 시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