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꽃을 만나다.
내 고향, 연산 시골을 다녀왔다. 가족들의 모임이 있었다.
다행히 입추가 지나자 더위가 조금 누구러져 다행이였다.
절기인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나자 새벽 바람의 온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새벽바람은 이제 더운 바람이 아닌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의 새로운(?) 바
람이였다. 하지만 남도지방엔 또 폭우가 내렸고, 물난리가 났다. 이상기온, 이상폭염, 이상
폭우, 모두가 다 이상이란다. 이상이란 정상이 아닌것 아닐까? 모두가 예상을 벗어나
는 기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 영향일까?? 이제는 그에 대응하는 하수도 크기, 배
수처리 용량, 우배수로 크기등도 상향 조절을 검토해냐? 하는 시기가 온것 같다.
시골집 울타리에서 활짝 핀 노랑 호박꽃을 만났다.
어린시절엔 늘 주위에서 보아서 별~,관심도 없었는데?
오랜만에 직접 만난 호박꽃은 그 느낌이 달랐다.
예전엔 "호박꽃도 꽃이냐?" 란 말이
있을 정도로 꽃으로 취급되지도 않았다.
호박은 반찬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면서도 별도로 밭에 심지 않았다. 빈 자투리 땅에 버
리듯 아무렇게나 심었다. 집 울타리 주변에도 심었고, 밭두렁에도 심었고, 산자락 잡초속
에도 심었다. 옥토와 박토를 구분하지 않고 심었다. 그러다 보니 호박은 나름대로 잡초들
과 경쟁하며 스스로 살아 남아야 했다. 풀도 뽑아주지 않았고, 스스로 이겨 내며 덩굴성
식물이기에 햇볕 한 줄기드는 곳이면 쇄석, 자갈밭도 마다하지 않고 덩굴 손을 뻗어 꽃을
피웠고, 성장하며 호박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호박은 강인하게 자랐다. 풀섶속에서도 꽃을 피워 호박을 키웠다. 호박은 암, 수 꽃이 따로
있다. 그래도 토종 벌이나 나비들이 많아 인공 수정을 해주지 않아도 씨를 맺고 호박을 키
웠다. 덩굴 손이 거쳐가는 가지마다 호박을 키웠다. 푸르고 굵고 깨끗하게~~~.
옛날 시골에서는 어머니나 누나들이 밥을 하며 울타리 주변을 돌다 제대로 큰 호박을 따
서 즉석 반찬을 만드셨다. 지금처럼 마트에서 반찬용 호박을 일부러 사는 일은 없었다.
호박꽃은 아침에 일찍 개화하고 활짝 핀다. 햇볕이 나고 오후가 되면 스스로 꽃잎을 닫는다.
암꽃은 아래에 작은 호박을 안고 꽃을 피운다, 수정이 되면 꽃잎은 떨어지고 호박은 싱싱하
게 자랐다. 가을이 되면 푸른 호박이 주황색으로 변하며 씨도 영글고, 누렇게 변하며 모양도
크게 성장시켰다.
누렇게 변한 호박은 따서 집에 잘 보관해 두고, 호박죽, 호박떡~~등등 먹거리 재료로 쓰였다.
속에 든 호박씨는 잘 건조시켜서 보관해 두었다가 이듬해 5월경 종자로 다시 심었다. 호박씨
까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작지만 알차고 맛이 좋았다. 호박은 특히 산후조리용 한방
재료로 많이 이용되었다. 당시 출산한 어머니들의 부기를 빼준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약도
별로 없던 시절이였다.
시골에 호박은 풍성했다. 많았다. 필요하다면 만난 사람들에게 무료로 주기도 했다. 농산물
에 대한 후한 인심은 당시 어려웠어도 좋았다. 호박 떡도 많이 해 먹었다. 오이처럼 생(生)으
로 먹을 수가 없었기에 더욱 많은 보관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뜨거운 태양 빛을 이겨내며 호박은 틈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첫댓글
아...
연산의 호박꽃을 소개하셨어요
농장에 호박을 안 심으셨어요
옛날엔 호박꽃을 꽃 중에도 인대우를 못 받았지요
그러니요
요즘엔 호박꽃이 이렇게 행세를 합니다
아니 호박꽃 본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네요 ㅎ
이쁘네요
@행운
이 아이가 나팔꽃인가요
또한 다른 이름으로
메꽃인가요??
여긴 비가 지금 시원하게 내립니다
아주 시원하게요...
@양떼 네 보라색 나팔꽃이랍니다요.
나는 호박꽂이 상당히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호박 종류도 모두 좋아하여 반찬이나 간식으로 즐깁니다.
울아들 국민학교때 소풍을 가는데 교감선생님 점심을 부탁받았습니다.
김밥에 뭘 곁들여야 하나 고민을 하니까
이모가 교감 연세가 어찌되는가? 아마도 50세는 넘은것 같은데---
울이모가 걱정말거라 내가 알아서 싸 줄께
ㅍㅍ
호박잎에 찰밥과 된장으로 꾸미를 넣으셨더라구요.
어머머 이모 미쳤어~~ 아니 도시락에 된장을 싸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면서 하나 집어 먹고 또 하나 먹고~~~뭐야? 맛있네.
이모 5인분 정도로 싸 봐요. (며루치가루를 맛나게 볶아서 된장+ 파 넣고 푹 볶아요)
참쌀밥을 해서 호박잎에 밥한수저+ 된장을 넣고 사각으로 접어서
나란히 세워 쌉니다. 단짝하고 보드랍고 매우 맛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여름이면 자주해 먹습니다. 호박나무가 있어서요.
선생님들께서 둘러 앉아 이건 뭔고 하시며 드시는데 모두 놀래시는 겁니다.
처음 봤다고 속이 개운하다고 하며 드시더라구요.
그리하여 소문이 무섭지요??? 교장선생님께서 원하시어 싸다 드렸답니다.
나에겐 사람살린 호박죽의 역사도 있지만 600자가 넘으려 하니 여기까지^^*
네 “Anna”님은 모든 사물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름다운 옛 추억들을 미사여구없이 탁월하게
표현하시니 부럽습니다요.
저는 시골태생이고 지금도 농사일을
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늦가을에 호박잎을 넣고 빚은 수제비 된장국,
팥,찹쌀,동부등을 넣고 걸쭉한 풀때,
늙은 호박으로 말려서 빚은 시루떡등등
꽃도 저는 호박꽃이 화려하지않고
정감있어서 더욱 사랑합니다요,
< 아래사진은 요즘농장엔 녹화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