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802
이런 식이라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부천님 오신 날도 핑계 삼아 집에 가기 좋다. 날이 더우면 덥다고
한잔하고 추우면 춥다고 한잔하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한잔하는 우리 조성룡과 다를 바 없다.
(중략)
진짜 발품을 팔아 유럽파 선수를 분석하려면 튀르키예에 가서 조진호 경기보고 체코 가서 김승빈도
체크하고 그리스에서 황인범을 만나야 한다. 포르투갈에 가 김용학도 보고 벨기에에 날아가서 홍현
석의 경기력을 체크해야 한다.
(중략)
내가 사는 곳이 경기도 고양시인데 동네 친구들 중에 벤투 감독 한 번 안 만난 사람이 없다. 벤투 감
독이 살던 아파트에 사는 내 친구는 벤투 감독을 지긋지긋하게 봤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매번 똑같
은 카페의 같은 자리에 앉아 업무도 보고 휴식도 취했다. 처음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신기하게 바
라보던 이들도 나중에는 벤투 감독을 동네 아저씨 취급할 정도였다. 벤투 감독이라고 포르투갈 집
에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싶지 않았겠나. 적어도 클
린스만 감독도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한국 축구와 어우러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나도 현장에서 벤투 감독을 정말 많이 봤다. 뽑을 선수가 없는 K리그2 경기에도 벤투 감독이 종종
등장했다. 얼마나 그를 많이 봤냐면 벤투 감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브랜드 ‘휴고 보스’ 마니아라
는 것도 알게 될 정도였다.
(중략)
한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집에만 있는 상황에 대해 해명하는 인터뷰를 집에서 화
상으로 한다는 건 촌극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무려 네 번이나 화상 기자
회견을 진행한다. 매체를 나눠서 17일에 두 번, 18일에 두 번의 인터뷰가 잡혔다. 클린스만 감독
은 이 네 번의 인터뷰 동안 비슷한 질문을 받을 게 뻔하다. 부임 후 2무 2패인데 1승에 대한 각오
를 이야기해야 하고 원격 근무에 대한 해명을 네 번이나 해야한다. 손흥민이나 이강인, 김민재에
대한 이야기도 네 번 동안 똑같이 해야한다. 한국에 있는 코치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네 번
에 거쳐 답해야 한다.
협회는 네 번의 기자회견 이후 18일 오후 4시까지 엠바고를 걸었다. 17일에 인터뷰한 매체가 18
일에 인터뷰한 매체보다 먼저 기사를 내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내일(18일) 오후 4시에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있었다면 한 자리에 모여서 라이브로 진행하고
그걸 그대로 전하면 될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이 여전히 한국에 오질 않으니 화
상 기자회견에도 엠바고가 걸리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