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방해 현행범 연행하러 간 경찰 350명, 시위대에 7시간 억류되자…]
①경찰차 대신 신부차로 연행 ②간단한 조사후 석방 ③현장 증거 무효화
서귀포 경찰서장 경질
경찰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부지에서 공사를 방해하는 현행범을 체포해 경찰서로 데려가려다 불법 시위대에 억류돼 7시간 넘게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굴욕'을 당했다. 경찰은 '간단한 조사 후 석방' '채증 내용 무효화' 등 지키지도 못할 황당한 약속을 시위대에게 한 뒤 간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25일 제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24일 오후 2시쯤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건설업체가 공사를 위해 크레인을 조립하려 하자 이를 몸으로 막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과 마을 주민 2명, 반대단체 회원 2명 등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이 3명을 먼저 서귀포경찰서로 연행한 뒤 강동균 회장 등 2명도 승용차에 태워 연행하려 하자 반대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차를 몸으로 막아서면서 억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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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뒷좌석 가운데)이 24일 밤 김경진 제주도의회 의원(운전자)과 천주교 제주교구 사무국장 고병수 신부와 함께 서귀포경찰서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경찰은 공사 현장에 있는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사무실에 2시 30분쯤부터 밤 10시쯤까지 7시간여 동안 억류됐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파견돼온 전·의경 2개 중대를 포함해 350여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있었지만 입구를 봉쇄한 100여명의 시위대에 밀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결국 시위대 측에 3가지 '황당한 약속'을 해주고 나서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강동균 회장을 경찰서로 이동시키되 경찰 차량이 아닌 해군기지 반대 측 고병수 신부 차량을 이용할 것과 이동 중에는 강정 주민 10명, 제주도의원 4명이 동행한다는 게 첫째 약속이었다. 또 이날 경찰이 채증한 내용은 모두 무효화시키고, 강 회장 등 연행된 5명을 당일(24일) 안에 조사를 마치고 석방한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연행자들의 업무방해 혐의보다 경찰관 억류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더 심각하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을 석방하지 않았다. 검찰은 25일 오후 강동균 마을회장과 마을주민 김모씨, 반대단체 회원 김모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이날 전격 경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