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선물, 빈손의 노래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델라와 짐이라는 한 가난한 부부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뭔가 좋은 걸 서로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이들에겐 돈이 없다. 고민한 끝에 그들은 선물을 장만해 선물한다.델라는 남편이 물러받은 회중시계 줄이 끊어졌던 것을 기억해 백금 시곗줄을, 짐은 아내의 풍성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머리빗을 건넨다. 하지만 이내 선물은 소용없게 되었고 그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델라는 시곗줄을 사기위해 자기 머리카락을 팔았고, 짐은 빗을 사기 위해 자기 시계를 팔았던 것이다.
가난한 그들의 크리스마스가 세상 어느 날보다 따뜻했던 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나누는 건 그 속에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소중한 것을 다 내려놓고 마련한 그들의 선물이야말로 유용성 여부와 상관없이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진정 어울렸던 것 아닐까? 자기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인간을 사랑하신 그리스도 예수, 그분이 세상에 오신 날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어느덧 지구촌 축제가 되어버렸다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이 이뤄지는날, 휘황찬란한 네온이 거리를 물들이고,멋진 트리로 장식하고, 어딜 가나 캐럴이 울려 퍼지는 날, 지친 회사 업무에서 해방되는 날, 맛있는 걸 먹고 놀러 가는 날, 아 참, 어린이들에겐 산타클로스가 빨간 코 사슴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 타고 오는 날쯤으로 기억되겠다. 그리고 거기엔 빠질 수 없는 선물이 있다.
한 모바일 리서치 전문 업체에서 1만 184명을 대상으로 ‘이성에게 해주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순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들이 주고 싶은 선물 1위는 액세서리, 2위 의류, 3위 마음의 선물이고, 여성들이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액세서리, 2위 현금, 3위 가방이란다. 한편 여성들이 주고 싶은 선물 1,2,3위는 자신들이 받고 싶은 것과 같고, 남성들이 받고 싶은 선물은 1위가 현금, 2위 전자기기, 3위 마음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나마 마음의 선물을 순위에 올려준 것에 감사해야 할까? 아무리 선물이 빠지면 크리스마스가 아닌 것 같다지만 남녀 통틀어 현금이 받고 싶은 선물 1,2위에 올랐다니 의아스럽기만 하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현금을 주고받는 크리스마스라..... 물질의 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의 주인이신 예수의 생애를 돌아본다
태어날 땐 요람 대신 동물의 구유를 빌어 오시고 살아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지만 나는 머리 둘곳이 없다"(누가복음 9장 58절)고 하셨던 분, 돌아 가실땐 남의 무덤을 빌어 그 몸을 누이신 예수님이다. 지난 세월 사람들이 성배의 전설, 토리노 수의, 베로니카의 손수건 들 눈에 보이는 예수의 흔적 찾기에 집착했던 것은 사실 그만큼 예수님께서 세상에 남기신 물건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예수님은 말씀을 정신을 남겼지만 유물을 남기진 않으셨다. 사랑을 베푸셨지만 대가를 받지 않으셨다.
"네게 아직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마가복음 10장 21절) 예수님의 말씀이다. 구두쇠 스쿠리지 영감을 보며 혀를 끌끌 차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뿐, 크리스마스마저 내가 누리고 즐겨야할 소유물로 삼지는 않던가. 평생 청빈한 삶을 사셨던 예수님과는 거리가 먼 크리스마스를 소비하고는 어쩌다 구색 맞춘 하루 치 나눔으로 양심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크리스마스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 선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배고프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든 예수님이 우리 주위를 서성이신다. 내 안에서 잘라야 머리카락, 팔아야 할 시곗줄은 무엇일까? 내 것을 움켜쥔 채로 선물을 건넬수 있을까? 빈손이라 하여 빈 마음은 아니다. 누군가를 끌어안으려면....빈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