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
미느냐(=推) 두드리느냐(=敲)라는 뜻으로, 시문(詩文)의 자구(字句)를 여러 번 고침을 이르는 말이다.
推 : 밀 퇴(扌/8)
敲 : 두드릴 고(攴/10)
(유의어)
개고(改稿)
고퇴(敲推)
윤문(潤文)
추고(推敲)
출전 : 당시기사(唐詩紀事) 가도편(賈島篇)
시문을 지을 때 글자나 구절을 정성껏 다듬고 고치는 것을 가리키며 '추고(推敲)'라고도 한다. 이 말의 유래는 당시기사(唐詩紀事) '가도(賈島)' 편에 나온다.
당나라 때 시인 가도(賈島)가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시를 짓기 시작했다.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인다(題李凝幽居)'라는 오언율시였는데 그중 앞의 네 구를 소개하면 이렇다.
閒居隣竝少, 草徑入荒園.
한가로이 사니 이웃도 드문데, 풀숲 오솔길은 거친 정원으로 들어간다.
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자는데, 중이 달 아래에서 문을 두드린다.
가도의 명편인 이 작품은 친구 이응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작품의 명구로 꼽히는 4구에서 가도는 '두드린다'는 의미의 '고(敲)'자가 좋을지 아니면 '민다'는 의미의 '퇴(推)'자가 좋을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당시 경조윤(京兆尹; 수도의 장관)이었던 한유의 행차길을 침범하게 되어 한유에게로 끌려가게 됐다. 한유는 당시 최고의 문장가이면서 유학자로 명성이 높았다.
그를 만난 가도는 당황했지만 자신이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상세히 말했다. 그러자 한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민다(推)고 하는 것보다는 두드린다(敲)고 하는 게 나을 듯하다고 했다.
가도는 한유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구를 고쳤다. 두 사람은 그러고 나서 함께 말을 타고 가며 시에 관해 논했다. 그 뒤로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
초당(初唐)의 왕발(王勃)도 '등왕각서(등王閣序)'를 지어 문명(文名)을 날렸다. 그도 며칠 동안 사색에 잠겼다가 일필휘지하는 식으로 글을 써서 세인들은 그가 마치 배 속에 원고를 담고 있다가 쓰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게 복고(腹稿) 또는 묵고(默稿)라는 말이다.
이백을 두고 '술 한 말에 시 백 편(一斗詩百篇)'을 썼다고 하지장(賀知章)도 찬탄했었다. 작가가 일필휘지로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퇴고 과정 없는 작품은 나오지 않는 법이다.
⏹ 퇴고(推敲)
당(唐)나라 시인(詩人) 가도(賈島)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좋은 시상(詩想)이 떠올라서 즉시 정리해 보았다.
제목은 '이응(李凝)의 유거(幽居)에 제(題)함'으로 정하고, 다음과 같이 초(草)를 잡았다.
한거소린병(閑居少隣竝)
이웃이 드물어 한적한 집.
초경입황원(草徑入荒園)
풀이 자란 좁은 길은 거친 뜰로 이어져 있다.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는 못 속의 나무에 깃들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밀친다.
그런데, 결구(結句)를 밀다(推)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敲)로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궁리하며 가다가 자신을 향해 오는 고관의 행차와 부딪혔다. 그 고관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이며 부현지사(副縣知事)인 한유(韓愈)였다.
가도(賈島)는 먼저 길을 피하지 못한 까닭을 말하고 사과했다. 역시 대문장자인 한유(韓愈)는 뜻밖에 만난 시인(詩人)의 말을 듣고 꾸짖는 것은 잊어버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내 생각엔 두드리다가 좋을 듯하네."
이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고사(古事)로 인해 퇴(推)와 고(敲) 두 자 모두 문장을 다듬는다는 뜻이 전혀 없는데도 그러한 뜻을 지니게 되었다.
◼ 고쳐쓰기
고쳐쓰기 작용은 대개의 경우 표현하기 과정을 거친 다음에 일어나지만, 계획하기와 내용 생성하기 및 조직하기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고쳐쓰기 과정에서 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까지 작성한 글이 계획하기 과정에서 설정한 목적에 부합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러한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필자는 상투어 또는 무의미한 단어의 삭제, 접속어 및 지시어의 조정, 피동문의 적절성 확인 등 문장 수준에서의 고쳐쓰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문단 구조의 적절성 확인, 아이디어의 배열 순서 조정, 중심 문장 또는 보충 문장의 첨가, 연결어의 첨가 등 문단 수준에서의 고쳐쓰기를 해야 한다.
끝으로 잉여적인 부분들의 삭제, 제목 및 소제목의 조정이나 첨가, 글 전체의 통일성 및 연결성 확인 등 글 전체 수준에서의 고쳐쓰기를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고쳐쓰기 작용은 모두 글의 목적 중심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 推(밀 추, 밀 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隹(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隹(추)는 본디 뜻은 새이었으나 여기에서는 椎(추; 나무방망이), 錐(추; 송곳) 따위와 공통되어 치는 듯한 거동(擧動)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推자는 '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推자는 手(손 수)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隹자는 꽁지가 짧은 새를 그린 것으로 '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새는 앞으로만 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推자는 앞으로만 나는 새의 특성과 手자를 결합해 '밀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이는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뜻의 進(나아갈 진)자도 마찬가지이다. '추진(推進)하다'라는 글자에 隹자가 사용된 것도 후퇴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새의 특성을 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推(추, 퇴)는 손으로 밀다, 밀어 젖히다, 밀어 치우다, 밀어 나아감, 또 옮기다, 짐작하다 따위의 뜻으로 ①밀다 ②옮다, 변천(變遷)하다 ③천거하다(薦擧), 추천(推薦)하다 ④넓히다, 확충(擴充)하다 ⑤헤아리다, 추측(推測)하다 ⑥받들다, 공경(恭敬)하여 높이 받들다 ⑦꾸미지 아니하다 ⑧꾸짖다, 꼬집다, 따지다, 힐난(詰難)하다 ⑨성(盛)한 모양, 그리고 ⓐ밀다(퇴) ⓑ밀어젖히다(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끌 인(引), 당길 만(挽), 끌 만(輓)이다. 용례로는 높이 받들어 우러름을 추앙(推仰), 추측하여 판정함을 추정(推定), 사리를 미루어서 생각함을 추리(推理),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거나 어림을 잡음을 추측(推測),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을 추천(推薦), 밀고 나아감을 추진(推進), 짐작으로 미뤄서 셈침 또는 그 계산을 추산(推算), 일이나 형편이 차차 옮아 가거나 변해 감을 추이(推移), 어떤 사람을 높은 직위로 오르게 하여 받듦을 추대(推戴), 찾아내서 가져옴으로 은행이 소지인의 의뢰를 받아 수표 또는 어음을 지급인에게 제시하여 지급하게 하는 일을 추심(推尋), 추정하여 계산함을 추계(推計), 이치를 좇아 어떤 일을 미루어 생각하고 논급함을 추론(推論), 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고무하고 격려함을 추동(推動), 앞으로 올 일을 미루어 생각함 또는 그 생각을 추상(推想), 자기의 일에 관해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에게 전가함을 추위(推委), 이치로 미루어 생각하여 끝까지 규명해 냄을 추구(推究), 찾아서 가져감을 추거(推去), 추측하여 생각함을 추고(推考), 받들어 높임을 추상(推尙), 미루어 짐작함을 유추(類推), 살피어 미룸을 고추(考推), 갇혀 있는 죄인을 신문함을 시추(時推), 죄인의 정강이를 때리며 캐어 묻는 일을 형추(刑推), 나쁘게 추측함 또는 못된 의심을 품고 짐작함을 사추(邪推), 혹독하게 닥달함을 박추(剝推), 여러 사람이 죄인을 함께 심문함을 동추(同推), 미느냐 두드리느냐는 뜻으로 시문의 자구를 여러 번 고침을 이르는 말을 퇴고(推敲),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뜻으로 제 배 부르면 남의 배 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과 그 뜻이 일맥상통함을 이르는 말을 추기급인(推己及人),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추주어륙(推舟於陸), 이 일로 미루어 다른 일을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추차가지(推此可知),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한다는 말을 여세추이(與世推移), 옷을 벗어주고 음식을 밀어준다는 뜻으로 남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말을 해의추식(解衣推食), 윗자리에 있는 자는 아랫사람을 끌어올리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추대한다는 말을 상원하추(上援下推) 등에 쓰인다.
▶️ 敲(두드릴 고, 두드릴 교, 두드릴 학)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칠복(攴=攵;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高(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그래서 敲(고, 교, 학)는 ①두드리다 ②후려치다 ③곁매치다 ④짤막한 회초리, 그리고 ⓐ두드리다(교) 그리고 ㉠두드리다(학)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벌(伐), 칠 타(打), 칠 고(拷), 칠 당(撞), 칠 박(撲), 칠 격(擊), 칠 공(攻), 칠 토(討), 칠 력(轢), 쇠몽치 추(椎), 망치 퇴(槌), 때릴 구(毆)이다. 용례로는 두드려 침을 고복(敲扑), 음력 6월의 더위를 이르는 말을 고열(敲熱), 치고 때림을 고격(敲擊), 미느냐 두드리느냐는 뜻으로 시문의 자구를 여러 번 고침을 이르는 말을 퇴고(推敲), 퇴고를 달리 이르는 말을 고퇴(敲推), 쇠를 두드리고 돌을 울린다는 뜻으로 시나 문장의 어울림이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고금알석(敲金戛石), 얼음을 두드려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의 불가능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빙구화(敲氷求火), 등골을 친다는 뜻으로 모진 방법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또는 남을 몹시 고생스럽게 함을 이르는 말을 추골고수(椎骨敲髓)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