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었던 전공이 아니고 가족들의 압박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애정없이 택한 전공이건만 그러나 그 전공으로 취업을 하고 시간이 조금 흐르다보니 없던 애정도 조금씩 생겼는지 그 애정으로 이불 만들기에 도전!! 결혼을 앞두고 행복을 꿈꾸면서 (그때만 해도 결혼=행복인줄 알았던 세상 물정을 몰랐던 멍충이였다 에휴~) 이것저것 준비하며 혹 몇 년 후라도 내 아기가 생기면 눕힐 예쁘장한 깔개를 문득 만들고 싶어졌다. 그때도 이쁘장한 것 돈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절이었지만 내가 직접 만든 이불에 내사랑 내 아기를 눕히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었던 게지.. 곧장 부산 범일동에 있던 직물 대형 도매상가에 가서 며칠을 쥐가 나도록 머리 속에 구상한 디자인에 합당한 천과 재료를 샀다 발걸음도 가볍에 룰루랄라~집으로 온다. 열심히 자로 재어 재단하고.. 지금이야 도매상가에 가면 솜을대어 만든 누비천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 판매되어 누비천이 지천으로 널렸지만 40년전쯤에는 애시당초 대량으로 만들어진 누비천이 아예 없었다. 내가 직접 솜을 천위에 얇게 적당히 깔아 애기 살이 닿아도 안전한 보들보들한 안감을 얌전히 덧대고 일일이 볼펜으로 누빔 줄긋기가 불가능하니 대충 눈짐작으로 마름모꼴로 전부 누빔 바느질을 직접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에너지도 넘치고 젊은 시절 누구나 그러하듯.. 참...삶에 순수했던 것 같다.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이 이불의 주인공인 내 딸내미의 가족이 여행을 떠난 빈 집에 딸이 키우는 강아지 밥주고 놀아줘야 하는 막중한 친정 엄마의 사명을 감당코자 딸내미네 빈 집에서 강아지 도우미 노릇을 하고 있다 작은 드레스룸에 들어가보니 옷장 문이 살짝 열려 있길래 닫아주려니 안에 뭔가 꽉 찬 느낌.. 더 이상 안 닫긴다. 열어보니 이불을 아무렇케나 쑤셔 박아 농 안 쪽이 이미 과부하...아뿔사... 순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딸과 이런 일로 신경전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 못 본체 하기로 작정하지만.. 소파에 앉아있어도 부글부글 쉬는도 쉬는게 아니여~~ㅜㅜ 결국 에라잇!! 이불정리 시작~!!! 오~~그런데 안쪽 구석탱이에서 쭈그리로 암전히 있는 그 옛날 육아에의 부푼 꿈을 안고서 내가 직접 만든 바로 그 이불이 나에게 여전히 미소짓고 있는게 아닌가~@.@ 젊은 시절 나를 만난듯 마음이 찡하도록 반갑고 애틋하다 새 눈알로 사용한 파랑 단추도 몇 개 떨어져 나가고 천도 아주 살짝 찢어진 곳도 있지만 무슨 상관이랴 내 젊은 시절의 실체를 만난 듯하여 사랑스럽기만 하다 좋은 이불이야 지천으로 팔지만 딸이 이 이불의 사연을 아는지라 시집갈때 기어기 가지고 가줘서 무척 고마워 했었다. 내 "아기 이불"의 조우로 이틀동안 빈집 강아지 도우미로 얻은 소득이 너무나 크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아기 이불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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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8
19.03.25 12:47
댓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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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또르르님
간구 드립니다ㆍ
간혹 이런 고급진 글로 뵙기를ᆢ
@윤슬하여 전에 돼지 엉덩이에
무슨 꽃이 피었다 했지라?
치매 왔는가?
생각이 안나니 천불 나요...
@우 영 ㅎㅎ
아마도
돼지떵꼬에 천불이 난 걸로
봐서 홍매인지싶어라 ㅎ
평온한 밤 됩시다
@윤슬하여
아!
맞다!
홍매화!
꿀꿀... zzzz
이불이 곱고 아직도 성하군요.
강아지 씨터 하시랴 살림도 봐주시랴...일당은 얼만가요? ㅎㅎㅎ
저보다 더 살림 엉터리인 딸집에 가서 안방에 눈길 안줍니다. 부엌도 되도록 실눈으로 보고..
친정 엄마의 마음은 다 같음을 느껴 뵙니다.
저와 동일한 친정 엄마의
애로사항을 겪고 있으신가요?
친근감 급 상승 ㅎㅎ
안방 눈길 안주기
부엌 되도록 실눈으로 보기
딱 그대로이네요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부러울건 없어요 ㅜㅜ
천불나는 딸한테
천불 안내려면
인내...또 인내...
거의 몸에서 사리나오는 수준이 요구되거덩요~ ㅎㅎ
그래도 속은 깊고 착해서
친구처럼은 지내지요^^
언젠가 누비 옷에 대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작가 윤성희 작품이였나?
누비의 역사와 여인의 집념을 담은 내용 아 또르르님께서 그 누비를 하셨다니 그 것도 자식을 위해
한편에 고운 수필집입니다 이렇듯 고운 글을 왜 자주 아니 쓰시고 남의 글에 아름다운 누비 댓글로 정성을 바치기만 ..
참 아름다운 어머니의 마음과 누비의 아름다움 그리고 모처럼 보는 아름다운 님의 글입니다 감사 합니다 ...
삶에 대한 에너지가 넘쳤던 젊은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누빔이불 만들기 였지요
지금은 절대 불가능 ㅎ
운선님처럼 품격있는
글쟁이가 아니다보니 글 올리기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칭찬은 감사합니당
히힛~^^
나는 앞으로 또르르님의 왕펜이 될거다 ㅎㅎ
요로콤 숨겨놓은솜씨 누비이불만큼 따스하고 좋은데요 ㅎ
여독도 풀리기전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당
좋게 봐주시니 더욱 감사^^
최상급 현모양처 였네요...^^
헛~누비이불 만든다꼬 현모양처?
아이고 네버~!! 아닙니다 ㅎㅎ
그저..중간급 주부였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