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종가'라 불리는 영국 본토의 중심지인 런던, 런던을 대표하는 축구 클럽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아스날이나 첼시라고 대답할 것이다. EPL 출범이후 런던 클럽들 중에서는 가장 뚜렷하고 굵직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로리그가 EPL로 이름 바꾼 이후로, 아스날과 첼시는 각각 3번씩이나 리그 챔피언에 올라섰고, 첼시는 런던 클럽들 중 유일하게 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자리에 올라섰다. 그 이외에 런던 내에서 유명한 클럽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한국인 기준에선 현재 박지성이 주장으로 뛰고 있는 QPR이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부터 소개할 구단과 경기장은 앞에서 언급해왔던 3개 구단인 아스날, 첼시, QPR이 아닌 다른 구단이다. 바로 EPL의 대세를 꿈꾸는 북런던 클럽인 토트넘과 그들의 안방인 화이트 하트 레인이다.
(토트넘의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 런던 도심으로부턴 다소 외곽에 위치해있다)
런던 주요 클럽들은 대부분 런던 2존 이내에 위치해 있는 반면(첼시, 아스날, 풀럼, QPR, 밀월 등), 토트넘은 런던 3존에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방문하기에는 약간 곤란한 면이 있을 것이다(토트넘 이외에 웨스트햄 또한 3존에 있다).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할 때 3존까지 갈 수 있는 것을 구매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좀 더 투자하여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Liverpool Street에서 White Hart Lane행 기차를 타고 갔다(참고로 런던의 행정구역이 엄청 넓기 때문에 National Rail 완행을 타게 되면 런던을 빠져나가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화이트 하트 레인 주변 분위기는 상당히 조용하고, 런던 3존에 위치하다보니 주변 건물부터 1,2존에 비해 약간 낙후된(?) 느낌이었다. 특히나 같은 북런던에 위치한 아스날이 있는 동네가 토트넘보다 비교적 부유한 동네이다보니 그런 상반된 분위기 때문에 북런던 더비가 좀 더 가열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토트넘과 아스날의 경기를 북런던 더비라고 부르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더비가 성사된 것은 1913년 아스날이 원래 자신들의 연고였던 울위치를 버리고, 북런던으로 연고이전하면서 시작되었고, 아스날 때문에 토트넘이 강등되면서 그 더비는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다고 보면 된다.
여기는 토트넘 핫스퍼 티켓 사무실, 경기장 입장권 뿐만 아니라 경기장 투어 티켓 또한 여기서 판매한다. 내가 여기의 존재를 몰라서 경기장 주변만 20분간 돌던 뻘짓을 해버렸다(여기서 투어 티켓 경기장 판다는 것을 경기장 앞에 있는 관리실에서 알았다. 이런 멍청한..;;). 투어 티켓 가격은 17파운드이며, 투어 모임 장소는 토트넘 메가스토어 입구에서 집결한다.
(여기는 화이트 하트 레인 서쪽 입구. 구단 버스가 이 곳으로 들어가며, 구단 내부 사무실 입구이기도 하다)
(건물 내부 안내 표지판. 1층은 프레스룸 및 기사작성실, 3층은 토트넘의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 곳은 기자들이 토트넘 경기 기사를 작성하는 공간)
여기가 프레스 룸이고, 가장 가운데 자리가 현재 감독으로 온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자리라고 한다. 해당 경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오른쪽에 앉힌다고 하며, 토트넘은 올시즌에 유니폼 스폰서를 푸마에서 언더아머로 바꿨다. 그리고 토트넘이 토트넘 파운데이션이라고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였는데, 런던 클럽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설립하였고(첼시보다 먼저 설립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잉글랜드 클럽 중에서는 맨유 다음으로 두번째라고 한다.
그리고 안드레 비야스-보아스의 토트넘 감독 부임 초기의 일화를 하나 풀자면, 비야스-보아스가 처음에 토트넘 홈드레싱룸을 보고나서 상당히 충격받았다고 한다. 구단이 투자하는 것에 비해 너무 낡았고, 구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단 프론트를 향해 홈드레싱룸에 TV 스크린이나 작전 보드 마그넷 등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현재 훈련구장 쪽은 최신식으로 바꿨는데, 내가 다녀오고 난 뒤에 구장 홈드레싱룸도 바뀌었는지는 아직 확인이 안된다.
(화이트 하트 레인 피치)
화이트 하트 레인 지붕 위를 올려다보면 이 우주선 모양처럼 생긴 것이 쉽게 눈에 띄는 데 저기에서 경찰이 경기장 전체를 지켜본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장 내부에 있는 검정색 창문들은 Security Wall이라고 한다.
W석 유리창은 아래 사진처럼 스카이박스로 이용되거나 라운지 및 컨퍼런스 룸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반대편 E석 쪽에 있는 유리창은 일명 "Wishes Lounge"라고 하여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스카이박스를 즐기러 온다고 한다.
위의 사진처럼 화이트 하트 레인 ES석 천장 쪽을 올려다보면 좌석이 놓여져 있는데, 저 곳이 바로 토트넘 레전드들이 앉는 전용좌석이라고 한다. 토트넘 선수들도 간혹 저 자리에 앉아서 경기보는 걸 TV에서 몇 번 잡아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밑에 유리창이 된 부분은 바로 TV 스튜디오다. 바로 저기서 중계한다.
그리고 토트넘은 현재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좀 더 북쪽에다가 뉴 화이트 하트 레인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토트넘은 2011년에 스트렛포드 지역에 위치한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을 자신들의 새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입찰을 넣었으나 무산된 바가 있다(현재는 웨스트햄이 가져가는 줄 알았으나, 축구경기장이 아닌 육상대회 장소로 사용할 것이라는 방침이 나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기존의 화이트 하트 레인의 수용인원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기존의 경기장보다 좀 더 규모를 크게 하고 마치 돔 모양으로 건축할 계획이라고 한다(아무래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6만여명 이상 수용가능한 아스날을 견제하기 위함인 듯 하다). 허나, 아직 공사허락은 떨어지지 않은 상태며, 최소한 3~4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빌 니콜슨 라운지로 가기 전 걸려있던 토트넘의 최고 전성기라 일컫는 1960/61 시즌 사진)
여기가 바로 토트넘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빌 니콜슨의 이름을 딴 빌 니콜슨 라운지. 왼쪽 벽면에는 토트넘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다. 밑에 사진처럼 말이다.
이 공은 바로 2009/2010 시즌 토트넘이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던 당시, 인테르와의 경기에서 대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당시 경기에서 사용했던 공을 가져왔다. 그 때 경기에서 가레스 베일이라는 웨일즈 출신 윙어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던 때이기도 하다.
이것은 과거 말라가가 지금의 피스컵처럼 다른 나라 클럽들을 초청해서 토너먼트를 펼치던 코스타 델 솔 토너먼트 우승 트로피라고 한다. 트로피 연도에 1966년이라 적힌 걸 보아, 그 해 우승을 했다(참고로 토트넘은 1965, 1966년 2회 연속 우승했다). 당시 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던 토트넘의 주장이 말하길, 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다가 허리 나갈 뻔 했다는 후문이 있다.
두번째 트로피는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인데, 과거에 토트넘은 유로파리그(과거 UEFA컵) 첫 해 우승팀(1971/72)이었고, 이후에 1983/84 시즌에 다시 한 번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UEFA 위너스컵 트로피인데, UEFA 위너스컵은 1998-99 시즌을 마지막으로 하여 유로파리그에 흡수통합되어버려 이제는 두 번 다시 치룰 수 없는 대회다. 토트넘은 1962/63 시즌에 우승했다.
(토트넘 클럽 역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토트넘의 레전드 빌 니콜슨)
토트넘에게 있어서 빌 니콜슨이라는 이름은 토트넘 구단의 존재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포지션은 윙-하프였고 선수생활을 오로지 토트넘에서만 보냈으며, 1958년 감독 데뷔전을 토트넘에서 치루며 1974년에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줄곧 토트넘에서만 보냈다. 말그대로 토트넘의 레전드들 중에서 정점에 위치한 인물이다(빌 니콜슨은 2004년 10월 23일에 타계했다). 그가 토트넘 클럽 내에서 우상으로 받들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토트넘이 들어올렸던 대부분의 트로피들이 빌 니콜슨이 감독으로 부임하고 있던 시절이기에 더더욱 빛나는 것이다. 나중에 뒤에 설명하겠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올드 트래포드 N석을 "퍼거슨 스탠드"로 개명했듯이 화이트 하트 레인 안에 "빌 니콜슨 라운지"가 따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토트넘 구단의 명예의 전당 리스트다. ROLL OF HONOUR에는 주로 토트넘의 레전드들의 이름이 올라와있고(그런데 주로 영연방 출신 선수들 이름만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TOTTENHAM HOTSPUR PLAYERS WHO HAVE EARNED INTERNATIONAL CAPS WHILST AT THE CLUB 에는 국가대표 A매치 경험이 있는 토트넘 선수들 이름 명단과 구단 데뷔연도가 적혀있다. 이 명단에서 우리는 한국인 최초 토트넘 선수였던 이영표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 선수, 이영표의 이름이 이렇게 떡하니. 옆에 연도는 토트넘 데뷔연도)
(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축구 선수인 라파엘 반더바르트의 이름과 데뷔연도가 새겨져 있다)
이 진열장은 아까 빌 니콜슨 라운지에 전시된 트로피들처럼 그 외 다른 기타 대회에서 획득한 트로피나 토트넘 클럽 역사상 잊지 못할 경기에 대한 상대팀 삼각패치를 전시해두었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지난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토트넘 원클럽맨인 레들리 킹 유니폼과 피스컵 우승 트로피, 그리고 첼시와의 2008년 칼링컵 결승전 삼각패치 등도 볼 수 있다. 진열장 위 벽면에는 토트넘이 창단 처음부터 오늘날까지 입은 유니폼들이 액자형식으로 보관된 채 전시되어있다.
(이것이 피스컵 우승 트로피. 우승 트로피가 신라금관이었다는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_-;;)
(스카이박스 복도에 붙어있는 토트넘 명장면1. 이것은 2010년 11월 25일, 토트넘이 리버풀에게 2대1 승리를 거둘 때 당시 가레스 베일의 모습)
(스카이박스 복도에 붙어있는 토트넘 명장면2. 이것은 1991년 4월 14일, 토트넘이 FA컵 준결승전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폴 개스코인이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장면)
(1960/61시즌 토트넘의 황금기를 이끌던 스타플레이어 지미 그리브스(왼쪽)와 빌 니콜슨 감독(오른쪽)
(토트넘 명예의 전당에 올라와있는 레전드들 목록이다)
이 곳이 바로 비야스-보아스가 너무 낡았다고 구단 프론트에게 보수를 요구한 토트넘 홈드레싱룸, 내가 여태껏 투어하던 구단들에 비해 홈드레싱룸이 가장 오래되긴 했지만 나름 고전적인(?) 맛이 있다고나 할까(내가 토트넘 팬이라서 구식인걸 못느끼는건가). 자리 배치순서는(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프리델-워커-아수에코토-카불-도슨(C)-갈라스-로즈-산드로-카인-파커-모드리치-반더바르트-베일-데포-리버모어-허들스톤-레넌-쿠디치니 다(이것은 2011/12 프리시즌 기준).
(내가 토트넘에서 가장 좋아하는 4인방, 파커-모드리치-반더바르트-베일. 허나, 모드리치와 반더바르트는 이번 여름에 토트넘을 떠났다 ㅜㅜ)
화이트 하트 레인 피치의 특징을 하나 이야기해보자면, 멀리서 보면 티가 안나지만 경기를 뛰다보면 가운데 부분이 약간 솟아올라있고, 양 사이드쪽으로 기울어진 형태라고 한다. 빗물이 고이지 않게 양 사이드로 빠져나가게끔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기는 토트넘 벤치석, 왼쪽은 원정팀 자리고 오른쪽은 토트넘 자리다. 제일 앞줄에는 감독과 코치진이 앉고, 가운데 줄에는 의료진 등이 대기하고 있고, 뒷줄에는 교체선수들이 앉는다. 그리고 벤치 뒤에 있는 파란색 좌석은 저널리스트들이 앉는 좌석이라고 한다.
1960년대 이후 50 여년이 지난 지금, 토트넘은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런던의 평범한 중위권 클럽으로 남다가 다니엘 레비 구단주의 공격적인 투자와 그로 인해 집결하는 스타플레이어들. 그들이 부상하면서 기존에 'EPL 빅4 체제(맨유-첼시-아스날-리버풀)'로 우승경쟁을 다투던 판도를 처음으로 뒤흔들어놓은 장본인이 되었다(토트넘 이후에는 맨시티가 등장하면서 전국시대를 만들어버렸다). 맨시티처럼 요근래에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아니지만, 토트넘이 우승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그들이 2011년에 챔피언스리그에 처음 출전하여 8강까지 갔던 것을 본다면, 그들의 잠재력은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비야스-보아스식 축구가 토트넘과 아주 잘 맞물려서 토트넘이 상위 랭크까지 올라왔다. EPL 새로운 대세를 꿈꾸는 북런던 클럽 토트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으니 그들의 손에 트로피가 오는 날도 머지 않을 것 같다고 본다.
현재 K리그 판도에서도 토트넘 같이 반란을 꿈꾸는 팀들이 있었고, 현재도 있다. 전북 같은 경우가 토트넘 같이 반란을 꿈꾸다가 K리그 대세가 된 케이스다. 최강희 감독이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북은 그저 중하위권에서 머물던 클럽이었으나,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그들은 K리그 판도를 뒤집어버렸고, 2009년과 2011년에 리그 챔피언으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K리그 대세로 자리매김한 케이스다. 전북처럼 자신들도 K리그의 대세를 꿈꾸는 팀들도 많다(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이러한 제3의 팀들의 등장 및 반란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필수카드이며, 그들이 일시적인 열풍이 아닌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면 K리그 수준 자체가 좀 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항상 정해진 리그우승후보를 예측하기 보단 예측이 힘든 리그판도가 더 재밌지 않은가?
2012년 8월 14일, 런던에서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토트넘 팬으로써 꼭한번 가보고싶엇는데 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