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카21,29-31)
* *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 김남조 /겨울바다 중에서
* *
12월 첫날입니다.
전례력으론 섣달 그믐날입니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이어도 감사함으로 하루를 담습니다.
Thankyou를 헤아리면 땅바닥부터 하늘까지 쌓아도 모자란다는
홍베로니카 할머니 말씀이 떠오른 아침이었습니다.
감사를 마음에 담는 것은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이기주 작가는 사랑하다와 자랑하다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랑하면 자랑한다고 합니다.
요즘 카톡 프로필을 보면 사랑하는 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 사진을 올려놓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주 손녀의 사진을
올려놓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자랑하고 싶은 것이지요.
내가 사랑한 것을 자랑하는 것.
세속의 것이 아니면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까?
평생 그분의 가치로 살아온 삶,
지금 죽어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삶,
매번 바치던 기도와 이웃을 바라보던 내 따뜻한 시선,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나눔.
여름은 열매맺음을 뜻합니다.
내가 맺은 열매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을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십니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고, 내일의 투영이니
오늘을 사는 내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내 삶의 전부입니다.
늦은 밤까지 사목회의를 통해
한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습니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시간."
잠들지 못하는 밤
붙잡고 있는 걱정거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그문제는 해결되어 있다.
그렇게 아파하며 붙잡고 있었는데,
내 능력이 아니라 그분께서 하셨다.
하느님의 이끄심이라 고백한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