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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팅은 단순히 선수를 구별하는 목적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축구팬들의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다.(사진 김대영) |
“비싼데 그런 걸 뭐 하러 입어?” 2001년부터 축구클럽 저지를 즐겨 입었다는 축구팬 이준(24) 씨는 이제 주변의 난감한 질문에서 해방된 표정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스포츠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취급받던 스포츠 저지(Sports Jersey). 그러나 이제 스포츠 저지는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의 개념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즐기는 하나의 ‘패션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용품회사인 나이키코리아 측은 “국내의 축구 의류 용품은 700억 원대 시장 규모인데 레플리카를 중심으로 한 국외 클럽 관련 제품은 16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레플리카 시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25%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스포츠 저지의 보편화는 스포츠 용품시장의 확대와 맥을 같이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국적 스포츠 관련 기업들은 마이클 조던 등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확대를 노렸다.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스포츠 관련 기업들은 선수들의 저지를 시중에 판매했다. 가격 현실화를 위해 선수들이 경기할 때 입는 저지와 디자인은 같게 하되 재질은 다소 낮은 원가의 섬유로 했다. 레플리카(Replica)로 불리는 이러한 저지는 NBA(미국프로농구)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스포츠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가장 세계적인 종목인 축구에서는 레플리카의 활성화가 다른 종목보다 더뎠다. 유럽의 어느 클럽도 메이저리그와 NBA 구단의 레플리카 마케팅을 따라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축구 레플리카는 농구나 야구의 그것보다 디자인에서 세련되지 못했다.
축구 레플리카의 ‘환골탈태’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사활을 걸고 나선 월드컵의 상업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FIFA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리는 등 월드컵을 세계적인 축전으로 만드는 데 힘썼다. 이에 발맞춰 나이키는 호나우두를 주축으로 한 브라질대표팀, 아디다스는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대표팀을 내세워 열띤 광고전을 펼쳤다.
프랑스월드컵 이후 다국적 스포츠 기업들은 축구 레플리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2년 나이키는 잉글랜드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억 3천만 파운드(약 6천억 원)에 이르는 13년 동안의 키트(Kit, 저지를 포함한 축구 용품 일체)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수억 명의 축구팬이 지켜보는 프리미어리그의 인기와 더불어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스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레플리카 판매를 포함한 상품 수입에서 전년도 보다 21%의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에 견줘보면 K리그의 레플리카 마케팅은 ‘걸음마’ 단계다. 수요층의 절대다수가 클럽 서포터스인데다 구입처도 경기장 한 쪽에 있는 공식 용품점이나 구단 홈페이지에 한정돼 있다. 유럽 클럽 레플리카보다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도 K리그 레플리카 판매 부진의 한 이유다.
(사진 김대영) |
레플리카의 화룡점정, 프린팅과 패치
밑그림에 색칠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듯이 레플리카 역시 프린팅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프린팅은 선수의 등번호, 이름, 패치 등을 저지에 부착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말한다. 정확한 표현은 ‘셔츠 프린팅(Shirts Printing)’. 과거 프린팅은 단순한 ‘선수 구별’의 목적에 충실했으나 1990년대 이후 스포츠 저지의 발전과 맞물려 점차 세련된 면모를 갖췄다. 축구에서 가장 먼저 프린팅의 차별화가 시작된 무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다.
프리미어리그연맹(FAPL)은 1997-98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참여한 모든 클럽에 일괄적으로 공식 프린팅을 부착하도록 했다. 고전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인 프리미어리그 프린팅은 오는 2007-08 시즌부터 새로운 디자인으로 팬들에게 다가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공식 프린팅 움직임이 있었다. 스페인 프로축구연맹(LFP)은 2002-03시즌부터 공식 프린팅을 시범 실시했다. 그러나 프리메라리가 공식 프린팅은 시행 2년 만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 때문이었다.
최근 유럽 클럽의 프린팅은 키트 스폰서를 맺은 스포츠 기업이 디자인한 게 주류를 이루고 있다. K리그에서도 수원 삼성, 울산 현대, FC 서울 등 대부분의 클럽이 스포츠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프린팅을 사용한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AC 밀란, 바이에른 뮌헨 등 일부 명문 클럽은 독자적인 프린팅으로 나름대로 멋을 낸다.
패치(Patch)는 클럽이 어느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식과 같은 역할을 한다. 보통 저지 소매에 붙이는 패치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때부터 의무화됐다. 대표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출전하는 클럽의 저지 오른쪽에는 스타 볼(Star Ball)이라는 별 모양의 패치가 부착된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양쪽 소매에 잉글랜드 축구를 상징하는 사자가 새겨진 패치를 단다.
K리그에서는 올해 엠블럼 변경에 맞춰 패치도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K리그 패치는 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소매 왼쪽에 붙이며, 전년도 우승팀 울산 현대는 ‘챔피언’이 새겨진 황금색 패치를 부착했다. 소매 오른쪽에는 연고지의 로고나 글자가 새겨진다.
레플리카 전문 업체 ‘레플리카 룸’의 김인섭 매니저는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프린팅과 패치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플리카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2002년에는 프린팅의 수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10명 가운데 6, 7명의 고객이 레플리카와 프린팅, 패치를 동시에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SPORTS2.0 제 22호(발행일 10월 23일) 기사
이남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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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히..9벌 있지만 더모아야지;;ㅎㅎㅎ
난 1벌 있는데 ,,, 하지만 행복해 ㅎㅎ
수원도 맥콜도 충분히 매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