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2,200억 원, 2001년 월 매출 300억 원 이상 (년간목표 4,000억 이상)
대치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어느 인터넷 쇼핑몰의 실적이 이렇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내 최대의 종합 쇼핑몰인 삼성몰의 작년 매출이 1,800억 원이고,'순풍에 돛을 단 듯 달린다'는 가정 아래 설정한 올해 매출 목표가 3,000억 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수치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성적표를 자랑하는 쇼핑몰이 실제로 있다. 한국암웨이가 운영하는 '에이비엔코리아(ABN)'가 그 주인공이다.
암웨이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 발생한 매출도 그대로 기존 판매조직의 수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유통채널 간의 갈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
지난 5월3일, 사업 개시 10주년을 맞이한 한국암웨이는 국내 다단계 판매업체의 ‘대명사’로 통한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인 암웨이의 한국법인으로 2000 회계년도(1999.9~2000.8)에는 매출액 3,400억원, 순익 200억원을 기록했다. 91년 사업시작 무렵에는 세제 5가지에 불과했던 상품구성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가정용품, 주방용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410여 가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암웨이 신화의 비밀 병기 ‘ABN’‘전년대비 지난해 순익 증가율 148%, 매출액 증가율 94%’라는 비약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인터넷 쇼핑몰 ABN이 자리잡고 있다. 박찬호 홍보부장은 “ABN으로 인해 물류비와 매장시설 운영비, 인건비를 대폭 절감했던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1999년 11월에 런칭한 ABN은 암웨이 IBO들이 이용하는 내부 쇼핑몰이다. 최근 한국암웨이 집계에 의하면 적극적으로 암웨이 제품을 이용하는 16만명의 IBO 가운데 8만 정도가 ABN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전화주문 방식을 이용하던 IBO 가운데 50%가 이젠 인터넷 구매로 방식을 바꾼 셈이다. 이로 인해 전체 한국암웨이 매출의 50% 정도가 ABN 사이트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주문건수로는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전체의 40%에 불과하지만 1회 평균 구매금액은 여타 주문 방식보다 두배나 높은 14만원 내외에 해당한다. 인터파크 등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의 1회 평균 구매금액이 10만원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ABN의 경우에는 다른 쇼핑몰들처럼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24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무려 85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던 인터파크나 각각 1,800억원과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회원 확보와 이벤트, TV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적자를 냈던 삼성몰, 한솔CS클럽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타켓으로 삼고 있는 고객 기반이 다르기는 하지만, 신규 고객 확보와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한 마케팅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하는 여타 온라인 쇼핑몰들의 입장에는 ABN의 탄탄한 고객기반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10년 동안의 오프라인 사업을 통해 구축된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도 ABN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박찬호 부장은 “ABN을 통해 주문하면 24시간 이내에 제품을 배달할 수 있는 확고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온·오프 채널 갈등?
나스닥 폭락 이후 ‘순수 닷컴은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클릭앤모르타르’가 온라인을 막론한 모든 기업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 판매를 통해 막대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동차회사, 보험회사등은 기존 오프라인 판매조직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인터넷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암웨이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 발생한 매출도 그대로 기존 판매조직의 수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유통채널 간의 갈등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것은 암웨이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암웨이의 IBO는 소비자인 동시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독립자영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딜러나 보험대리점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다단계 판매의 특성상 자신의 네트워크 아래에 있는 다른 IBO가 구매하거나 판매한 제품도 자신의 실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동차회사나 보험회사가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아무래도 자동차 딜러나 보험대리점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터넷 매출은 오프라인 판매조직의 실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웨이 IBO의 경우에는 기존의 방식을 이용하든 인터넷을 이용하든 자신의 네트워크 내에서 구매가 이뤄지기만 하면 똑같은 수입을 얻게된다. 이를테면 전화준문이나 카탈로그 판매같은 방식에다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ABN자체가 암웨이 IBO에게는 훌륭한 비즈니스 도구인 셈이다.
ABN보다 한발 앞선 퀵스타
암웨이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보다 미국에서 훨씬 더 앞서 있다. 암웨이 미국본사는 북미지역에서의 인터넷 사업을 위해 독립법인체를 설립하고, 1999년 9월에 ‘퀵스타’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런칭했다.
출범 이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퀵스타는 런칭한 지 200일만에 매출액 2억5천만 달러를 돌파하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2000년 8월까지 1년동안의 매출액은 5억 1,800만 달러. 이 가운데 1억 4,300만 달러는 IBO들의 수입으로 돌아갔다. 전미소매연맹(NRF)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스토어’에 따르면, 출범 첫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퀵스타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퀵스타는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한달 평균 사이트 체류시간에서도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미디어 메트릭스는 “지난해 퀵스타 이용자들의 월평균 체류시간이 1시간으로, 12분에 불과한 아마존의 5배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퀵스타와 ABN의 운영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한국암웨이에서 직접 운영하는 ABN과 달리 퀵스타는 암웨이 본사로 부터 분리된 자회사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어느 선까지 실제로 쇼핑을 할 수 있느냐’는 이용 자격에 있다. 사전에 IBO로 등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ABN과 달리 퀵스타는 ‘IMC訶醍Æ?繭遮?독특한 사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I(IBO)가 암웨이 제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에게 IBO로 일할 것을 권유하고 교육시키는 독립자영사업가인 반면, M(Member)은 사업을 직접 할 수 없지만 소매가격이 아닌 회원가로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회원이다.
C(Customer)는 암웨이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없고 제품 자체만 소매가격에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를 뜻한다. 또한 퀵스타에서 IBO나 멤버로 가입하려면 각각 95달러와 19.95달러의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ABN은 따로 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여부도 커다란 차이점이다. 퀵스타는 자사에 링크된 파트너 기업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일정 부분을 매출 실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IBM, KT키즈 닷컴, MCI 월드콤, 네트워크솔루션 등이 퀵스타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대표적인 기업. 하지만 ABN은 퀵스타와 같은 방식의 파트너십 판매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이터치와 하이테크의 결합
퀵스타의 판매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존 파커 부사장은 “하이터치와 하이테크를 결합했다는 것이 퀵스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전달하고 암웨이 비즈니스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힘은 결국 IBO들의 노력에서 나오며 퀵스타는 IBO들의 비즈니스를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라는 설명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전자상거래 전문 애널리스트 시마 윌리엄스도 “퀵스타 성공의 비결은 열성적이고 동기부여가 돼있는 IBO들”이라고 지적하면서 “퀵스타의 차별화 전략은 하이터치다.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플랜에서 결여되기 쉬운 하이터치 요소를 IBO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퀵스타의 CIO인 랜디 밴시노는 런칭 당시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접속하는 바람에 며칠간 발생했던 시스템 오류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이트 속도를 높이고 검색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향후에도 IBO들의 사업을 잘 지원할 수 있드록 지속적으로 기술적인 보완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퀵스타 모델을 발전적으로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온 한국 암웨이는 오는 9월 ABN을 재런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퀵스타의 IMC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박찬호 부장은 “아직까지는 IBO만 ABN을 이용할 수 있지만 9월 이후에는 직접 암웨이 비즈니스를 하지 않더라도 회원가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멤버’체계가 도입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러나 “그밖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아서 공개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방식으로 격찬받고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과 ‘사이버 마케팅’을 이상적으로 통합시켜 유통 비즈니스의 새 그림을 그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는 한국암웨이. 9월의 ‘변신’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