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SE 장애인노조, 근골격계직업병 전원 승인 보고대회 개최
노조, '근골격계직업병 근본 대책 마련해라' 주장
근골격계 직업병이란 과연 무엇인가? 쉬지 못하고 관리자 눈치보면서 퇴근 못하고 죽도록 일해서 걸리는 직업병 흔히 말하는 '골병'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착취가 빚은 가장 서글픈 병인 것이다.
현장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노동강도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이 가운데 노동자들은 골병이 들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장애노동자 오픈SE 근골격계직업병 전원승인 1차 승리보고대회 투쟁결의문 중에서)
비정규직·장애노동자 건강권 쟁취 오픈SE 근골격계 직업병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오픈SE 근골격계 직업병 공대위)는 4월 3일 오후 2시 30분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 앞에서 '비정규직·장애노동자 최초 근골격계 직업병 전원승인' 보고대회를 가졌다.
2002년 4월 국내 최초로 장애인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결성된 오픈SE 노동조합(서울경기사무서비스직노동조합 오픈SE 지부)은 단체협약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병 검사를 실시한 결과 11명이 업무와 관련된 근골격계질환자로 나타났다.
오픈SE 장애노동자들은 지난 3월 27일 근골격계직업병 집단요양신청을 제기해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로부터 지난 4월2일 승인허가를 받았다.
민중의례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작된 보고대회에서 오픈SE 근골격계 직업병 공대위 김지천(산재노동자협의회 대표) 공동대표는 "오픈SE 노동자들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회사에 들어갔지만 오픈SE 장기간 노동을 시키고 10명이 건강권을 잃어갔다"며 "비단 10명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천 공동대표는 "UN은 장애인 고용을 전체 인구의 10%로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 4천8백만 전체인구 중 450만 장애인이 노동권을 박탈당해 거리나 집에 있다"면서 "최소한 장애인고용 2%를 지키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장애인 실업률이 28.4%로 전체 실업률인 4.8%에 비해 훨씬 높으며, 구직을 포기한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10명당 6∼7명 정도가 실업상태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김 공동대표는 "정부마저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현실이며 고용되었다해도 3개월 6개월 1년의 계약직·비정규직"이라며 "정부는 '니네들 아니면 누구 없겠냐'고 말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을 공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공동대표는 '우리도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합시다'라며 "노무현 정부에게 장애인 노동권 10% 확보, 장애인노동자 건강권 확보 등을 요구하며 이동권과 노동권을 함께 섞어 투쟁하자"고 제의했다.
비정규직·장애노동자 최초로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 전원 승인을 받은 오픈SE 노동조합 김만수 위원장은 "작년 사측과 단체협상 교착상태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권 투쟁을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막상 검사를 받아보니 아주 심각한 결과가 나와 건강권 투쟁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투쟁보고를 했다.
김만수 위원장은 "작년 오픈SE 최 민 사장이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노동권은 인권'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 장애노동자들의 산재요양투쟁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사측은 집단요양을 하면 데이터베이스 입찰에서 이미지가 안 좋으니 산재신청을 미루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픈SE의 노동조합은 이러한 회사측의 요구에 따라 1달여 기간을 연기했으나 결과적으로 사측은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산재투쟁 돌입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만수 위원장은 "회사측은 산재투쟁으로 회사가 입찰에서 수주하지 못하면 노조가 책임져야 한다고 협박했다"면서 "최 민 사장은 노동권이 인권이라면서 우리를 비정규직으로 묶어두고 산재투쟁마저 '수주'라는 이유로 방해하려 들었다"고 비난했다.
김만수 위원장은 특히 "오픈SE의 노동권이 보장되고 있나? 절대 아니다"라며 "최 민 사장의 말과 행동을 대조해보면 악덕자본가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픈SE 근골격계 투쟁은 장애해방을 위한 투쟁
연대발언을 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 최용기(한국자립생활네트워크(http://cafe.daum.net/knil) 대표)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은 노동으로 사회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서 "많은 장애인들은 일용직,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열악하고 부적절한 노동환경과 고용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용기 공동대표는 "오픈SE 근골격계 직업병 노동자들은 현장투쟁을 통해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 몸소 실천했다"며 "이 투쟁은 장애해방을 위한 투쟁"이라고 격려했다.
최 공동대표는 "많은 장애인들은 건강권은 커녕 저임금으로 인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연대발언을 한 보건복지민중연대 윤수정 사무국장은 "지난 3월 27일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오픈SE 노동자들과 풀무원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집단요양승인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 박경석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아 오픈SE 최 민 사장이 고발하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윤수정 사무국장은 "오픈SE가 '사회적 기업'이라면 (오픈SE 장애노동자들이)근골격계 질환에 걸려 요양신청을 하러 여기에 나와있지 않을것"이라며 "오픈SE 노동자들의 상황이 오픈SE의 현실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장애노동자들에게 일할 권리를 주겠다며 고용한 것은 좋으나 비정규직·저임금·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을 하도록 해 근골격계 질환에 걸렸다"며 "장애인 노동자들의 건강권·노동권·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 저지를 위해 오픈SE 노동조합, 전국노동자연대(준), 오픈SE 근골격계 직업병 공대위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노래패 '노래공장'이 단결투쟁가, 사람이 태어나서, 민중의 노래를 전했으며, 몸짓패 '선언'의 공연도 진행되었다.
또한 파업을 시작한 첫날 회사가 직장을 폐쇄해 버린 알코드 노동조합과 노동강도저지와 현장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연대(준) (이하 전국노동자연대)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전국노동자연대(준) 김재광 사무처장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요양을 갔다 현장에 돌아오면 인력, 생산력, 작업조직이 똑같이 그대로 있다"면서 "근골격계 직업병이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지지를 받지만 재발하면 지지를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남아있는 동료가 생산량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광 사무처장은 "외국 통계에 따르면 근골격계 직업병의 재발율이 60%이상으로 나타났다"며 "현장에서 작업공간 조정, 작업량 축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양시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대체 등 노동강도를 바꿔내지 않으면 아무리 요양신청을 해 승리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강조했다.
'장애해방가'를 부르며 정리된 이날 투쟁보고 대회에는 오픈SE 직원들이 나와 비디오카메라도 집회를 녹화하기도 했다.
현재 오픈SE 노조는 회사측에 근골격계직업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작업환경 개선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안정,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근로시간 단축 △노사합의로 적정 작업량 결정 △노동강도 평가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근골격계직업병이란?
스트레스, 과도한 힘, 반복적인 동작, 불안정한 자세 등으로 근육, 뼈, 인대, 신경, 혈관, 관절, 활액낭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이 누적되어 따갑고 쑤시고 저리며 아픈 상태로 흔히 '골병'이라 불린다.
근골격계 질환은 초기에 쉬면 나아지지만 이것이 누적되어 심해지면 쉬면서 치료를 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충분한 휴식으로 예방하고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집단요양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근골격계 질환이 열악한 작업환경 및 작업으로 인해 집단발병이 되기 때문이다. /근골격계직업병 공동연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