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학의 좋은 교육제도 - 학벌 철폐 운동과 관련하여
안재오(홍익대 강사 철학, 교육공화국: cafe.daum.net/edurepublic 운영)
1. 학벌의 정의 :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국어 사전(최신 국어대사전, 한갑수 감수 1974)을 열어보니 [학벌(學閥) : 같은 학교의 출신자나 같은 학파의 사람끼리로 만들어지는 배타적인 당파]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은 국립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여 학벌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사회이다. 그리고 또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계층구조가 고착화하여 건전한 사회적 유동성을 심히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의) 인재란 돈 많은 집의 자식이다, 부의 세습뿐만 아니라 이제는 학벌의 세습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말들이 나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서울대나 기타 명문대의 위계질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위계질서의 강화 및 고착화가 더 큰 문제이다.
또한 여기서 현재 학벌 문제는 일부 학벌철폐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대나 명문대를 폐교시킨다고 해소되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고교평준화 이후 신흥 명문고가 출현한 것처럼 서울대 폐지 후에 또 다른 명문대, 일류대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필자는 학벌지양을 위해 대학평준화니 서울대폐지론이니 하는 주장은 문제의 피상적, 임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본다. 필자의 해법은 교육의 사회주의, 국가주의이다. (이 문제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교육공화국 홈피를 참조하기 바란다.)
2. 독일 교육제도 :
필자는 교육의 사회주의 그리고 국가주의를 잘 시행하는 나라로서 독일을 꼽는다.
먼저 교육의 시장주의, 신자유주의를 선도하는 미국과 교육의 국가주의를 시행하는 대륙유럽을 비교, 분석해야 하나 지면의 한정 때문에 바로 유럽대륙의 두 나라, 즉 프랑스와 독일을 비교한다.
프랑스는 모든 대학이 국립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국가 엘리트주의를 실시하는 나라로서 ENA 라는 학교와 에콜 폴리테크닉은 한국의 서울대의 지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피참조)
같은 국가주의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독일은 교육의 사회주의, 평등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나라이다. 교육의 국가주의, 사회주의라고 해서 모든 대학을 획일적으로 평준화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개인은 마음대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학생들은 그래서 보통 대학졸업까지 2-3개의 대학을 편력한다. 필자 역시 독일 유학시절 쾰른 大와 부퍼탈 大를 다녔다.
독일은 우선 등록금이 없으니 학업의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학입시가 없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곧 대학 입학자격시험이다. 그리고 독일에도 좋은 대학, 좋은 과가 있고 또 의대니 법대 등은 입학제한이 있다, 그러나 그 경쟁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 예로서 필자가 아는 한인교포 장석철군의 경우 고교졸업시험(Abitur)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고교 졸업 후 그는 2-3년간 간호사로 일했고 그 후 곧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독일에서는 졸업 후 시간을 기다리면 기존의 성적이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입학시험이 아니라 졸업시험이 거기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