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 민주정신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어리석은 백성이 하소하고자 할 바가 있어서 마침내 제 뜻을 글자로 표현해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지라,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쉬이 익혀서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라고 하셨다. 당시 우리나라는 입으로는 우리말을 하면서 글로는 한문을 써야 하는 언어와 문자의 이중생활에서 오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온 백성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려면 우리말을 그대로 적을 수 있는 문자가 있어야 함을 세종대왕은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이에 쉽고 편리한 우리글 ‘한글’을 반포한 것이다. 이는 인간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 본질의 핵심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자연과 우주질서의 모방 ‘훈민정음 해례본’제자해 첫머리에 “하늘과 땅의 위치는 하나의 음양과 오행일 뿐이다. 훈민정음을 지음도 처음부터 지혜로서 이룩되고 힘으로서 찾은 것이 아니라, 그 말소리에 따라 이치를 다했을 뿐이다.” 라고 쓰여있다. 이는 천지의 모든 도리가 음양오행의 이치로 지배되어 있으니 인간의 성음을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로 풀어본 것이다. 세종대왕은 더 나아가 우리말의 소리를 낼 때의 발음기관 모양을 면밀히 관찰하여 그것을 본떠서 글자를 만드는 원칙을 세웠다. 이것은 문자가 우주의 원리에 합치해야 한다는 세종의 기본사상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여한 일이였으나, 인류문자의 역사에서 볼 때는 일찍이 없었던 인간의 구조에 의한 뛰어난 발상이였으며 자연과 우주질서로의 디자인 원리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원리인 것이다.
실용정신 ‘훈민정음 어제서’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나날이 쓰는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라고 한 것은 지금까지 한자, 한문의 어려움으로 문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쉽고 기능적으로 제작되었다. 한글은 언어문화에 문맹자를 없애고, 높은 문자를 이루며 우리나라 근대화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새 문자, 곧 새로운 디자인을 제작함에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보편화를 성사시킨 것이다.
한글 디자인 조형요소 글자꼴에 대해 필요한 연구는 가능하겠지만 한글제자 원리는 서로 간에 구별되는 단수한 부호가 아니다. 그 모양속에 여러가지 이론과 정보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기록이자 디자인 형태소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고유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연구되고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한글의 기본글자 초성과 중성을 구분하여 각각의 문자를 별도로 만들었다. 초성, 중성 모두 28개의 기본자를 먼저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여 나머지를 만들었다.
한글 및 문자가 조형미술의 기본적 요소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는 무차원 요소인 ‘점’이며, 점이 이어져서 이루어진 궤적은 1차원 요소인 ‘선’이다. 또 조형의 최소 단위인 점과 선은 문자에 있어서 ‘획’이라고 하는데, 이 세 가지 요소는 하나의 한글 문자를 이루기 위한 디자인 조형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은 창제당시의 필기구인 붓의 필법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웠으나 놀랍게도 단순한 구조적 자형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순수 기하학적 조형요소를 가진다. 즉 점, 수직, 수평선을 기본으로 하고 자음 닿소리 형태를 보면, 가상의 정방형 속에서 대칭을 이루며 각 형태는 디자인 기본도형인 원, 사각형, 삼각형 구조를 확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단순화 훈민정음 글자체는 기하학적인 짜임의 글자이다. 자형을 이루는 형태는 네 가지 기본형태로 분리된다. 네 가지 기본형태소의 조합으로 한글의 형태는 무엇이든 결함하여 만들 수 있다. 각 형태는 점, 직선, 사선, 원, 사각형, 삼각형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는 디자인의 기본적인 형태와 기하학적인 질서를 보여준다.
가획 닿자와 홀자의 전개방법을 살펴보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줄기를 더하는 조형원리가 나타난다. 닿자 기본 글자형은 줄기를 더하는 원리에 일정한 체계를 유지하며 항상 가로줄기가 세로줄기보다 먼저 더해진다. 홀자 기본 글자형은 우주를 상징하는 점이중심이 되어 음양의 원리에 따라 밝은 소리, 오른쪽 상단과 어두운 소리, 왼쪽 하단으로 구분되어 가획의 원리를 적용하며, 형의 각각 다른 소리체계를 과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칭 한글의 기본 형태소들은 대칭형을 이루며 자소들의 형태가 체계적으로 규정지어 진다. 또한 문자의 정면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균형과 중심으로 좌우대칭 관계를 이루고 있다.
반복 ㄲ,ㄸ,ㅃ,ㅆ,ㅉ,ㅎㅎ의 형태의 새로운 글자는 기본 닿자에서 소리가 거세짐에 따라 같은 형태를 두 번 반복하여 사용하는 반복의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통일 시각적인 모양과 소리체계 기능의 관계가 구조적 체계속에서 통일을 이루고 있다. 닿자, 홀자, 받침자를 모아쓰는 것이 한글이 갖는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모아쓰기 글자의 구조적 특징에 가로모임, 세로모임, 섞임모임이 있다.
글 : 산돌커뮤니케이션 서체디자이너 이 호 편집 : 김희언 |